닉 혼비 런던스타일 책읽기
닉 혼비 지음, 이나경 옮김 / 청어람미디어 / 200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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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내가 책을 읽기 시작한 시기에 관해서는 정확한 기억이 없다. 그저 어릴적부터 책을 좋아했었다는 기억은 있지만 내가 어떤 책을 얼마나, 어떻게 읽었는지 또렷한 기억은 없다. 내가 그시절에 어떤 책을 읽었는지, 그 책을 읽고 어떤 느낌을 받았었는지 간단하게라도 기록을 해 놓았더라면 하는 아쉬운 마음이 든다.

 

그런 아쉬움에도 불구하고 나의 책읽기를 체계적으로 정리하기 시작한건 몇 년 전부터다. 네이버 카페 '책을 좋아하는 사람'을 만나고 '책읽기 기록장'이란 것을 사용하게 되면서이다. 책을 한 권, 한 권 읽을 때마다 제목과 간단한 감상기를 플래너에 적어두고 그 달이 마무리될때 쯤에 한 달 동안 읽은 책을 주욱 모아 사진을 찍고 목록을 정리해서 카페에 올리기 시작했다. 그렇게 하다보니 내가 이 달에 어떤 책들을 얼마나 읽었는지 한 눈에 볼 수 있어서 좋았고 일기장을 들춰보듯 지난 책읽기 기록장을 보면 그 때의 심정이 떠오르곤 한다.

 

<닉 혼비 런던스타일 책읽기>는 닉 혼비의 책읽기 기록장이라고 볼 수 있다. 대략 3년 동안의 책읽기에 대한 기록장인데 한 달 동안 구입한 책, 읽은 책을 정리하고 그 한 달에 대한 에세이를 적어놓았다. 가끔은 구입한 책이 너무 많아 목록을 숨기기도 하면서 읽지 못하고 쌓아 둔 책이 많음을 솔직하게 털어놓는다. 아주 아주 아주 많이 공감했다. 나도 읽지 못하고 책장에 모셔 둔 책이 많은데도 책구입을 멈추지 못하고 있다. 아니, 구입해야 할 목록은 결코 줄지 않고 늘어가기만 한다. 닉 혼비도 나와 비슷한 책욕심을 갖고 있다는데 위안을 받았다.

 

책을 읽다보니 쉽고 재미있는 책들에만 자꾸 손이 가고 편독을 한다는 생각에 나의 책읽기가 잘못된건 아닐까 하는 고민을 하게 되었다. 그러다 어느틈엔가 '그러면 어때... 그냥 내가 읽고 싶은 책들을 읽자.' 하고 생각을 정리해 버렸다. 나에게 책읽기는 즐거움인데 책읽기가 고역이 되어서는 곤란하다는 생각이 들어 내 마음 내키는대로 책을 읽겠다 생각하고 나니 마음이 가벼워졌다. 그렇게 읽고 싶은대로 읽다보니 조금씩 무거운 책에도 관심이 생기기도 해서 가끔은 무거운 책도 읽게 된다. 이 책 속에도 비슷한 내용의 이야기가 들어있다. 닉 혼비가 자꾸만 매력적으로 느껴진다....

 

<어바웃 어 보이>, <딱 90일만 더 살아볼까> 등 그가 쓴 책의 명성은 들었지만 아직 읽어보지는 못했는데 그의 책읽기 기록장을 따라가다 보니 그의 유머러스하고 거침없는 말투가 마음에 파고든다. 그의 책을 꼭 읽어보고 싶어진다. 에세이에서 느껴졌던 거침없는 말투가 그의 소설에는 어떻게 녹아들어 있을지 궁금하고 기대가 된다. 그의 책들 중에서 어떤 책부터 읽을지 행복한 고민에 빠져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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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들아, 집 지어 줄게 놀러오렴 - 산골로 간 CEO, 새집을 짓다
이대우 지음 / 도솔 / 200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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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언젠가부터 나는 시골에서 사는 삶을 동경하고 있다. 시골 사람들이 들으면 뻔뻔하다고 할런지 모르지만 농사 짓는건 자신이 없다. 조그만 텃밭에서 채소 길러먹고 마당 한켠에는 들꽃들을 심어 가꾸는 그런 일상. 맑은 날엔 빨래를 탁탁 털어 빨랫줄에 널고는 뽀송뽀송 마르기를 기다리며 책을 읽고 비오는 날엔 빗소리를 들으며 따끈한 차 한잔과 책을 읽는 그런 일상. 그런 일상을 꿈꾸며 내가 시골에서 살고 싶다고 말하면 주위 사람들은 한마디씩 거든다.

