빵과 수프, 고양이와 함께 하기 좋은 날

빵과 수프, 고양이와 함께 하기 좋은 날
무레 요코 지음, 김난주 옮김 / 블루엘리펀트 / 2014년 3월

가끔은 아무렇지도 않은 일상을 담은, 특별할 것도 없는 영화나 소설이 보고 싶어질 때가 있습니다. 화려한 액션이 있는것도 아니고 엄청난 수수께끼가 감춰져 있지도 않은 정말 우리네 일상과 꼭 닮아 있는 그런 영화나 소설 말이지요. <카모메 식당>은 그런 잔잔함이 담뿍 들어있는 영화였습니다. 낯선 곳에서 특별할 것 없는 소박한 음식을 파는 식당의 이야기가 잔잔한 감동을 주었던 영화입니다. 카모메 식당의 원작을 쓴 무레 요코의 <빵과 수프, 고양이와 함께 하기 좋은 날>에서도 그런 잔잔함을 만날 수 있을거란 기대와 어쩌면 너무 밋밋하지는 않을까 염려의 마음으로 책을 읽었습니다.

<카모메 식당>은 핀란드가 배경이었는데 이번에는 일본이 배경입니다. 엄마와 단 둘이 살던 아키코는 갑작스럽게 엄마와 이별하게 됩니다. 시끌벅적한 식당을 했던 아키코의 엄마가 갑자기 세상을 떠나자 식당은 개점휴업 상태가 되어버리고 출판사에서 근무하는 아키코는 식당을 어떻게 해야할 지 고민합니다. 그러던 어느날 출판사에서 부당한 발령을 받은 아키코는 이것을 계기로 출판사를 그만두고 엄마가 했던 식당을 다시 개업하기로 마음 먹습니다. 엄마의 식당과는 다르게 심플하면서도 세련된 식당으로 꾸미고 좋은 재료로 음식을 만든 덕분에 꾸준히 손님이 찾아옵니다.

소설은 특별할 것 없는 평범한 일상을 담고 있습니다. 아키코가 우여곡절 끝에 식당을 성공으로 이끄는 성공 스토리도 아니고 아키코의 출생의 비밀이 서서히 드러나는 장치도 없습니다. 그저 아키코가 고양이와 함께 하는 일상을 담담하게 그리고 있습니다. 자극적인 소설에 지쳐 있던 내게 담백한 <빵과 수프, 고양이와 함께 하기 좋은 날>은 휴식 같았습니다. 아마도 다른 때에 읽었더라면 너무 밋밋하다고 느꼈을지도 모르겠지만 담백한 소설이 절실했던 내게는 딱 적당한 작품이었습니다. 드라마로도 만들어졌다고 하는데 기회가 되면 꼭 만나보고 싶습니다. <카모메 식당>과 같은 감동을 줄 수 있을지 만나보고 싶어졌습니다. 무레 요코의 다음 작품도 손꼽아 기다려봅니다.

이매망량애정사

이매망량애정사 1 ㅣ 네오픽션 로맨스클럽 5
김나영 지음 / 네오픽션 / 2014년 3월

얼마전 전혀 외계인처럼 생기지 않은 배우 김수현이 외계인으로 등장하는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가 폭풍과도 같은 인기몰이 끝에 종영을 했습니다. 드라마를 기다리면서 보는게 싫어하는터라 다른 사람들보다 늦게 드라마가 종영된 후에 신랑과 함께 몰아서 드라마를 봤습니다. 지구에서 500년을 산 외계인과 유명한 여배우와의 알콩달콩한 사랑이야기를 그린 드라마는 인기가 있을만 했구나 싶게 재미있었습니다. 나이를 들어감에 따라 말랑말랑한 멜로와는 조금씩 거리가 멀어져가는 기분이 드는데 이 드라마를 보면서 역시 말랑말랑한 멜로가 좋구나 새삼 느꼈습니다. 한동안 신랑과 도민준, 천송이 놀이에 빠지기도 했습니다ㅋㅋ

