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로 남은 조선의 살인과 재판 - <심리록>으로 읽는 조선시대의 과학수사와 재판 이야기
이번영 지음 / 이른아침 / 201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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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력범죄가 하루가 멀다하고, 아니 하루에도 수 없이 벌어지고 있는 요즘입니다. 어지간한 사건은 보도조차 되지 않으니 얼마나 많은 사건이 벌어지는지 평범한 사람은 짐작하기도 어렵습니다. 이런저런 사건 사고들을 보면서 요즘 세상 살기가 팍팍해졌다는 얘기들을 많이 하는데 시대를 거슬러 올라간 조선시대에도 혀를 찰만한 사건들이 많았나봅니다. 하긴, 어느 시대에나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는 많은 사건들이 벌어지는게 당연한 일인지도 모릅니다. 현대사회와 단순비교할 수는 없겠지만 조선시대에는 대략 5일에 1건 꼴로 중범죄가 발생했다고 합니다.

 

책 <역사로 남은 조선의 살인과 재판>은 조선 정조 대왕 시절에 기록에 남아 있는 살인 사건과 재판의 기록을 담고 있습니다. 법에 관심이 많았던 정조는 국한문 혼용인 <증수무원록언해>와 한자 전용인 <증수무원록대전> 등의 법의학서를 편찬했습니다. 검시 방법이나 사인 규명을 위한 방법 등 법의학 전반에 대한 내용을 수록하고 있었다고 하니 현대 사회 못지 않게 전문적으로 다뤘다는 생각이 듭니다. 또한 정조는 사건이 벌어지면 의심이 풀릴때까지 검토, 또 검토해서 판결에 신중을 기했고 판결 내린 사건들을 과정과 결과, 판결의 근거 등을 기록으로 남겼다고 합니다. 그 기록들을 묶은 것이 <심리록>이고 이 책은 <심리록>을 근거로 쓰여졌습니다.

 

이 책에 실린 사건들은 지금의 기준으로 봐도 놀라운 사건들입니다. 억울한 누명을 쓰고 온가족이 집단 자살을 한 사건, 헛소문을 퍼뜨린 사람을 찾아가 잔혹하게 살해한 사건, 전처를 잔혹하게 고문하여 살해한 사건, 아버지의 원수를 잔혹한 방법을 갚은 사건 등 지금 시대에 봐도 놀라운 사건들이 많았습니다. 사건을 판결 할 때는 온전히 법에 근거한 판결을 내리는 것이 조선의 근간이었다고 합니다. 주먹구구식이나 인정에 끌려서 판결을 내리는게 아니라 법률에 근거해서 온당한 처벌을 내리고 증거가 미진한 경우에는 몇 차례에 걸쳐 판결을 미루고 신중을 기하는 장면들은 인상적이었습니다. 꼼꼼하게 기록으로 남긴 정조대왕 덕분에 몇 백년이 흐른 현재에 그 시절의 판결 기록을 볼 수 있어 흥미롭고 즐거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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