네가 시골에서 살아보질 않아서 그래...

벌레를 그렇게 무서워 하면서 어떻게 시골에서 사니...

너.. 시골 사람들 텃세가 얼마나 무서운줄 아니...

시골에서 뭐 해 먹고 살래...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시골살이에 대한 동경만 키울게 아니라 어려움도 생각해보고 고려해야 겠구나 싶어 관련된 책들을 읽기 시작했다. 행복하고 따뜻했던 이야기, 어렵고 힘들었던 이야기들을 골고루 찾아 읽으면서 조금은 차가운 마음으로 시골살이에 대해 생각해 본다. 아직은 시간적인 여유가 있으니 차근차근 고민하고 준비해야겠다는 생각이다. 이 책도 그런 준비의 한가지로 읽기 시작했다.

 

'산골로 간 CEO, 새집을 짓다'는 부제가 표지에 적혀있다. 산골과 CEO와 새집... 전혀 어울리지 않는 조합이다. 그래서 더 흥미롭다. 기자생활을 했고 CEO로 일했던 저자가 강원도 봉평의 흥정계곡에 반해 부인과 함께 정착을 하고 서울과 봉평을 오가는 생활을 하고있다. 물론 어느날 갑자기 시골생활을 결정한건 아니었다. 부부는 우리나라 곳곳을 여행했고 특히 강원도를 사랑했으며 시골생활을 꿈꾸고 있었다고 한다.

 

봉평 흥정계곡에 자리잡은 후 평소에 하고 싶었던 목공일을 취미로 시작하게 되었고 그것이 새집 짓는 일로 발전했다. 수많은 새집을 만들어 집 주위에 달아놓고 주위 사람들에게도 나누어 주다보니 새집 전시회도 두 차례나 열게 됐다. 책에 실려있는 새집 사진들을 보니 그야말로 좋아서 시작한 일이 예술의 경지에 이렀다고 할 정도다. 저자가 시골살이에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 중의 하나가 무엇을 하면서 시간을 보낼것인지 생각해야 한다는 건데 그는 새집 만드는 목공일을 찾았다. 나는 책을 읽으면 되니까 시간 보낼 염려는 안해도 되는데...

 

이 책에서도 시골살이가 녹록치 않음을 엿볼 수 있다. 생활의 불편함에서 오는 어려움 보다는 사람과의 관계로 인해서 생기는 어려움이 더 큰것 같다. 마구잡이로 들어서는 펜션으로 인해 조용한 시골이 망가져버리는 것에 대한 저자의 아쉬움도 느낄 수 있었지만 마음 한편으로 시골에서 살고는 싶지만 경제적인 문제를 해결해야 하니 그 방편으로 펜션을 선택한 사람들도 많을 거라는 안타까움도 든다. 저자의 말처럼 자연을 훼손하지 않고 자연과 동화되는 그런 소박하고 아름다운 펜션을 지으면 좋을텐데...

 

자연이 사람으로 인해 망가져가는 것에 대해 아쉬워 하는 저자의 마음에는 동의하지만 장터에서 만나는 할머니들 손에 들린 핸드폰을 안타까워 하는 그 마음에는 동의할 수 없었다. 지나친 비약일지 모르지만 혹, 저자가 옛날에 대한 향수를 위해 시골 사람들이 문명의 기기를 멀리하고 불편하게 살아야 한다고 생각하는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스치면서 중학교 때의 일이 떠올랐다. 

