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후의 언어 - 나는 왜 찍는가
이상엽 글.사진 / 북멘토(도서출판) / 201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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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카메라가 참 흔해졌습니다. 일반 카메라뿐만 아니라 핸드폰도 카메라 기능이 훌륭하니 누구나 카메라 한 대는 지니고 다니는 셈입니다. 어딜가나 사진 찍는 사람들이 많고 쉽게 찍고 쉽게 지우는데 점점 익숙해져갑니다. 예전에 필름 카메라만 세상에 존재하고 있을 때에는 상상하지도 못할 일입니다. 필름 한 통을 아끼고 아껴서 찍어야 하니 사진 한장을 찍으려해도 신중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필름 한 통을 다 찍어도 개중에 마음에 드는 사진을 만나기도 쉽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디지털 카메라의 등장으로 사진 찍기는 쉽고 가벼운 일이 되었습니다. 디지털 카메라가 처음 등장했을 때 사진을 마구 찍어대는 내게 아빠가 필름 아깝게 무슨 사진을 그렇게 막 찍느냐고 하길래 이건 필름 없이 이렇게 찍어서 바로 사진을 확인하고 마음에 안들면 지우면 된다고 하니 깜짝 놀라던 모습도 생각이 납니다.

그렇게 사진은 누구에게나 쉽고 가벼운 일상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필름 카메라를 고집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필름 카메라만이 가진 사진의 느낌을 좋아하기 때문일겁니다. 또한 한 장, 한 장 신중하게 공들여 찍고 천천히 인화하는 그 과정을 좋아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최후의 언어>의 작가 이상엽씨도 그런 사람들 중 한 사람인가 봅니다. 전체 작업량의 30%는 필름으로 작업을 하고 취재를 갈 때면 필름 카메라 한 대는 꼭 챙겨간다고 하니 말이지요. 그가 찍은 많은 사진들 가운데 고르고 골라서 책으로 엮었습니다. 사진 속의 이야기와 그 사진을 찍은 카메라의 이야기를 차근차근 들려줍니다.

평생을 살았던 도심을 벗어나 자리잡은 고기리에서의 일상, 아들과 함께 찾아간 감시와 은폐의 땅이 되어버린 제주 강정마을의 풍경, 노동자가 노동자를 차별하는 사태가 벌어지는 울산의 송전탑, 유목민의 땅 랑무스의 풍경, 안타까운 울음이 가득 차 있는 진도 팽목항.... 그의 사진과 이야기를 가만히 듣고 있자니 많은 생각이 듭니다. 이 세상 곳곳에 살아가고 있는 평범한 사람들의 삶을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됩니다. 자신에게 주어진 길을 묵묵히 걷고 있는 수많은 보통의 사람들... 삶은 행복이 아니라 고행이라는 누군가의 말이 가만히 떠오릅니다. 삶이 고행이라고 생각하고 나면 내 인생도 제법 살만하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하던.....
책을 다 읽고 나서 첫 장부터 다시 사진을 가만히 들여다 봅니다. 처음 볼 때는 들리지 않았던 이야기들이 사진 속에서 들려옵니다. 가만히 그들의 이야기를 경청 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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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명인간
성석제 지음 / 창비 / 201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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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투명인간이 되어버렸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드는 순간이 있습니다. 이루어질 수 없는 바람일테고 이루어져서도 불편한 일이 훨씬 많을거란걸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끔은 투명인간이 되고 싶다는 생각이 듭니다. 너무나 부끄러운 순간이나 모든 것이 싫어질 때, 아무도 나를 알지 못하는 곳으로 떠나고 싶어질 때가 그렇습니다. 수많은 익명 속에 숨어 들어 있으면 편안해지듯 내 존재가 드러나지 않으면 아픈 일이 없을거라는 단순한 생각이지요. 다행히도 투명인간이 되고 싶은 순간보다는 그냥 '나'인채로 있고 싶은 순간이 훨씬 많습니다. 고단한 삶의 무게를 지탱하다가 투명인간이 되어버린 사람들의 이야기가 <투명인간> 속에 들어 있습니다.