'별에서 온 그대'의 여운이 가시기 전이라 도깨비 도령의 사랑이야기라는 소재에 눈길이 확 쏠렸습니다. <이매망량애정사>는 어쩌면 <성균관 스캔들>과 <바람의 화원>등을 뛰어넘는 재미와 감동을 주는 소설이 될 수 있겠다는 기대로 책을 읽기 시작했습니다. 고약한 인간을 혼내주는 등 인간세상에 자꾸만 끼어드는 도깨비 망량을 귀왕은 망량이 깨달음을 얻게하기 위해 인간 세계로 내려보냅니다. 한편 인간세상에서는 아들을 낳지 못해 첩에게 자리를 빼앗기게 생긴 최씨 부인이 어렵게 아이를 갖게 됩니다. 그렇게 낳은 아이가 딸임을 알지만 딸과 자신의 목숨을 지키기 위해 아들로 속이고 키우게 됩니다. 그 아이의 이름은 이연으로 망량과 이연의 인연은 뜻밖의 곳에서 이루어집니다. 설희 아가씨와 정혼하게 된 이연은 진짜 남자가 되기 위해 자신의 성별을 바꾸어 줄 신비한 약초가 있다는 곳으로 약초를 찾아 떠나고 그 길에서 우연히 망량의 봉인을 풀어주게 됩니다.

책의 결말은 예상에서 조금도 벗어나지 않았습니다. 이런 책의 결말은 특별하지 않아도 괜찮기에 결말에 대한 불만은 없습니다. 하지만 그 결말까지 가는 과정은 조금 아쉬웠습니다. 비슷한 소재의 책들이 줬던 설레임을 맛볼 수 없어서 아쉬웠습니다. 하지만 이제 시작하는 작가의 작품으로는 괜찮다는 생각이 듭니다. 아마도 다음 책에서는 조금 더 성숙하고 깊이 있는 소설을 만날 수 있을거란 기대를 해 봅니다. 다음 작품에는 어떤 소재로 이야기를 풀어 갈 지도 기대가 됩니다.

그리스 신화 속 별자리 이야기

그리스 신화 속 별자리 이야기 ㅣ 어린이 고전 첫발 1
재클린 미튼 지음, 원지인 옮김, 크리스티나 발릿 그림 / 조선북스 / 2014년 2월

'별'하면 떠오르는 아름다운 장면이 있습니다. 여름날 가족들과 함께 갔던 여행에서 문득 밤하늘을 올려다 봤을때 말 그대로 별이 쏟아진다는 말이 딱 맞는 그런 모습이었습니다. 쏟아져 내릴것처럼 밤하늘 한가득 떠 있는 별들은 별 구경하기가 쉽지 않은 도시에서의 밤하늘과는 완전 다른 풍경을 만들어내고 있었습니다. 감탄이 절로 나와서 잠시 숨이 멈춘것 같았던 그 시간은 오래 오래 기억에 남아 있습니다. 그때 그 여행에서 어떤 일이 있었는지 다른 것은 기억에서 다 지워졌는데 그때 그 밤하늘의 쏟아져 내릴것만 같았던 별들의 모습은 지금도 생생하게 남아 있습니다. 지금도 여행을 가면 밤하늘을 꼭 올려다보곤 하는데 그 때의 밤하늘을 다시 만나지는 못했습니다.

