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글 쓴 남자, 안개 속의 살인
시마다 소지 지음, 이윤 옮김 / 호미하우스 / 201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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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일본 후쿠시마에서 일어난 지진과 쓰나미로 인해 원자력 발전소가 침수되어 다량의 방사성 물질이 누출되는 사고가 발생했습니다. 원자력 발전소 주변 마을이 입은 피해는 물론이고 다량의 방사성 물질이 바다로 흘러들어 주변 국가에도 큰 피해를 입혔습니다. 사고 수습의 과정을 지켜보면 일련의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적절한 사고 수습을 하려기 보다는 숨기기에 급급해서 정확한 피해 상황을 감추기만 했습니다. 그로인해 지금도 방사성 물질이 계속 누출되고 있는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듭니다. 한동안은 수산물 전체에 대한 거부감이 확산됐었고 지금까지도 일본산 농수산물에 대한 거부감이 있습니다.

 

이 사고로 인해 원자력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 보게 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그전에도 원자력의 위험성에 대해 알고는 있었지만 원자력 발전소는 위험에 대비해 철저하게 관리하기 때문에 이렇게 사고가 발생하면 속수무책으로 방사성 물질에 노출될 수 있다는 생각까지는 미처 하지 못했습니다. 방사성 물질이 깨끗하게 사라지기 까지는 상상조차 안되는 어마어마한 시간이 필요하다는데 원자력 발전소는 폭탄을 안고 있는것과 다름 없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웃나라인 우리나라에서도 이럴진데 당사국인 일본에서는 얼마만큼의 두려움을 사람들이 안고 있을지 짐작조차 가지 않습니다.

 

미스터리 소설의 대부격인 시마다 소지는 <고글 쓴 남자, 안개 속의 살인>에서 원자력의 위험성을 담아냈습니다. 희뿌연 안개 속에서 벌어진 담뱃가게 노파 살인사건과 원자력 발전소에서 벌어진 임계사고 이야기가 교차로 진행되면서 두 줄기의 이야기가 하나로 모아져 갑니다. 임계 사고로 두 명의 하청 업체 직원이 사망하고 또 한 명의 직원은 눈 주위가 방사성 물질에 노출되었습니다. 담배가게 노파 살인 사건에서 유력한 용의자로 지목된 고글 쓴 남자와 그 직원은 어떤 관련이 있을지 이야기는 흥미로워 집니다. 또다시 살인사건은 발생하고 서서히 범인의 윤곽이 드러납니다.

 

미스터리 소설로 보면 탁월한 트릭이 있거나 반전이 있는 소설은 아니었습니다. 후반으로 갈수록 범인이 누구일지 짐작할 수 있어서 조금은 식상하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하지만 원자력의 위험성을 우울한 안개속의 살인 사건과 결부시킨 점은 좋았습니다. 시마다 소지의 작품은 평균은 한다는 믿음이 있기에 이번 책을 읽는데도 주저함이 없었습니다. 다음에도 시마다 소지의 작품을 다시 만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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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풍론도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권남희 옮김 / 박하 / 201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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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동적인 스포츠를 보는것을 좋아하지 직접 하는것에는 취미가 별로 없지만 그나마 좋아하는 레포츠가 있다면 스노우보드입니다. 워낙 몸치인지라 배우는데 남들보다 곱절은 힘들고 시간은 배로 들었지만 한번 배우고 나니 보드의 매력을 흠뻑 느낄 수 있었습니다. 하얀 설원을 미끄러져 다니면서 온통 하얀 풍경들을 보고 있자면 복잡한 세상사를 잠시 잊을 수 있어 좋았습니다. 겨울에만 즐길 수 있고 한정된 장소에서만 즐길 수 있다는게 단점이긴 하지만 눈길을 내달리는 즐거움은 그런 단점들을 보완할만 합니다. 올해에는 이런 저런 일들이 바빠 스키장에 한 번도 가지 못한 아쉬움을 스키장을 배경으로 한 히가시노 게이고의 소설 <질풍론도>를 읽으면서 달래보고 싶었습니다.