이야기의 시작은 한강 다리위에 위태롭게 서 있는 투명인간 '김만수'를 알아 보는 또 다른 투명인간의 이야기로 시작됩니다. 김만수가 투명인간이 되기까지의 이야기가 천천히 펼쳐집니다. 산골 화전민 동네인 '개운리'에서 김만수는 3남3녀 중 둘째 아들로 태어납니다. 만석꾼 집안에서 한양 유학까지 했던 할아버지는 독립운동에 협력했다는 이유로 고초를 겪다 자산을 모두 잃고 야반도주하다시피 개운리로 숨어 들었고 만수의 아버지는 공부는 소용없다며 농사꾼의 길로 들어서고 화전민 집안의 딸과 결혼을 해서 6남매를 낳습니다. 만수는 천성이 선하고 가족을 끔찍이 여겨 자신의 온 생애를 다해 가족을 보살핍니다.

월남전에서 목숨을 잃은 큰 형을 대신해서 공부 잘하는 동생들의 학비를 위해 안하는 일 없이 일을 하고, 연탄가스를 마시고 바보가 되어버린 작은 누이를 보살피며, 어디로 가버린지 알 수 없는 동생의 아이를 자기 자식처럼 키웁니다. 김만수의 생애는 대한민국 근현대사와 그 줄기를 함께 합니다. 월남전 파병, 열악한 환경에서 노동을 해야 했던 수많은 공장의 노동자들, 연탄가스로 인한 사고들, 노조 설립과 그 파국들, 위장취업으로 대표되는 노동운동..... 김만수의 인생을 따라가다 보니 한국의 현대사를 고스란히 들여다 볼 수 있었습니다. 그렇게 치열하게 살아야 했던 하지만 치열하기 보다는 허허 웃는 모습이었던 김만수의 생애가 가슴을 먹먹하게 만듭니다.

성석제 작가에 대해선 두말 할 나위 없는 '이야기꾼'이라는 수식어가 따라다닙니다. 그의 작품은 투박하지만 마음을 잡아끄는 매력이 있습니다. 이번 작품도 역시 손에 잡는 순간부터 마음을 잡아 끌어 책을 내려 놓는 그 순간까지 작품에 몰입하게 만들었습니다. 짤막짤막하게 화자가 계속 바뀌어서 처음에는 혼란스럽기도 했지만 등장인물이 자리가 잡히고 나니 책이 끝나는 시간까지 순식간에 흘러가 버렸습니다. 성석제 작가를 오랜만에 장편으로 만나게 되어 반갑기 그지 없었고 역시나 하고 감탄 할 수 있어 행복했습니다. 그의 다음 작품아 벌써부터 기다려 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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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어는 언제나 옳다 - 연어만 생각하면 행복 충전인 그대에게
한은샘 글.그림 / 브레인스토어 / 201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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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어를 참 좋아합니다. 가끔씩은 일부러 연어를 먹기 위해 뷔페를 가서 연어를 집중 공략하기도 합니다. 연어가 느끼해서 많이 먹지 못하겠다는 사람들도 있는데 나는 연어에 케이퍼와 양파를 곁들여서 먹으면 배가 부를때까지 먹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집에서 연어를 먹는다는건 아직 엄두가 나지 않는 요리초보인지라 그저 연어 요리를 찾아다니는 것으로 만족하고 있습니다. 다행히 몇 년 전부터는 여기저기에서 연어 요리가 등장하기 시작해서 조금씩 연어 요리를 만들어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고 있습니다. 연어는 슈퍼푸드에 꼽힐 정도로 건강에도 좋다니 연어 요리를 배우고 싶은 마음이 강렬해 집니다.