 

중학교때 국어 선생님이 비탈진 밭에서 구부리고 일하시는 할머니를 멀리서 찍은 사진을 보여주시면서 우리들에게 해주신 말씀이 있다. 도시 사람들은 이런 장면을 보고 멋지다, 그림 같다 라고 말하지만 이 할머니에게는 고난한 삶인 거라고... 단순히 아름다운 풍경이라고 감탄만 하면 안된다고...

 

산 좋고 물 좋은 봉평에서 새들에게 집을 지어주면서 소박하게 살아가는 저자의 삶이 부럽다. 나도 언젠가는 공기 맑은 어느곳에서 새들과 물고기들과 벌레들과 함께 책 읽으며 살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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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의 공책 - 부끄럽고 아름다운
서경옥 지음, 이수지 그림 / 시골생활(도솔) / 200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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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라는 말은 언제나 마음 한 켠을 찡하게 만든다.

어느누가 자기 엄마를 좋아하지 않을까마는 나는 가끔 남자친구에게 마마걸이 아니냐는 말을 들을만큼 엄마를 좋아한다. 무슨 유행가 가사처럼 '보고 있어도 보고싶은' 울엄마. 그렇게 좋아하는 엄마가 세상에서 제일 만만한지 내기분이 엉망일 땐 괜시리 엄마에게 부르르 화를 내고만다. 그러고는 후회가 들어 금세 쪼르르 달려가 '엄마, 미안해' 하면 '뭐가~'하고 웃어주는 울엄마. 엄마가 엄마의 엄마에게 그랬듯, 내가 엄마에게 그랬듯, 이 다음에 내 딸도 나에게 그럴테지... 엄마에게 진 빚을 딸에게 갚는게 세상 딸들의 업보인가보다.

 

내 마음을 울리는 영원한 테마 '엄마'가 제목에 떡하니 들어 앉아있는 <엄마의 공책>을 나는 그냥 지나칠 수가 없었다. 엄마가 글을 쓰고 딸이 그림을 그렸다는 책소개가 내 마음을 잡아 끈다. 그림솜씨도 글솜씨도 없는 나로써는 부럽기가 그지 없다. 엄마의 공책 안에는 어떤 이야기가 들어있을지 얼마나 따뜻한 이야기로 마음을 울릴까 하는 기대감으로 책장을 넘긴다. 

 

저자와 친정엄마, 시어머니 그리고 딸. 때로를 친정엄마의 엄마 이야기까지 저자의 일상적인 이야기들이 차곡차곡 들어있다. 아흔의 나이에도 새로운 배움에 몰두하시는 친정엄마의 이야기는 아직은 젊은 내게도 느끼는 바가 많았다. 너무 늦은게 아닌가 조바심하고 있는 내게 '지금 시작해도 늦지않아'라고 등을 토닥여주는 듯하다. 치매에 걸리신 시어머니와 함께 상상 속에서 하는 쇼핑도 기억에 남는 장면이다.

 

굳이 말하자면 이 책을 읽는 동안 내가 기대했던 따뜻함은 느끼지 못했다. 내가 기대했던 이야기들은 조금 더 소박하고 끈끈한 이야기였다면 이 책 속의 이야기들은 조금은 화려하고 세련되게 느껴진다. 소박한 시골 밥상을 기대하고 들어간 밥집에서 만난 격식 갖춘 한정식 한 상을 받은 느낌이랄까. 명문가였던 집안 이야기나 좋은 교육을 받고 좋은 환경에서 자란 이야기, 잘나가는 주위 사람들 이야기... 

 

어릴적 피아노 레슨을 받았는데 형편이 어려워 큰집에 있는 피아노를 쳤다는 이야기는 좀 뜨악했다. 1950-60년대임을 감안하면 큰집으로 피아노를 치러가는게 어려운 형편이랄 수 있을까... 일부러 그렇게 의도하진 않았겠지만 너무 아름답고 좋은 쪽만을 보여주려고 한게 아닌가 싶다. 때로는 힘들고 부끄러웠던 이야기들이 사람의 마음을 더 따뜻하게 만들기도 한다. 나는 그런 이야기를 기대했었다.

