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물고기 쉽게 찾기 호주머니 속의 자연
노세윤 지음 / 진선북스(진선출판사) / 200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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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티비에서 최면을 통해 전생을 보는 프로그램이 방송된 적이 있다. 그 프로그램을 보면서 만일 전생이 있다면 나의 전생은 무엇일까 하고 혼자 생각해 본 적이 있었는데 생각 끝에 나온 결론은 '물고기'였다. 실개천, 계곡, 강, 바다... 저수지까지 물이 있는 곳이면 무작정 좋아하는걸 보면 나의 전생은 물고기였지 않았을까 싶다. 친구에게 그런 말을 하니 물고기 중에서도 넓은 물을 한없이 그리워한 어항 속 물고기였을 거라나.

 

여행을 가서도 꼭 물가에 들러 춥지 않으면 발이라도 담그고 추운 날씨엔 가만히 흐르는 물을 바라보고라도 와야 행복하고 여행한 기분이 든다. 그렇게 물을 좋아하면서도 물고기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했다. 겨우 붕어, 잉어, 송사리, 미꾸라지, 쉬리 등 널리 알려진 것들의 이름만 들어 알고있을 뿐 막상 비슷한 물고기를 눈앞에 놓고 구분하라고 하면 아마 한 마리도 제대로 찾지 못할거다. 물고기 이름과 모양이라도 제대로 짝지어서 알고 있고 싶어 이 책을 읽기 시작했다.

 

<민물고기 쉽게찾기>는 우리나라에 서식하는 물고기 130종의 그림과 사진, 상세한 설명을 싣고 있다. 전체 모습 뿐만 아니라 부분적인 모습의 사진도 여러장씩 곁들여져 있어서 책을 보는 재미가 있다. 설명도 너무 과하지 않고 '형태', '생활', '먹이', '분포' 등으로 구분해서 적당하게 설명하고 있어서 어른 뿐만 아니라 아이들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아이들이 동물도감이나 곤충도감에 푹 빠져서 읽듯이 나도 이 물고기 사진들에 푹 빠져 버렸다.

 

이 책은 물고기 도감이라 할 수 있지만 생각보다 책의 크기는 작았는데 직접 들고 물가에 가서 고기들을 찾아보기에 편하겠다 싶다. 안그래도 이 책을 들고 몇 번 물가에 다녀왔다. 예전 같아서는 그저 뭉뚱그려 물고기라고 불렀을 아이들을 이 책을 통해 찾아보니 배스, 꺽지, 송사리였다. 특히 배스는 외래종으로 우리 토종 물고기를 잡아먹어서 개체수를 급감시키고 있어 '생태계교란야생동.식물'로 지정되어있다는 설명도 볼 수 있었다. 원래 물고기를 잡으면 바로 놓아주는데 이 배스라는 녀석은 우리 토종 물고기들을 위해 마음은 아팠지만 땅에 묻어버렸다. 무섭게 생긴 꺽지는 바로 놓아주고 귀여운 송사리는 잠시 데리고 놀다 놓아주었다. 송사리가 바로 도망가지 않고 잠시 머무는 듯하게 느낀건 나만의 착각이였으려나.

 

물고기를 좋아하는 사람이나 아이가 있는 집에는 한 권쯤 장만해 두고 여행지에서 만나는 물고기들의 이름을 찾아보면 나름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을것 같다. 토종 물고기들이 더 사라지기 전에 씨를 말리는 불법 어획을 엄격히 금지하고 맑은 물을 만들기 위해 사람들이 많이 애써야겠다. <민물고기 쉽게찾기> 한 권 들고 떠나게 될 올 여름 휴가가 마구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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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서아 가비 - 사랑보다 지독하다
김탁환 지음 / 살림 / 200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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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 중독까지는 아니지만 커피를 자주 마신다. 보통은 연한 블랙으로 아메리카노를, 온갖 스트레스를 받았을 때나 마음이 울적해 단것이 먹고 싶어질땐 카라멜 마끼아또를 마신다. 커피 애호가들처럼 온갖 커피들 각각의 향을 구분해서 느끼는 미각을 갖고 있지 않는 나는 이렇게 두가지 커피로 만족하는 소박한 커피 소비자다. 어떤 사람들은 잠을 쫓기 위해 커피를 마시기도 하던데 나는 무딘 체질이라 그런지 커피를 아무리 많이 마셔도 잘 잔다.