<그리스 신화 속 별자리 이야기>는 별자리에 얽힌 그리스 신화를 쉽게 풀어써 주고 있습니다. 아무래도 관심이 갔던 별자리는 나의 별자리인 '사자자리'였습니다. 달콤한 사랑이야기가 담긴 별자리이길 바랬는데 블록버스터급 액션 이야기더군요. 헤라클레스가 자신의 아들과 조카를 죽인 죗값으로 네메아의 사자를 물리치라는 명령을 받고 삼십 일 동안 동굴에서 사자와 싸워 이깁니다. 네메아의 사자를 불쌍히 여긴 제우스가 하늘로 불러 올려 별로 만들어 주었다는 이야기였습니다. 북두칠성을 불리는 '작은곰 자리'에 얽힌 이야기가 인상적이었습니다. 곰으로 변한 엄마 칼리토스를 알아보지 못한 아들이 곰을 향해 창을 던지자 그 모습을 안타까워한 제우스가 하늘로 올려 별자리로 만들었다고 합니다. 큰곰 자리와 작은곰 자리에 그런 슬픈 이야기가 깃들어 있는줄 몰랐습니다.

밤하늘의 별을 보기는 좋아하는데 별자리에 대해서는 겨우 북두칠성과 북극성 정도만 구별 할 정도의 미천한 지식을 가졌습니다. 별자리에 대해서 많이 알고싶다는 생각은 갖고 있었는데 몇 권의 책을 보는것으로는 채워지지 않았습니다. 아마도 직접 밤하늘을 보면서 별자리를 찾아보면서 책을 봤다면 기억에도 오래남고 별자리도 좀 더 알았을텐데.... 아직도 밤하늘에서 별자리를 찾기는 어렵기만 합니다. 이 책에는 어린이들을 위한 책이라 별자리 스티커가 있어서 별자리를 만들어보는 재미가 있었습니다. 한 번 봐서는 모든 별자리를 알 수는 없겠지만 찬찬히 자주 읽다보면 별자리가 익숙해지겠지요.

주문에 걸린 마을

주문에 걸린 마을 - 황선미 작가와 함께 떠나는 유럽 동화마을 여행
황선미 지음, 김영미 그림 / 조선북스 / 2014년 2월

동화 속 주인공이 되어보고 싶다는 생각은 누구나 한번쯤 할겁니다. 빨간머리 앤이 되어 초록색 지붕 집에서 너른 들판을 바라보는 상상, 인어공주가 되어 슬픈 사랑을 행복한 사랑으로 바꿔보는 상상, 헨젤과 그레텔이 되어 과자로 만든 집을 초토화 시켜버리는 상상... 더이상 동화가 어울리지 않는 나이가 되어버린 다음에도 자꾸만 동화를 읽는 이유는 그런 상상들이 재미있어서 팍팍한 마음을 촉촉하게 해주기 때문일겁니다. 세상살이에 지치고 힘들때 아무생각 없이 예쁜 그림과 아기자기한 이야기가 들어있는 그림책이나 동화책 속으로 피신합니다. 그러면 그림책과 동화책은 내 마음을 포근하게 감싸줍니다.

황선미 작가는 우리나라에서 손꼽히는 동화 작가입니다. <마당을 나온 암탉>을 선두로 해서 여러편의 동화를 냈고 널리 사랑받는 작가입니다. 황선미 작가와 함께 유럽 곳곳에 있는 동화마을을 여행한다니 <주문에 걸린 마을>이 정말 궁금해졌습니다. 건망증 작가의 작가 노트에 그려진 깜찍한 생쥐 '깜지'와 함께 하는 동화 마을 여행이 이 책의 큰 줄기입니다. <피터 팬>의 이야기가 탄생했던 영국 런던의 켄싱턴 공원에서는 피터 팬을 만나고, 스웨덴 빔메르뷔에서는 아스트리드 린드그렌의 '삐삐'를 만납니다. 덴마트의 오덴세에서는 <미운 오리 새끼>의 안데르센을, 스웨덴 스코네에서는 <닐스의 모험>을 만납니다. 피터 팬은 왜 영원히 어른이 되지 않고 아이로 남았는지, 피노키오는 정말 못된 아이였는지, 안데르센은 어떤 이유로 <미운 오리 새끼>를 쓰게 됐는지 생각해보게 됩니다.

