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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어쩌면, 어쩌면
박광수 지음 / 청림출판 / 2014년 7월
평점 :
박광수 작가의 작품을 처음 만났을 때를 기억합니다. <광수생각>은 강렬했습니다. 귀여운 그림과 글씨체, 마음을 간지럽히는 애틋한 글까지 읽고 있는 내 마음을 확 사로잡았습니다. 그 후로 박광수 작가의 작품이 등장하면 챙겨 봤고 그러면서 조금씩 시들해졌습니다. 어쩐지 내 마음은 조금씩 나이들어 가고 있는데 그의 작품은 여전히 20대의 그것 같다는 생각이 문득 들면서 점차 시들해졌습니다. <어쩌면, 어쩌면, 어쩌면>은 오랜만에 다시 읽은 박광수의 작품이었습니다. 시들했던 마음이 다시 말랑말랑해졌습니다. 그의 작품도 나처럼 나이들어가고 있고 인생을 이야기 하고 있다는걸 느낄 수 있어서 반가웠습니다.
치매에 걸린 어머니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려 하는 아들, 평생을 함께 한 반려자를 요양병원에 입원시키고 큰 슬픔을 꾹 눌러참고 있는 남편, 치매에 걸린 어머니가 해 주는 밥을 단 한번만이라도 다시 먹을 수 있기를 바라는 아들, 자신을 믿고 곁을 지켜주는 사람에게 고마워하는 사람, 부디 내 눈에 씌인 콩깍지가 벗겨지지 않기를 바라는 사람.... 이 책에 등장한 많은 이야기들에 크게 공감할 수 있었습니다. 책을 읽으면서 엄마도 생각나고, 아빠도 생각나고, 남편도 생각나고, 형제도 생각나고, 친구도 생각나고 했던건 그만큼 공감이 갔기 때문이겠지요.
세상을 살아갈수록 '산다는 것'에 대해 잘 모르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예전에 생각했던 '삶'이란 참 단순했습니다. 남들처럼 공부하고, 남들처럼 일하고, 남들처럼 결혼하고, 남들처럼 아이낳고, 남들처럼 늙어가는 게 인생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내 인생에는 온통 '남들'만 있습니다. 그저 다른 사람과 다름없는 삶을 산다는것에 초점을 맞췄습니다. 인생이란건 누구와 비교할 수 없는 것인데 그때는 그걸 몰랐습니다. 누구에게나 저마다의 삶의 무게가 있고 나름대로의 자기 길을 걸어가는게 인생인데 나는 왜그리 누구의 삶과 내 삶은 견주었을까요.... <어쩌면, 어쩌면, 어쩌면>을 읽으면서 '산다는 것'에 대해 다시한번 가만히 생각해 봤습니다. 여전히 잘 모르겠지만 내게 주어진 길을 기꺼이, 작은 것에도 행복하고 감사하며 살아야겠다는 결심은 단단해졌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