 

서양의 것으로 생각하는 커피를 고종황제가 즐겨 마셨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땐 의아했다. 고종과 커피라... 어쩐지 어울리지 않는 조합아닌가. 거기에서 한걸음 더 나아가 고종에게 커피를 끓여서 올렸던 여자 바리스타의 이야기를 소설화했다니 정말 놀랍기만 했다. 바리스타라는 직업을 몇 년 전 드라마 속에 등장하는 것을 보고 처음 알았는데 조선후기에 이미 바리스타가 있었다니 책 속의 그녀 이야기가 궁금하기 짝이 없었다.

 

대대로 역관이었던 집안의 외동딸로 태어난 따냐는 어느날 갑자기 몰아닥친 불행으로 인해 국경을 넘는다. 역관으로 승승장구 하던 아버지가 청나라에서 나라의 물품을 빼돌려 달아나다 죽었다는 소식을 따냐는 믿을 수 없었지만 노비가 되지 않기 위해 국경을 넘어 러시아에 정착한다. 유창한 러시아어 실력으로 사기단에 합류해 귀족들에게 숲을 파는 사기를 벌이고 다른 사기단 무리에서 활동하던 '이반'이라는 조선 남자를 만나 사랑을 하게되고 이반의 제안으로 조선으로 돌아온다.

 

어릴적 아버지와 마셨던 노서아 가비(러시아 커피)를 좋아했던 따냐는 고종의 바리스타가 된다. 겉으로 드러난 임무는 바리스타지만 그녀에게는 숨겨진 임무가 있었다. 시간이 흐를수록 따냐는 이반을 의심하게 되고 아버지의 죽음에 이반이 연관되어 있음을 알게된다. 끊임없이 속고 속이는 인생을 살았던 그녀의 마지막 선택은 과연 무엇일까.

 

이야기는 쉼없이 흘러가고 책의 첫 장을 넘기고 마지막 장을 덮을 때까지 긴 시간이 필요치 않았다. 역사 속에서 나약한 왕으로 여겨지는 고종의 고뇌와 번뇌의 깊이를 조금이나마 느낄 수 있었다. 주위의 누구도 믿을 수 없었던 고종과 사랑하는 사람조차 믿을 수 없었던 따냐는 닮은 꼴이다. 그랬기에 따냐는 고종의 죽음을 막기 위해 노력했던건 아닐까.

 

책을 읽는 동안 내 곁에 커피는 없었지만 고소하고 쌉싸름한 커피향이 느껴지는 듯했다. 노서아 가비와 담배 한 개피가 필요했던 외로운 따냐가, 목숨을 지키기 위해 다른 나라의 힘을 빌리고자 했던 고종이 한없이 안쓰러웠다. 따냐처럼 고종처럼 나도 진한 커피 한 잔이 필요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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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에 걷다 노블우드 클럽 4
존 딕슨 카 지음, 임경아 옮김 / 로크미디어 / 200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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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존 딕슨 카를 잘 안다면 당연히 이 책을 읽을 것이다.'

'당신이 존 딕슨 카를 모른다면 마땅히 이 책을 읽어야 한다.'

 

책의 띠지에 앞 뒤로 써 있는 문구가 자뭇 도발적이다. 결국은 존 딕슨 카를 잘 알던 모르던 간에 이 책을 읽어야 한다니 대단한 자신감이다. 나는 존 딕슨 잘 알지는 못해도 <황제의 코담뱃갑>을 읽었고 트릭으로 유명한 작가라는 것은 알고 있었다. 기회가 되면 또다른 작품들을 만나보고 싶다 생각하고 있었다. 로크미디어에서 '존 딕슨 카 시리즈'가 계속 나올것이고 그의 데뷔작 <밤에 걷다>가 그 스타트를 장식한다니 읽지 않을수 없었다. 띠지의 문구가 다른 하나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하나는 맞았다.

 

추리소설에 자주 등장하는 트릭이 '밀실트릭'이다. 누군가 밖에서 침입한 흔적도 없고 안에는 아무도 없는 밀실에서 벌어지는 살인사건을 추리해 나가는 트릭은 자주 만나게 되는 설정이지만 읽을 때마다 감탄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밀실트릭이 흥미로운 설정이다보니 추리소설에 그만큼 많이 등장하는게 아닐까 싶다.