동화 속 이야기와 동화를 쓴 작가의 이야기를 동시에 만날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자신의 아픔을 동화 속에 녹여 낸 작가들의 이야기가 특히 흥미로웠습니다. 어른들을 위해 쓴 동화 마을 여행기도 읽어봤는데 <주문에 걸린 마을>은 아이들의 눈높이에서 동화마을을 만날 수 있다는 점이 달랐습니다. 아이들과 부모가 함께 보면서 동화 속 주인공의 이야기를 자연스레 나눌 수 있을거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책을 읽는 시간 보다 잠시 책장을 덮고 상상하는 시간이 더 많아서 행복했던 책읽기였습니다. 언젠가는 나도 동화속 그곳을 여행 해 보고 싶습니다.

노예 12년

노예 12년
솔로몬 노섭 지음, 오숙은 옮김 / 열린책들 / 2014년 2월

인종 차별은 지금도 종종 문제가 되고 있지만 노예 제도가 있었던 시절에는 수많은 문제가 있었을겁니다. 흑인은 백인과 같은 버스를 타기도 어려웠고 상점 출입도 불가능하고 인종이 다른 사람을 사랑하는 것도 어려운 일이었습니다. 사람의 생각을 바꾸기란 어려운 일이라 오랜 세월 노예제도를 인정하고 살았던 사람들의 마음엔 아직도 노예제도가 남아 있는지도 모릅니다. 그래서 여전히 인종으로 사람을 판단하고 국숙주의에 빠져 있는 사람들이 여기저기서 나타나고 있습니다. 겉모습이 다를뿐 나와 다를바 없는 모두 똑같은 인간이라는 생각을 모든 사람이 한다면 좋겠는데 쉽지 않은 일인가 봅니다.

<노예 12년>은 영화로 만들어져서 아카데미 상에서 작품상을 수상했습니다. 영화로 만들어진 덕분인지 여러 출판사에서 동시에 출간되는 기염을 토했습니다. 유수의 출판사에서 나왔는데 검은 표지에 거친 손이 커다랗게 그려져 있는 열린책들에서 출간한 <노예 12년>을 선택했습니다. 원작이 있는 영화는 영화를 보기 전에 소설을 먼저 읽는걸 선호하는지라 영화 보기는 뒤로 미루고 소설을 먼저 집어들었습니다.

솔로몬 노섭은 자유인으로 농사를 짓고 바이올린을 연주하며 아내와 아이들과 평범한 삶을 살아가고 있었습니다. 거리에서 서커스단에서 바이올린을 연주해 주면 큰 돈을 주겠다는 남자들의 이야기에 솔깃해서 그 사람들을 따라나서면서 솔로몬 노섭의 고난이 시작됩니다. 그 사람들은 솔로몬 노섭을 노예 상인에게 넘겼고 자신의 신분은 노예가 아니라 자유인이라고 아무리 말을 해도 그 누구도 들어주지 않고 심한 매질만 그에게 돌아왔습니다. 그 후 다시 자유를 찾기까지 12년의 이야기가 고통스럽게 펼쳐집니다.

책을 읽으면서 우리나라에서도 그와 크게 다르지 않은 일이 벌어지고 있다는 사실이 자꾸 떠올랐습니다. 거의 감금한것과 다름없는 상태로 노동력을 착취당하고 있다가 풀려나는 사람들의 기사가 심심찮게 등장하는걸 보면 놀랍기만 합니다. 그렇게 풀려난 사람들의 그 후의 삶은 어떻게 됐을지.... 솔로몬 노섭도 이 책을 출간한 후의 삶이 그다지 행복하지는 않았다고 합니다. 노예상인을 상대로 한 소송은 기각되고 납치범들의 재판은 흐지부지 되고 그 후의 솔로몬 노섭의 행적은 알 수 없다고 합니다. 세월이 흘러도 세상에는 또다른 솔로몬 노섭이 있습니다. 누구나 똑같은 '사람'으로 인정하는 그런 마음을 모든 사람이 지닐 수 있는 그런 날이 왔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