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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보면 언제나 네가 있었다
후지와라 신야 지음, 강병혁 옮김 / 푸른숲 / 2011년 5월
평점 :
품절
수국이 흐드러지게 피어 있는 비오는 길을 우산을 쓴 여인이 지나가고 있는 순간을 담은 사진이 마음을 확 잡아 끕니다. 수국을 좋아하는터라 흐릿하게 찍힌 수국 사진이 한 눈에 들어왔습니다. 연보라빛과 하얀 빛깔의 수국이 탐스럽게 피어 있는 그 사진을 한참 들여다 본 후에 후지와라 신야의 글을 한 줄 한 줄 읽어갔습니다.
사진 한 장과 그에 어울리는 소박한 글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글을 읽기 전에 사진을 들여다보고 읽으면서 또 뒤적여보고 다 읽은 후에 또 되짚어서 사진을 들여다봤습니다. 신기하게도 그때마다 사진은 다른 이야기를 건넵니다. 아는만큼 보이고 느끼는 만큼 보인다는게 사실인가봅니다.
<돌아보면 언제나 네가 있었다>에 들어있는 이야기는 거창하지는 않지만 일상의 소소함이 들어있습니다. 수국 사진을 잘 찍는 사진 작가의 이야기, 아내의 죽음에서 뜻하지 않게 살인혐의를 받게된 남자의 이야기, 아들을 잃은 할머니와 날개를 다친 갈매기와 눈이 먼 개의 이야기, 매일 오가던 출근 길에서 우연히 시선을 돌렸을때 새로운 무언가를 발견한 사람의 이야기.
후지와라 신야가 건네는 이야기를 듣다보니 마음이 따뜻해집니다. 특별할 것도 없는 보통 사람들의 이야기가 무엇보다도 큰 마음의 울림을 줍니다. 어쩌면 우리네 삶이 원래 특별할 것 없기 때문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냉장고에 있는 뽈락을 걱정하는 어머니의 임종을 지키며 냉장고에 있는 뽈락을 빨리 먹겠다, 널어놓은 빨래는 챙겨두었다는 둥 말을 건넸던 후지와라 신야의 마음을 어쩐지 알것만 같습니다.
후지와라 신야의 여행에세이가 좋다는 이야기는 들었는데 아직 접해보지 못했습니다. <돌아보면 언제나 네가 있었다>는 그간의 그의 작품과는 사뭇 동떨어져 있다고 하는데 이 책을 읽고나니 그의 다른 작품이 많이 궁금해졌습니다. 이처럼 포근하고 따뜻한 시선으로 이야기를 건내는 작가의 또 다른 분위기의 책은 어떨지 만나보고 싶습니다. 순서는 바뀌었지만 이제는 후지와라 신야의 여행에세이를 만나봐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