 

우연찮게도 내가 읽은 존 딕슨 카의 책 <황제의 코담뱃갑>과 <밤에 걷다> 두 권 모두 밀실트릭이 쓰였다. 그 뿐 아니라 전남편과 현재의 약혼자가 등장하는 것도 유사하다. 얼핏 그의 다른 책도 모두 비슷한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지만 책을 읽어갈수록 거장의 데뷔작다운 흡인력이 느껴졌다.

 

이야기의 화자인 '나'는 아버지의 친구인 경시청 총감이 방코랭이 전하는 흥미로운 이야기를 듣고 사건에 뛰어든다. 전남편 로랑에게 살해당할 뻔 했던 루이즈 부인은 유명한 스포츠맨인 살리니 공작과의 재혼을 앞두고 있다. 로랑이 정신병원을 탈출해서 성형수술을 받아 전혀 다른 얼굴이 되었고 며칠 전 협박편지를 받은 살리니 공작은 방코랭에게 수사의뢰를 하게된다. 루이즈와 살리니의 결혼식날, 결혼식 후 신혼여행 대신 선택한 펠리니 가게에 모두 모여있다. 그곳 카드룸에서 살리니 공작은 살해 당하고 방코랭과 '나'는 밀실 살인의 범인을 쫓기 시작한다.

 

미스터리 소설을 읽다보면 여러 유형의 탐정들을 만나게 된다. 너무나 유명한 홈즈도 있고 챈들러의 필립 말로도 있고 일본 미스터리에도 수많은 탐정들이 등장한다. 이 책에도 탐정은 아니지만 경시청 총감인 방코랭이 등장한다. 하지만 방코랭의 탐정으로서의 매력은 내게 그리 크게 다가오지 않는다. 처음부터 그냥 다 알고 있다는 식의 그의 태도는 꼬인 실타래를 하나씩 풀어나가는 미스터리의 맛을 감소시킨다. 부딪히고 깨지고 실수하고 결국은 범인을 밝혀내는 그런 수사관이 나는 더 좋다.

 

그런 아쉬움에도 불구하고 책을 손에서 놓을수 없을 만큼의 재미는 있었다. 이 책을 시작으로 존 딕슨 카의 다른 책들이 줄줄이 출간될것 같으니 마음의 준비를 해야겠다. 그의 책들을 읽으며 여름 무더위를 이기는것도 좋은 피서가 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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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가니 - 공지영 장편소설
공지영 지음 / 창비 / 200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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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는 내내 불편했다. 무진시의 자욱한 안개가 내 마음에도 끼었는지 마음은 둘 곳을 모르고 헤매고 자꾸만 헛기침을 하고 눈물도 찔끔거렸다. 그렇게 처음부터 끝까지 쭈~욱 불편했다. 무엇이 나를 그토록 불편하게 했는지 책을 다 읽고 나서도 정체를 알 수 없었다. 하지만 서평을 쓰려고 모니터를 가만히 들여다 보고 있는 지금 문득 떠오르는 생각이 하나 있다. 이 책에서 세상과 적당히 타협해가면서 불편한 진실을 외면하고 살고픈 부끄러운 내 마음을 마주친게 아닐까.

 

안개가 자욱한 무진시의 청각 장애인 학교인 '자애학원'에 기간제 교사로 내려오게 된 강인호. 그는 대학시절 잘 나가던 선배인 서유진이 이혼후 아픈 아이와 노모와 함께  무진시에 살고 있다는걸 알게되고 그녀의 도움으로 집도 얻는다. 그녀는 무진시 인권센터에서 일하고 있다. 강인호가 자애학원에 첫출근 하던 날부터 교장과 행정실장의 당황스러운 언행을 목격하게 된다. 하지만 그건 시작일 뿐이었다. 아이들이 오랜 세월동안 교장과 행정실장, 생활지도교사에게 폭행과 성적인 폭력을 당해왔다는걸 알게되고 서유진과 함께 '자애학원'을 상대로 법정 싸움을 벌이게 된다.