 

책의 중간쯤 약간 두꺼운 종이에 그려진 딸의 그림은 색연필로 쓱싹쓱싹 그려낸듯 따뜻한 느낌이 들었다. 그림을 그린 딸은 미국에서 전시회도 하고 그림책으로 상도 받았다고 한다. '엄마를 위한 그림책'이라는 글이 앞장에 적혀있길래 또 하나의 독자적인 그림책인줄 알았는데 엄마의 이야기를 삽화처럼 그려낸거였다. 차라리 딸의 그림들이 엄마의 이야기 속에 한 장 한 장 삽입되어 있으면 더 좋지 않았을까 한다. 그랬다면 이야기과 그림이 멋지게 조화를 이루지 않았을까.... 아직 읽지 못한 이야기의 그림들은 책을 다 읽고나서 다시 보니 눈에 더 잘 들어온다.

 

저자가 좋아했다던 반닫이와 재봉틀, 반짇고리들은 나도 평소에 관심 있어 하는 것들이어서 귀가 쫑긋해졌다. 날이 더 더워지기 전에 인사동 골목을 걸어봐야겠다. 부디 인사동 골목에서만큼은 내 마음에 든 한국적인 것들이 'Made In China' 딱지를 달고 있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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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이 번지는 곳 크로아티아 In the Blue 1
백승선.변혜정 지음 / 쉼 / 200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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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생을 돌아다닌다해도 다 볼 수 없을만큼 많은 나라들 중에 내가 평생에 가 볼 수 있는 나라는 몇 곳이나 될까. 직업적인 여행가도 아니고 시간과 돈이 남아돌아 제한없이 여행할 수 있는 극속수의 부유층도 아닌 나같은 보통 사람들이 할 수 있는 여행의 횟수는 제한적이기 마련이다. 그렇다면 한 번 가더라도 남들이 많이 가는 곳보다는 내가 꼭 가보고 싶은 곳을 가는게 좋지 않을까. 너무도 많은 아름다운 곳들중에 우선순위를 매겨 가보려면 일단 많이 알아야한다. 그런 생각에 언젠가부터 여행서를 찾아 읽기 시작했다. 물론 떠나지 못하는 아쉬움을 달래보려는 마음도 있지만...

 

크로아티아.

익숙하지만 낯선 이름이다. 귀에는 익숙하지만 아는 것은 별로 없는 나라였다. 고작해야 떠오르는건 '축구'와 '내전' 정도였는데 그런 의미에서 나는 크로아티아란 나라에게 미안하다. '한국'이라는 나라에 대해 물었을 때 '한국전쟁'을 먼저 떠올리는 외국인들을 보고는 기분 나빠했던 내가 똑같은 실수를 저질렀으니 말이다. 나는 '내전'이란 단어 대신에 '아름답다'라는 말을 먼저 떠올려야 했다. 크로아티아는 '진정한 낙원'이라고 불리기도 하고 세계문화유산, 세계자연유산으로 지정된 곳을 지닌 아름다운 나라라는 사실을 먼저 떠올려야 했다. 물론 이제는 잘 알고 있다. 크로아티아는 너무도 아름다운 곳이란걸...

 

때로는 수많은 말보다 한 장의 사진이 더 많은 말을 건내기도 한다. <행복이 번지는 곳, 크로아티아>는 그런 의미에서 수많은 말을 건내고 있다. 많은 글밥보다는 많은 사진들로.... 푸르다 못해 청록빛을 띈 바다와 색색의 옷들이 널려있는 빨간 지붕의 집들, 오랜 세월로 반들반들해진 도로, 성벽들, 그리고 사진 속의 여유로운 사람들까지 내게 말은 건낸다.

'잘봐... 참 아름답지... 나는 행복해... 너는 행복하니...' 내 심장이 조금씩 두근거리기 시작한다. 떠...나...고...싶...다...

 

한 장의 사진만으로도 떠나고 싶어지는 여행지가 또 한곳 생겼다. 내 마음이 헤퍼서가 아니라 이 세상에는 아름다운 곳이 너무 많기 때문이리라. 내 수첩 한 곳에 얌전히 적어놓는다. '크로아티아'는 제일 위에 자리잡는다.

플리트비체.