<연어는 언제나 옳다>는 미술을 전공한 아가씨가 나이 스물다섯의 겨울에 연어 전문점 '온다살몬'을 차린 용감무쌍한 이야기입니다. 연어를 얼마나 좋아하기에 그동안 공부해 온 길을 접고 연어 전문점을 차렸을지 궁금한 마음으로 책을 펼쳤습니다. 물론 연어 요리법을 배워보겠다는 마음이 더 컸습니다. 책은 연어에 대한 모든 것을 담고 있습니다. 연어의 종류, 연어를 어디에서 어떻게 사야하는 지, 연어와 잘 어울리는 식품, 연어와 잘 어울리는 와인까지 예쁜 그림과 함께 친절하게 설명해 줍니다. 그리고 제일 기대되는 연어 요리들이 잔뜩 들어 있습니다.

집에서 해 먹는 연어 요리, 나들이 갈 때 먹는 연어 요리, 초대해서 대접하는 연어 요리로 나누어서 연어 요리를 소개하고 있습니다. 유자 소스 샐러드 파스타, 시금치 레몬 크림 파스타, 바질 토마토 파마산 스테이크, 아스파라거스 크림치즈 말이, 엔다이브 살사 샐러드, 레몬 크림 아몬드 스테이크 등은 한번쯤 도전해 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일단은 스테이크 쪽을 먼저 시도해 봐야겠습니다. 한 권의 책에 연어에 대한 모든것이 들어 있어 연어를 좋아하는 사람이 보면 좋은 책입니다. 연어 요리가 조금 더 다양했으면 좋겠다는 아쉬움이 남았지만 전체적으로 이용하기 좋은 책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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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기증
프랑크 틸리에 지음, 박민정 옮김 / 은행나무 / 201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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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실'하면 떠오르는 것은 밀실트릭을 다루는 추리소설들, 그리고 몇 편의 영화입니다. 영화 '큐브'와 '쏘우'는 한정된 공간 안에서 인간의 공포를 극대화시킨 탁월한 영화입니다. 자신이 어떤 이유로 그 공간에 있게 됐는지 알지도 못하는 사람들이 조금씩 조금씩 비밀에 가까이 가면서 갇혀 있는 공간에서의 그 공포감을 훌륭히 표현해 낸 영화입니다. 일단 제작비가 많이 들지 않았겠구나 싶었고 적은 제작비로 흥행을 이루어 냈으니 효용성 면에서 특출나구나 했습니다. 이렇든저렇든 한정된 공간안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는 책이든 영화든 흥미를 유발합니다. 프랑크 틸리에의 <현기증>도 그런 의미에서 나의 관심을 끌었습니다. 지하 동굴 안에서 어떤 일이 벌어질지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책을 읽었습니다.

어두운 지하동굴에서 깨어난 조나탕은 자신의 손목에 채워진 족쇄를 발견하고 깜짝 놀랍니다. 어두컴컴한 공간에서 작은 헤드램프에 의지해서 동굴 안을 돌아보다 또 다른 한 남자를 발견합니다. 그 남자는 머리에 철가면이 씌워져 있고 다른 사람과 50미터 이상 멀어지게 되면 철가면에서 폭탄이 터진다고 씌여있는 종이를 발견합니다. 이 상황이 그저 어리둥절하기만 한 두 남자는 또 다른 한 남자를 발견하게 됩니다. 그 남자는 발목에 족쇄를 하고 있습니다. 손목에 족쇄를 하고 있는 남자, 폭탄이 장착 된 철가면을 쓰고 있는 남자, 발목에 족쇄를 하고 있는 남자... 세 남자는 추위를 간신히 견뎌낼 텐트와 최소한의 식량과 연료만을 가지고 동굴 속에서 살아내야 합니다.