 

그들의 법정 다툼은 명명백백해 보인다. 죄를 지은 사람들, 입에 담기도 싫을만큼 지독히도 나쁜 죄를 지은 사람들과 피해를 입은 사람들의 다툼이니 죄를 지은 자들은 벌을 받고 피해를 입은 아이들은 보호를 받는게 너무나 당연하다. 하지만 그 당연한 일이 쉽게 이루어지지 않는다. 안개에 갇혀 철옹성 같은 무진시의 고위 관직자들은 하나의 덩어리로 뭉쳐져 있다. 같은 학교로, 같은 교회로, 또 같은 가진 사람들이란 이유로... 경찰은 제대로 수사하지 않고 교육청의 장학관과 시청은 서로 책임을 미루고 교회의 목사는 신도가 그럴리가 없다며 교회사람들과 함께 자애학원을 두둔한다. 일이 이상하게 돌아가기 시작한다.

 

어쩌면 나는 처음부터 선량한 사람들이 이기지 못할 거라 짐작했는지도 모르겠다. 서유진은 강인호에게 보내는 편지 속에서 '아이들이 이렇게 대견하게 커가는 것을 보면 우리가 꼭 진 것일까' 하는 생각이 든다고 말한다. 물론 그런 의미에서 그들은 진 것이 아닐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들에게 지울수 없는 지독한 상처를 입혔던 사람들이 버젓이 잘 살고 있는 모습을 보면 선함이 졌다고 느껴지고 원통함을 지울 수가 없다.

 

아이들이 자신이 당한 폭력과 성폭력을 진술하는 부분에서는 책읽기를 잠시 멈추고 숨을 고를 수 밖에 없었다. 그대로 끝까지 읽을 수가 없었다. 진술을 듣던 서유진이, 강인호가, 수화통역사가 차마 듣지 못하고 괴로워한 것처럼 내 마음도 너무 아팠고 눈물만 하염없이 흘리고 말았다. 과연 사람이라는 존재가 어디까지 잔인할 수 있는지 가해자들의 행동을 보면 끔찍하기만 하다.

 

이 소설은 실제로 일어났던 청각장애인 학교내의 성폭력 사건을 토대로 쓴 것이라고 한다. 지금도 이 하늘아래에서 이같은 고통을 받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이 기가 막힐 뿐이다. 부디 가진 자가 그것만으로 면죄부를 받게 되는 어처구니 없는 일이 더이상은 일어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 든다. 너무나 당연한 그것이 왜 이리 어려운건지...

 

"진실은 가끔 생뚱맞고 대개 비논리적이며 자주 불편하다. 진실 아닌 것들이 부단히 노력하며 모순된 점을 가리고 분을 바르며 부지런을 떠는 동안 진실은 그저 누워서 감이 입에 떨어지기만을 기다리고 있는지도 모른다." (p. 1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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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러진 화살 - 대한민국 사법부를 향해 석궁을 쏘다 우리시대의 논리 12
서형 지음 / 후마니타스 / 200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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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사람들에게 법원은 가급적이면 멀리해야 할 곳으로 여겨진다. 나도 인생을 살아가면서 가급적이면 법원에 갈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잠깐 돌려서 생각해 보면 이상한 일이다. 법이란 선량한 사람들을 보호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 아닌가. 그렇다면 나처럼 선량한(?) 보통 사람들에게 법원은 든든한 곳이어야 맞는게 아닐까. 내가 억울한 일을 당하면 법에 호소하고 법은 나를 지켜줄거라는 확신이 내게는 왜 없는걸까.

 

한 때 '석궁 테러'라는 이름으로 사회를 떠들썩하게 했던 사건이다. 이 책을 읽고 나서 '테러'라는 표현은 옳지 않다고 생각되지만 그렇다고 사건 당사자인 김명호 교수의 주장처럼 '석궁 시위'로 부르는 것도 그다지 탐탁치 않으니 '석궁 사건'이라 통칭해야겠다. 석궁 사건은 판결에 불만을 가진 대학교수가 석궁을 들고 담당 판사의 집앞에 찾아가 다툼을 벌인 사건으로 알고 있었다. 그 사건을 접하고는 그저 '얼마나 억울했으면 판사를 찾아가 그런 일을 벌였을까'하고 가볍게만 생각했었다. 세상에는 그 일 말고도 눈이 핑핑 돌 정도로 많은 일들이 벌어지고 있으니 내게 '석궁 사건'은 그냥 그렇게 잊혀졌다.