그 곳을 알게된 것만으로도 나는 이 책을 읽은 보람이 있다. 너무나 아름다운 그 곳을 직접 가보겠다는 목표가 또렷이 생긴 지금... 나는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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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심장을 쏴라 - 2009년 제5회 세계문학상 수상작
정유정 지음 / 은행나무 / 200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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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처음 이 책에 눈길이 갔던 이유는 '세계문학상 수상작'이라는 타이틀 때문이었다. 역대 수상작이었던 '미실'과 '아내가 결혼했다'를 읽으면서 '세계문학상'은 독특한 스타일의 작품을 선호한다는 느낌을 받았었는데 이번 수상작 역시 표지부터 심상치가 않다. 환자복을 입은 남자들이 침대 위를 뛰어다니는 표지의 삽화와 <내 심장을 쏴라>라는 제목에서부터 뭔가 강렬한 느낌이 온다. 그닥 적중률이 높지 않은 나의 예감이 이번에는 맞아 떨어졌다. 이 책은 심상치 않았다.

 

미쳐서 갇힌 자와 갇혀서 미쳐가는 자.

정신병원에 존재한다는 두 부류의 인간이라고 이 책에서 말한다. 가끔씩 재산문제로 다투다 가족을 정신병원에 강제입원 시켰다거나 하는 뉴스들을 듣게되는걸 보면 갇혀서 미쳐가는 자가 정말로 있기는 한가보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미친사람의 경계는 어디쯤일까. 스스로는 미치지 않았다고 믿고있고 또 아무리 그렇게 말을 해도 주위의 사람들이 미쳤다고 입을 모아 말한다면 나는 미친사람일거다. 내가 아무리 억울해 하더라도 말이다.

 

<내 심장을 쏴라>에도 이렇게 억울한 정신병원 환자가 등장한다. 재벌가의 아들로 재산 상속을 둘러싼 싸움으로 정신병원에 강제입원 당한 류승민. 속칭 '라이터'로 불리는 방화범이라는 병명(?)으로 입원했지만 그건 어렸을적에 벌였던 일이다. 지금은 그저 하늘을 날고픈 그를 세상은 믿어주지 않는다. 승민에게 '미스리'라 불리는 또 한 명의 주인공 이수명. 그는 엄마의 죽음을 목격한 충격으로 정신병원을 들락거리게 되고 아버지는 수명이 죽을때까지 있어야 할 곳이라면서 수리 희망병원에 입원시킨다.

 

승민을 두려워하고 피하기만 했던 수명이 점차 그를 이해하고 받아들이면서 둘은 병원 탈출을 꿈꾼다. 오히려 유약하기만 한 수명이 끊임없이 스스로를 괴롭히는 승민의 탈출을 도왔다고 보는게 옳겠다. 승민과 수명이 어둠을 뚫고 수리봉에 오르고 감춰뒀던 장비로 승민은 하늘을 날고 그런 승민을 보면서 수명은 자신을 가두고 있던 틀을 깨뜨리게 되는 장면은 영화의 한 장면 같았다. 영화로 만들어도 멋지겠다는 생각이 든다.

 

영화로 만들어도 좋겠다는 느낌 때문인지 이 책을 만나는 동안 영화 <뻐꾸기 둥지위로 날아간 새>가 떠올랐다. 자기발로 정신병원에 들어와 줄곧 여유만만한 모습을 보였지만 점점 망가져가던 맥 머피와 승민이 오버랩되었다. 폐쇄된 정신병동에서 스스로의 자각은 그다지 신뢰받지 못한다. 승민도 맥 머피처럼 결국엔 좌절하고 부서져버리고 말까봐 조마조마했다.

 

<내 심장을 쏴라>는 시종일관 간결한 문체로 피식피식 웃게 만든다. 하지만 결코 가볍게만 볼 수 있는 소설은 아니다. 폐쇄된 공간에서 사람이 사람을 지배하고 감금할 수도 있음을, 그래서 그 사람의 정신을 피폐하게 만들수도 있음을 보여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은 자기 생의 끈을 놓지 않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음을 느끼게 해준 고맙고 유쾌한 소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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