그들을 더욱 두렵게 하는 것은 누가, 어떤 이유로, 언제까지 그들을 이곳에 감금하고 있는지 알 수 없다는 점입니다. 무언가를 감추고 있는 듯한 서로가 점점 의심스럽기만 하고 열악한 환경으로 인해 그들은 조금씩 지쳐갑니다. 과연 그들은 어떤 이유로 그곳에 감금되어야 했던걸까요.

한정된 공간 안에서 긴 이야기를 끌어가는데는 이야기가 지루해지지 않도록 하기 위해 많은 노력이 필요합니다. <현기증>은 읽는 동안 지루하지 않게 적당한 긴장감이 유지 됩니다. 하지만 그렇게 해야 할 수 밖에 없었던 이유에 대한 표현이 조금 부족하지 않았나 싶었습니다. 반전을 위해서 그럴 수 밖에 없었나 싶기도 한데 이유에 대한 부분이 조금 더 상세하게 표현 되었다면 조금 더  공포스러웠을텐데.... 이 책으로 프랑크 틸리에라는 작가를 처음 만났는데 프랑스에서는 유명한 작가인가 봅니다. 그의 다른 작품도 읽어보고 싶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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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어쩌면, 어쩌면
박광수 지음 / 청림출판 / 201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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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광수 작가의 작품을 처음 만났을 때를 기억합니다. <광수생각>은 강렬했습니다. 귀여운 그림과 글씨체, 마음을 간지럽히는 애틋한 글까지 읽고 있는 내 마음을 확 사로잡았습니다. 그 후로 박광수 작가의 작품이 등장하면 챙겨 봤고 그러면서 조금씩 시들해졌습니다. 어쩐지 내 마음은 조금씩 나이들어 가고 있는데 그의 작품은 여전히 20대의 그것 같다는 생각이 문득 들면서 점차 시들해졌습니다. <어쩌면, 어쩌면, 어쩌면>은 오랜만에 다시 읽은 박광수의 작품이었습니다. 시들했던 마음이 다시 말랑말랑해졌습니다. 그의 작품도 나처럼 나이들어가고 있고 인생을 이야기 하고 있다는걸 느낄 수 있어서 반가웠습니다.
 
치매에 걸린 어머니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려 하는 아들, 평생을 함께 한 반려자를 요양병원에 입원시키고 큰 슬픔을 꾹 눌러참고 있는 남편, 치매에 걸린 어머니가 해 주는 밥을 단 한번만이라도 다시 먹을 수 있기를 바라는 아들, 자신을 믿고 곁을 지켜주는 사람에게 고마워하는 사람, 부디 내 눈에 씌인 콩깍지가 벗겨지지 않기를 바라는 사람.... 이 책에 등장한 많은 이야기들에 크게 공감할 수 있었습니다. 책을 읽으면서 엄마도 생각나고, 아빠도 생각나고, 남편도 생각나고, 형제도 생각나고, 친구도 생각나고 했던건 그만큼 공감이 갔기 때문이겠지요.
 
세상을 살아갈수록 '산다는 것'에 대해 잘 모르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예전에 생각했던 '삶'이란 참 단순했습니다. 남들처럼 공부하고, 남들처럼 일하고, 남들처럼 결혼하고, 남들처럼 아이낳고, 남들처럼 늙어가는 게 인생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내 인생에는 온통 '남들'만 있습니다. 그저 다른 사람과 다름없는 삶을 산다는것에 초점을 맞췄습니다. 인생이란건 누구와 비교할 수 없는 것인데 그때는 그걸 몰랐습니다. 누구에게나 저마다의 삶의 무게가 있고 나름대로의 자기 길을 걸어가는게 인생인데 나는 왜그리 누구의 삶과 내 삶은 견주었을까요.... <어쩌면, 어쩌면, 어쩌면>을 읽으면서 '산다는 것'에 대해 다시한번 가만히 생각해 봤습니다. 여전히 잘 모르겠지만 내게 주어진 길을 기꺼이, 작은 것에도 행복하고 감사하며 살아야겠다는 결심은 단단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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