 

한 남자가 스키장의 외진곳, 너도밤나무 아래 눈 속에 무언가를 묻고 있습니다. 그는 대학 연구소의 연구원으로 가공할 위력을 지닌 탄저균 생물병기 K-55 를 훔쳐와 그곳에 묻은것입니다. 자신을 해고한 보복으로 비밀 병기를 훔쳐 감춘 다음 그것을 빌미로 거액을 요구합니다. 하지만 그는 생물병기를 감추고 돌아오는 길에 교통사고로 숨을 거두고 맙니다. 연구소장은 구리바야시에게 K-55를 찾아오라고 명령을 하고 구리바야시는 스키장에 익숙한 아들을 데리고 K-55를 찾아나섭니다. 단서는 사진 몇장 뿐.... 멈춰버린 리프트가 있는 스키장 사진과 너도밤나무에 걸린 테디베어 인형, 한정된 거리에서만 반응하는 탐지기 뿐입니다. 온도가 높아지면 보관용기는 깨져버리고 엄청난 생물병기가 공기중에 노출되어 재앙이 될 위기에서 구리바야시는 과연 K-55를 찾아낼 수 있을까요.

 

히가시노 게이고는 내겐 계륵과도 같은 작가입니다. <용의자 X의 헌신>으로 처음 만나서 나를 일본 미스터리의 세계로 이끌었던 히가시노 게이고.... 하지만 그 후로 그의 작품은 자꾸만 나를 실망시킵니다. 자꾸만 실망하면서도 책이 발표되면 일단은 읽고마는 그런 작가입니다. 그의 작품에 대한 기대치가 높아서인지 이번 책 역시 실망스러웠습니다. 책장을 넘길수록 마음이 움직이고 깊이 있는 이야기를 기대했는데 아쉽기만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놀랄만큼 다양한 소재로 엄청나게 많은 작품을 내는 히가시노 게이고의 작품이 또 출간되면 나는 또 읽을겁니다. 언젠가는 히가시노 게이고가 계륵같은 존재의 작가가 아니라 완소 작가로 다시 등극하게 되는 날이 꼭 왔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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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로 남은 조선의 살인과 재판 - <심리록>으로 읽는 조선시대의 과학수사와 재판 이야기
이번영 지음 / 이른아침 / 201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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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력범죄가 하루가 멀다하고, 아니 하루에도 수 없이 벌어지고 있는 요즘입니다. 어지간한 사건은 보도조차 되지 않으니 얼마나 많은 사건이 벌어지는지 평범한 사람은 짐작하기도 어렵습니다. 이런저런 사건 사고들을 보면서 요즘 세상 살기가 팍팍해졌다는 얘기들을 많이 하는데 시대를 거슬러 올라간 조선시대에도 혀를 찰만한 사건들이 많았나봅니다. 하긴, 어느 시대에나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는 많은 사건들이 벌어지는게 당연한 일인지도 모릅니다. 현대사회와 단순비교할 수는 없겠지만 조선시대에는 대략 5일에 1건 꼴로 중범죄가 발생했다고 합니다.

 

책 <역사로 남은 조선의 살인과 재판>은 조선 정조 대왕 시절에 기록에 남아 있는 살인 사건과 재판의 기록을 담고 있습니다. 법에 관심이 많았던 정조는 국한문 혼용인 <증수무원록언해>와 한자 전용인 <증수무원록대전> 등의 법의학서를 편찬했습니다. 검시 방법이나 사인 규명을 위한 방법 등 법의학 전반에 대한 내용을 수록하고 있었다고 하니 현대 사회 못지 않게 전문적으로 다뤘다는 생각이 듭니다. 또한 정조는 사건이 벌어지면 의심이 풀릴때까지 검토, 또 검토해서 판결에 신중을 기했고 판결 내린 사건들을 과정과 결과, 판결의 근거 등을 기록으로 남겼다고 합니다. 그 기록들을 묶은 것이 <심리록>이고 이 책은 <심리록>을 근거로 쓰여졌습니다.

