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러브 포토 스타일 - 소중한 일상을 즐기는 포토 레시피 73
MOSH Books 글.사진, 정유선 옮김 / 아이콘북스 / 200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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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디지털카메라가 등장하기 전에는 필름이 아깝고 현상료가 아까워서 항상 점잖게 준비된 사진만 찍었었다. 사진관에 필름을 맡겼다가 찾아오기 전에는 어떻게 찍혔는지 알 수가 없으니 사진 한 장을 찍더라도 여기를 봐라, 웃어라, 바짝 붙어 서라, 손을 올려라, 내려라 요구 사항도 많다. 하지만 찍고나서 바로 확인해 보고 마음에 들지 않으면 지워버리면 그만인 디카가 등장한 뒤로는 말그대로 막(?) 찍는다. 엉뚱한 표정을 짓기도 하고 자연스러운 모습을 기습 적으로 찍기도 하면서 사진찍기가 쉬워지고 놀이처럼 느껴진다.

 

지금도 필름 카메라만의 느낌 때문에 필름 카메라를 고집하는 사람들도 많지만 어찌되었건 디카의 등장으로 우리의 일상은 카메라와 아주 많이 가까워진것만은 사실이다. 요즘은 똑딱이라 불리는 작은 디카 뿐만 아니라 전문가용 카메라 같은 DSLR 카메라도 많은 사람들이 가지고 있어서 어딜가나 아주 흔하게 볼 수 있다. 사진을 찍어서 앨범에 보관해 두기만 하는게 아니라 블로그 등에 올려서 여러 사람과 공유하는 즐거움도 디카의 등장과 더불어 생긴 것이다. 이제 카메라는 우리 일상 속에 아주 깊숙히 자리잡고 있고 그만큼 멋진 사진을 찍는 사람들도 많아졌다. 나도 그 대열에 합류하고픈 열망에 사로잡혀있다.

 

<아이러브 포토 스타일>은 인기 사진작가들과 인기 블로거들의 사진과 촬영방법, 짧은 인터뷰가 들어있다. 사진이 실리고 그 밑에 그 사진을 찍었던 날씨나 환경, 카메라의 종류, 조리개 수치, 어떤 식으로 촬영했는가가 한 눈에 들어오게 정리되어 있다. '이런 사진은 이렇게 찍어라'하고 상세하게 가르쳐주고 있다. 사진과 설명들을 풍경, 소중한 사람, 요리와 과자, 잡화, 애완동물이라는 테마로 나누어 소개하고 있고 사진을 어떻게 찍으면 귀엽고 예쁘고 멋진 사진을 얻을 수 있는지 간단한 팁도 들어있어 유용하다.

 

다양한 카메라로 찍은 사진이 소개되어 카메라 종류에 따라 다른 느낌이 나는 사진을 확인 할 수 있어서 아주 좋았다. 필름카메라, 디지털카메라, 폴라로이드, 토이카메라 등 카메라마다 저마다의 다른 분위기를 낸다. 어떤 카메라가 좋다 나쁘다가 아니라 각자의 매력을 가졌다는걸 알 수 있었다. 또 카메라 렌즈에 따른 사진들도 볼 수 있어서 좋았다. 아쉬운 점은 나의 부족한 지식이었다. 카메라에 대해, 특히 조리개라던가 ISO, 노출 등에 대해 사전지식이 더 있었더라면 이런 정보들이 귀에 쏙쏙 들어왔을텐데 하는 아쉬움이었다. 이런 정도의 노출에서는 이런 느낌의 사진이 나오는구나 하고 한방에 느낄수 있었을텐데 하는 아쉬움.

 

왜 나는 멋진 사진을 찍지 못하는걸까. 카메라가 후져서인가. 내 실력이 부족해서인가. 이런저런 생각들은 모두 접어버리고 일단 카메라를 들고 나서봐야겠다. 그동안 나를 가두었던 고정관념을 벗어던지고 색다른 포커스로, 엉뚱하고 독특하고 귀여운 나만의 사진을 찍어보고 싶다. 어쩐지 그게 가능할것만 같은 자신감이 샘 솟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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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동물기 - 전 세계 동물들의 자연생태기록
이와고 미쓰아키 지음, 김창원 옮김 / 진선북스(진선출판사) / 200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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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아직도 철이 덜 들었는지 동물원에 가기를 좋아한다. 우리 안에 갇혀 인위적으로 사육되고있는 동물들이 안쓰럽기도 하지만 도시에 사는 내가 동물들을 볼 수 있는 곳이라곤 동물원 밖에 없으니 어쩔수 없다고 위안하고 만다. 걸어다니기 버겁게 뜨거운 여름을 제외하고 봄, 가을, 겨울에는 기회만 되면 어느때라도 동물원에 가기를 주저하지 않는다. 따뜻한 봄에는 추운 겨울을 보내고 나른해 하는 동물들을, 선선한 가을에는 어딘지 분주한 모습의 동물들을, 추운 겨울에는 밖의 우리는 비어있어 조금 쓸쓸하긴 하지만 실내에서 나름대로 겨울을 나고 있는 동물들의 모습을 볼 수 있다.

 

동물원에서 보는 모습과는 다르게 TV 다큐멘터리를 통해서는 생생한 동물들의 일상을 볼 수 있다. TV속에서 만나는 동물들은 그야말로 야생 그대로의 모습이라 정말 멋지다. 먹이를 사냥하거나 무리의 우두머리를 가리는 싸움을 하는 맹수들, 짝짓기를 위해서 구애춤을 펼치는 새들, 거대한 바다를 가르는 고래와 상어들. 아이들이 만화영화를 볼때마냥 나는 동물 다큐 앞에서 넋을 빼고 보곤한다.

