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들아, 집 지어 줄게 놀러오렴 - 산골로 간 CEO, 새집을 짓다
이대우 지음 / 도솔 / 200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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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부터 나는 시골에서 사는 삶을 동경하고 있다. 시골 사람들이 들으면 뻔뻔하다고 할런지 모르지만 농사 짓는건 자신이 없다. 조그만 텃밭에서 채소 길러먹고 마당 한켠에는 들꽃들을 심어 가꾸는 그런 일상. 맑은 날엔 빨래를 탁탁 털어 빨랫줄에 널고는 뽀송뽀송 마르기를 기다리며 책을 읽고 비오는 날엔 빗소리를 들으며 따끈한 차 한잔과 책을 읽는 그런 일상. 그런 일상을 꿈꾸며 내가 시골에서 살고 싶다고 말하면 주위 사람들은 한마디씩 거든다.

네가 시골에서 살아보질 않아서 그래...

벌레를 그렇게 무서워 하면서 어떻게 시골에서 사니...

너.. 시골 사람들 텃세가 얼마나 무서운줄 아니...

시골에서 뭐 해 먹고 살래...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시골살이에 대한 동경만 키울게 아니라 어려움도 생각해보고 고려해야 겠구나 싶어 관련된 책들을 읽기 시작했다. 행복하고 따뜻했던 이야기, 어렵고 힘들었던 이야기들을 골고루 찾아 읽으면서 조금은 차가운 마음으로 시골살이에 대해 생각해 본다. 아직은 시간적인 여유가 있으니 차근차근 고민하고 준비해야겠다는 생각이다. 이 책도 그런 준비의 한가지로 읽기 시작했다.

 

'산골로 간 CEO, 새집을 짓다'는 부제가 표지에 적혀있다. 산골과 CEO와 새집... 전혀 어울리지 않는 조합이다. 그래서 더 흥미롭다. 기자생활을 했고 CEO로 일했던 저자가 강원도 봉평의 흥정계곡에 반해 부인과 함께 정착을 하고 서울과 봉평을 오가는 생활을 하고있다. 물론 어느날 갑자기 시골생활을 결정한건 아니었다. 부부는 우리나라 곳곳을 여행했고 특히 강원도를 사랑했으며 시골생활을 꿈꾸고 있었다고 한다.

 

봉평 흥정계곡에 자리잡은 후 평소에 하고 싶었던 목공일을 취미로 시작하게 되었고 그것이 새집 짓는 일로 발전했다. 수많은 새집을 만들어 집 주위에 달아놓고 주위 사람들에게도 나누어 주다보니 새집 전시회도 두 차례나 열게 됐다. 책에 실려있는 새집 사진들을 보니 그야말로 좋아서 시작한 일이 예술의 경지에 이렀다고 할 정도다. 저자가 시골살이에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 중의 하나가 무엇을 하면서 시간을 보낼것인지 생각해야 한다는 건데 그는 새집 만드는 목공일을 찾았다. 나는 책을 읽으면 되니까 시간 보낼 염려는 안해도 되는데...

 

이 책에서도 시골살이가 녹록치 않음을 엿볼 수 있다. 생활의 불편함에서 오는 어려움 보다는 사람과의 관계로 인해서 생기는 어려움이 더 큰것 같다. 마구잡이로 들어서는 펜션으로 인해 조용한 시골이 망가져버리는 것에 대한 저자의 아쉬움도 느낄 수 있었지만 마음 한편으로 시골에서 살고는 싶지만 경제적인 문제를 해결해야 하니 그 방편으로 펜션을 선택한 사람들도 많을 거라는 안타까움도 든다. 저자의 말처럼 자연을 훼손하지 않고 자연과 동화되는 그런 소박하고 아름다운 펜션을 지으면 좋을텐데...

 

자연이 사람으로 인해 망가져가는 것에 대해 아쉬워 하는 저자의 마음에는 동의하지만 장터에서 만나는 할머니들 손에 들린 핸드폰을 안타까워 하는 그 마음에는 동의할 수 없었다. 지나친 비약일지 모르지만 혹, 저자가 옛날에 대한 향수를 위해 시골 사람들이 문명의 기기를 멀리하고 불편하게 살아야 한다고 생각하는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스치면서 중학교 때의 일이 떠올랐다. 

 

중학교때 국어 선생님이 비탈진 밭에서 구부리고 일하시는 할머니를 멀리서 찍은 사진을 보여주시면서 우리들에게 해주신 말씀이 있다. 도시 사람들은 이런 장면을 보고 멋지다, 그림 같다 라고 말하지만 이 할머니에게는 고난한 삶인 거라고... 단순히 아름다운 풍경이라고 감탄만 하면 안된다고...

 

산 좋고 물 좋은 봉평에서 새들에게 집을 지어주면서 소박하게 살아가는 저자의 삶이 부럽다. 나도 언젠가는 공기 맑은 어느곳에서 새들과 물고기들과 벌레들과 함께 책 읽으며 살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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