 

<부러진 화살>을 마주하면서 내가 알지 못하고 지나쳤던 진실은 어떤 모습일지 궁금함이 컸다. 어쩌면 한 때 이슈가 되었던 사건의 뒷이야기들이 궁금해서 이 책을 집어 들었는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이 책은 나를 분노하게 만들었고 허탈하게 만들었으며 무기력하게도 만들었다. 최고의 두뇌들이 모였다는 대한민국 사법부가 이토록 졸렬할 수 있음이 나를 분노케 했고, 법을 집행 한다는 사람들의 위법행위들이 나를 허탈하게 만들었으며 선하게만 산다고 해서 법이 꼭 내 편이 되주진 않음이 나를 무기력하게 만들었다.

 

성균관대학교 수학과 조교수였던 김명호 교수는 1995년 대학별 입학 고사 수학 문제 채점 위원으로 들어가게 되었다. 그곳에서 출제된 문제의 심각한 오류를 발견하고 시정해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학교측에서는 조용히 덮고 넘어가길 바랬고 잘못된 문제에 대해 모범답안을 만들고 부분 점수 채점 방식을 택하고 김 교수를 채점 위원에서 빼버리는 방법을 택한다. 그 후로 김 교수는 당연시 됐던 부교수 승진에서 탈락하고 조교수 재임용에서도 탈락되고 만다.

 

곧바로 김 교수는 법원에 재임용 탈락이 잘못되었고 부교수로 승진 임용하라는 소송을 제기했지만 받아들여 지지 않는다. 김 교수는 해외로 나가 10년의 세월을 힘겹게 보내고 귀국해 다시 소송을 제기한다. 하지만 또 다시 받아들여 지지 않고 판사가 법전에 적힌 그대로 판결하지 않았다며 석궁 사건을 벌이게 된다. 김 교수는 몸싸움을 벌이다가 담당 판사가 상처를 입은거라 주장하고 판사는 김 교수가 자신을 겨냥해 석궁을 발사 했다고 주장한다.

 

이 책은 법정에서 있었던 변론들을 제법 상세하게 다루고 있는데 읽고 있자니 너무 어이가 없어 웃음이 나올 지경이었다. 유죄를 입증해야 할 검사들은 명확한 증거도 제시하지 않고 중립을 지켜야 할 판사는 이미 김 교수의 유죄를 확정하고 판결에 임하는 듯이 보인다. 물론 김 교수가 석궁을 들고 담당 판사를 찾아간 것에 대해서는 죄를 물어야 겠지만 그 어떤 확실한 증거도 없음에도 살인미수의 혐의를 두는 것은 너무 한 처사 아닌가. 김 교수에게 살인 할 의도가 있었음을 증명할 어떠한 증거도 없는데 말이다.

 

김 교수측이 신청하는 증인은(사건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증인들이다) 받아들여 주지 않고, 중요한 증거품인 사라져 버린 부러진 화살에 대한 부분을 조사해 달라는 요청도 받아들여 주지 않는다. 피해자의 옷 등에 묻은 혈액이 누구의 것인지 검사해 달라는 요구도 받아들여 지지 않는다. 이런 어처구니 없는 일이 대한민국 사법부에서 벌어졌다. 책을 읽는 동안 정말 너무한다는 말이 끊임없이 입에서 맴돌았다. 더구나 판사가 몇 번이나 바뀌었음에도 불구하고 달라지는 것은 없었다. 결국 법대로 처리해 달라고 요구했던 김 교수는 4년형을 받고 교도소에 수감중이다.

 

지금 내가 쓴 서평은 한 쪽으로 치우쳐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이 책의 저자는 시종일관 감정은 배제하고 사건을 있는 그대로 보여준다. 김 교수 이외에도 법원 앞에서 1인 시위를 하는 사법 피해자들을 만난 인터뷰도 실려 있고 '석궁 사건'을 바라보는 다양한 시선들의 이야기도 실려있다. 이 책으로 처음 만났지만 저자의 또 다른 책도 읽고 싶어졌다.

 

물론 대한민국의 사법기관에 종사하는 모든 사람들이 부패했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하지만 대다수의 사람들이 사법부에 불신을 보일 때에는 불신하는 사람들을 탓하기 전에 스스로를 돌아봐야 하지 않을까. 노무현 대통령의 서거로 많은 사람들이 슬퍼하고 있는 중에 대한민국 사법부는 삼성에 죄가 없음을 인정하고 삼성의 손을 들어 줬다. 그것을 바라보던 사람들 중 얼마나 되는 사람들이 옳은 판결이라 생각했을까. 곰곰히 생각 해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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