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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기증
프랑크 틸리에 지음, 박민정 옮김 / 은행나무 / 2014년 7월
평점 :
'밀실'하면 떠오르는 것은 밀실트릭을 다루는 추리소설들, 그리고 몇 편의 영화입니다. 영화 '큐브'와 '쏘우'는 한정된 공간 안에서 인간의 공포를 극대화시킨 탁월한 영화입니다. 자신이 어떤 이유로 그 공간에 있게 됐는지 알지도 못하는 사람들이 조금씩 조금씩 비밀에 가까이 가면서 갇혀 있는 공간에서의 그 공포감을 훌륭히 표현해 낸 영화입니다. 일단 제작비가 많이 들지 않았겠구나 싶었고 적은 제작비로 흥행을 이루어 냈으니 효용성 면에서 특출나구나 했습니다. 이렇든저렇든 한정된 공간안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는 책이든 영화든 흥미를 유발합니다. 프랑크 틸리에의 <현기증>도 그런 의미에서 나의 관심을 끌었습니다. 지하 동굴 안에서 어떤 일이 벌어질지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책을 읽었습니다.
어두운 지하동굴에서 깨어난 조나탕은 자신의 손목에 채워진 족쇄를 발견하고 깜짝 놀랍니다. 어두컴컴한 공간에서 작은 헤드램프에 의지해서 동굴 안을 돌아보다 또 다른 한 남자를 발견합니다. 그 남자는 머리에 철가면이 씌워져 있고 다른 사람과 50미터 이상 멀어지게 되면 철가면에서 폭탄이 터진다고 씌여있는 종이를 발견합니다. 이 상황이 그저 어리둥절하기만 한 두 남자는 또 다른 한 남자를 발견하게 됩니다. 그 남자는 발목에 족쇄를 하고 있습니다. 손목에 족쇄를 하고 있는 남자, 폭탄이 장착 된 철가면을 쓰고 있는 남자, 발목에 족쇄를 하고 있는 남자... 세 남자는 추위를 간신히 견뎌낼 텐트와 최소한의 식량과 연료만을 가지고 동굴 속에서 살아내야 합니다.
그들을 더욱 두렵게 하는 것은 누가, 어떤 이유로, 언제까지 그들을 이곳에 감금하고 있는지 알 수 없다는 점입니다. 무언가를 감추고 있는 듯한 서로가 점점 의심스럽기만 하고 열악한 환경으로 인해 그들은 조금씩 지쳐갑니다. 과연 그들은 어떤 이유로 그곳에 감금되어야 했던걸까요.
한정된 공간 안에서 긴 이야기를 끌어가는데는 이야기가 지루해지지 않도록 하기 위해 많은 노력이 필요합니다. <현기증>은 읽는 동안 지루하지 않게 적당한 긴장감이 유지 됩니다. 하지만 그렇게 해야 할 수 밖에 없었던 이유에 대한 표현이 조금 부족하지 않았나 싶었습니다. 반전을 위해서 그럴 수 밖에 없었나 싶기도 한데 이유에 대한 부분이 조금 더 상세하게 표현 되었다면 조금 더 공포스러웠을텐데.... 이 책으로 프랑크 틸리에라는 작가를 처음 만났는데 프랑스에서는 유명한 작가인가 봅니다. 그의 다른 작품도 읽어보고 싶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