 

이 책에 실린 사건들은 지금의 기준으로 봐도 놀라운 사건들입니다. 억울한 누명을 쓰고 온가족이 집단 자살을 한 사건, 헛소문을 퍼뜨린 사람을 찾아가 잔혹하게 살해한 사건, 전처를 잔혹하게 고문하여 살해한 사건, 아버지의 원수를 잔혹한 방법을 갚은 사건 등 지금 시대에 봐도 놀라운 사건들이 많았습니다. 사건을 판결 할 때는 온전히 법에 근거한 판결을 내리는 것이 조선의 근간이었다고 합니다. 주먹구구식이나 인정에 끌려서 판결을 내리는게 아니라 법률에 근거해서 온당한 처벌을 내리고 증거가 미진한 경우에는 몇 차례에 걸쳐 판결을 미루고 신중을 기하는 장면들은 인상적이었습니다. 꼼꼼하게 기록으로 남긴 정조대왕 덕분에 몇 백년이 흐른 현재에 그 시절의 판결 기록을 볼 수 있어 흥미롭고 즐거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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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 2 - 세상을 깨우는 시대의 기록 역사 ⓔ 2
EBS 역사채널ⓔ 지음 / 북하우스 / 201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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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역사 교과서 채택 문제로 사회가 시끄럽습니다. 어떤 성향의 교과서를 채택하느냐에 따라 역사인식 자체가 달라질 수도 있으니 신중해야 할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고 있는 그대로의 역사를 학생들에게 가르칠 수 있는 그런 역사 교과서가 선택되야 하는데 그 기준이란게 모호해서 잡음이 끊임없이 들려옵니다. 사실 역사라는것이 어떤 시각에서 바라보느냐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에 역사 교과서 선택을 잘못하면 어떤 사건에 대해 그릇된 시각을 가질수도 있습니다. 어처구니 없는 역사의식을 지닌 사람들을 볼 때면 역사 교육이 얼마나 중요한 지 절실하게 느끼게 됩니다.

 

'나'도 역사의 한 부분이라는 의식을 가진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 사이에는 엄청난 차이가 있습니다. 특히나 역사 의식이 희박한 사람이 높은 자리에 올라가면 이 사회에 미치는 파장은 드러나지 않아서 그렇지 어마어마합니다. 내가 역사의 일부분이고 역사에 의해서 자신의 선택이 판단되어질거라는 생각을 가진 사람은 자신의 이익만을 생각해서 매사 결정을 하지 않습니다. 역사 의식이 있는 사람이 크고 넓은 시각을 갖고 대의를 품은 판단을 내릴 확률이 훨씬 높습니다. 마음같아서는 정치인들을 선출할 때 그들의 역사 의식을 제대로 알아보고 투표하는 것을 의무화 시켰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많이 합니다.

 

이 책 <역사 e>는 EBS에서 방송됐던 프로그램을 책으로 편성해 놓았습니다. 짧은 방송 시간 때문에 미처 방송되지 못했던 디테일한 부분들은 따로 언급해 놓아서 자세한 역사적 사실을 들여다 볼 수 있어 역사에 흥미가 없는 사람들에게도 어렵지 않게 다가갈 수 있는 책입니다. 한 편, 한 편 에피소드를 읽다보면 먼 과거에도 나와 다를것 없는 보통의 사람들이 살아가고 있었구나 라는게 새삼 느껴집니다. 누구의 아들이고, 남편이고, 아빠인 사람들... 누구의 딸이고, 아내이고, 남편인 사람들.... 그런 보통의 사람들이 살아가는 이야기가 역사로구나 싶습니다. 그런 평범한 사람들이 나라에 큰 일이 생기면 개인적인 행복은 접어두고 큰 일을 위해서 목숨까지 내놓는다니 존경스럽기 짝이 없습니다. 역사를 모르고, 역사 의식이 없는 나랏일 하시는 분들께 꼭 추천해 주고 싶은 책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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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빛 - 나만의 서점
앤 스콧 지음, 강경이 옮김, 이정호 그림, 안지미 아트디렉터 / 알마 / 201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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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유년의 기억에서 처음 등장하는 서점(?)에 대한 기억은 우리 아파트 단지에 일주일에 두번씩 등장하던 이동식 서점이었습니다. 책을 구입하는게 아니라 빌려 읽는거니 서점이라 할 순 없을지 모르지만 어쨋든 내 기억에 남아 있는 책이 많은 공간은 그곳이었습니다. 일주일에 두번씩 아파트 단지에 등장했던 미니버스 비슷한 차 안에는 소설, 에세이, 잡지, 그림책, 동화책 등등 많은 책을 실려있었습니다. 한 권 빌리는데 얼마씩 돈을 냈던 기억이 있는걸 보면 무료 도서관은 아니었고 이동식 책 대여점이었나봅니다. 엄마 손을 잡고 가서 엄마는 잡지나 소설을 빌리고 나는 예쁜 그림이 있는 그림책이나 동화책을 빌려오곤 했는데 빌려 온 책을 다 읽고나면 책 버스가 찾아오는 요일을 손꼽아 기다리곤 했습니다.

 

조금 더 커서는 동네에 있는 서점엘 자주 갔습니다. 책이 빽빽하게 늘어져 있는 그곳은 마치 보물창고 같았습니다. 오가는 길에 들러 새로나온 만화책이 있나 살펴보고 서점 한 귀퉁이에 서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책을 보기도 했습니다. 대형서점이 생긴 후로는 그곳엘 많이 들렀습니다. 진열된 책의 양도 어마어마하지만 아무런 눈치 없이 책을 마음껏 볼 수 있다는 점이 정말 매력적이었습니다. 동네 작은 서점에서는 아무것도 사지 않고 나오기가 아무래도 눈치가 보였는데 대형 서점은 아무런 눈치 볼 것 없어 참 좋았습니다. 이제는 대형서점에서도 책을 구입하지 않고 온라인 서점으로만 책을 구입하지만 책을 보고 싶을 때는 대형 서점에 가게 됩니다. 나 같은 사람이 많아지면서 동네 서점은 자취를 감추고 말았겠지요. 요즘은 동네 서점을 보기가 하늘에 별따기입니다. 간혹 학교 앞에 서점이 있어 들어가봐도 거의 학습지 위주로만 거래가 되다보니 일반 서적은 턱 없이 부족해 보입니다.

 

이 책 <오래된 빛>은 스코틀랜드의 작가 앤 스콧의 서점 기행을 다루고 있습니다. 자신이 직접 가 본 서점들과 특별한 역사와 만남이 있었던 서점들 열 여덟 곳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런던, 에든버러, 뉴욕, 옥스포드, 아일랜드 등 곳곳에 있는 서점들을 그녀의 따뜻한 소개와 만나고 있으니 마치 오래된 책 내음을 맡고 있는 기분이 듭니다. 훗날 위대한 시인이 되는 젊은 노동자의 꿈이 어리는 곳이기도 하고, 사랑하는 사람과의 인연이 만들어 졌던 곳이기도 하고, 셰익스피어의 초판본이 팔렸던 곳이기도 한 서점 이야기들을 풍성하게 만날 수 있었습니다. 이제는 거의 보기 힘들어진 우리나라의 작은 서점들이 아쉽게 느껴지지만 아직까지도 어딘가에서 누군가의 꿈으로, 누군가의 사랑으로 남을 서점이 있을거라 생각하니 괜스레 웃음이 지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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