 

이 책은 제목부터 내 마음을 사로잡았다. <세계 동물기>라니... 그렇다면 세계의 동물들을 전부 볼 수 있다는말인가. 동물 사진가인 아버지를 따라나섰던 갈라파고스 제도를 시작으로 30년이 넘는 세월동안 찍은 동물들의 사진 1000여장을 담았다고 하니 정말 입이 쩍 벌어진다. 대를 이은 동물 사진가라는 작가의 이력도 이채롭고 긴 세월동안의 동물사진이라는 사전정보만으로도 내 마음은 두근거리기 시작했다. 동물들 사진을 1000컷이 넘게 볼 수 있다니...

 

책은 1월부터 12월까지 월단위로 나누어 놓았다. 첫 장에는 작은 사진들과 설명으로 그달의 달력을 만들어 놓고 그 뒷장부터 큰 사진들이 들어있는데 단순히 동물의 전신사진을 담는게 아니라 긴박한 순간을 포착한 사진들이 많아서 감탄을 자아낸다. 바위뛰기펭귄을 덮치는 바다사자, 꽃을 따서 입에 넣고 있는 다람쥐, 검은꼬리누를 사냥하는 치타, 우기에 신나게 진흙 목욕을 하는 아프리카 코끼리... 이 사진들을 찍기 위해 작가는 현지에서 어떤 생활을 했을까, 이런 순간을 어떻게 포착했을까 하고 놀라고만다.특히 내가 좋아하는 북극곰은 어미와 새끼의 모습을 1년에 걸쳐서 볼 수 있어서 더욱 좋았다.

 

작가도 지적하지만 안타까운 일은 인간들의 이기심으로 인해 생태계가 무너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지구온난화로 빙하가 사라져 가면서 북극곰은 물범 사냥 하기가 힘들다고 한다. 또, 아름다운 해안가에 세계각국에서 밀려든 쓰레기들 속에서 쉬고 있는 동물들의 모습은 안타까움을 넘어 동물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지구가 인간의 것인냥 마구 훼손하고 있는 인간들때문에 동물들의 안식처가 파괴되어 가는 모습은 나 스스로를 반성하게 한다.

 

과연 이 책 속의 동물들을 몇십년 후에도 고스란히 다시 만날 수 있을까. 부디 내 아이와 이 책을 함께 보면서 '이 동물은 더이상 지구에 없단다'라는 말을 하지 않게되기를, 그래서 내 아이에게 미안해 하지 않기를 가만히 빌어본다.

 

북극곰이 앞으로도 북극에서 잘 살아갈 수 있도록 하나밖에 없는 지구를 소중히 해야하지 않을까 (p.2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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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사의 게임 1 잊힌 책들의 묘지 4부작
카를로스 루이스 사폰 지음, 송병선 옮김 / 민음사 / 200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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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아서 군더더기 없는 소설도 좋지만 언제인가부터 두툼한 책들을 좋아하게 됐다. 분량이 많은 책들은 진행이 느린 경우가 많다. 천천히 느리게 전개되는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가랑비에 옷이 젖듯 이야기에 젖어들게 된다. 천천히 물든 만큼 진하고 오랫동안 물들어 있게된다. 그래서 나는 두툼한 책이 좋다.

 

카를로스 루이스 사폰의 <천사의 게임>도 800페이지가 넘는 분량의 책이다. 두 권을 한 손에 버겁게 쥐고나니 읽기도 전에 마음이 든든해진다. 그의 이전 작품 <바람의 그림자>를 재미있게 읽었던 터라 이 책의 출간이 더없이 반갑고 맛있는 밥상을 앞에 둔것처럼 보는것만으로도 배가 불렀다. 과연 이 책은 어떤 이야기로 나를 사로잡아 주려나 하는 기대감으로 책을 읽기 시작했다.

 

1920년대 스페인 바르셀로나. 다비드 마르틴은 아들이 책을 읽는 것을 몹시 싫어하는 아버지와 어린시절을 보냈다. 참전의 고통에 허덕이는 아버지와 가난과 어머니의 부재로 불행했던 다비드를 '셈페레와 아들' 서점의 주인 셈페레는 책을 마음껏 읽게 해주고 책 선물을 해주기도 하면서 따뜻하게 품어준다. 아버지가 경비로 근무하다 괴한의 총격으로 살해당하자 다비드는 신문사의 사환으로 일하면서 성장한다.

 

다비드의 글 솜씨를 눈여겨 보던 대부호 페드로 비달의 추천으로 신문사의 기자로 일하게 되지만 동료들의 시기를 견디지 못하고 일을 그만둔다. 버려진 저택인 '탑의 집'으로 이사하고 선정적인 소설을 가명으로 출간하며 생계를 유지하던 다비드에게 베일에 싸인 인물 코렐리는 거금을 제시하며 자신이 원하는 책을 써줄것을 제안한다.

 

다비드는 자신이 뇌종양으로 죽음이 얼마 남지 않았음을 알고 자신의 이름을 건 소설을 발표하지만 냉담한 반응을 받는다. 게다가 자신이 사랑하던 크리스티나가 비달과 결혼하자 절망에 빠진다. 그는 코렐리의 제안을 수락하고 책을 쓴 준비를 하다가 '탑의 집'의 이전 주인과 코렐리 사이에 무언가 있음을 알게되고 걷잡을 수 없는 사건에 휘말리게 된다.

 

이야기는 시종일관 팽팽한 활시위처럼 긴장감 있게 흘러간다. 많은 페이지들을 언제 다 넘겼나 싶게 몰입하게 만들고 책을 손에서 놓지 못하게 만든다. 사건들은 촘촘히 얽혀 있어 잠깐 한눈이라도 팔면 이야기의 꼬리를 놓칠것만 같아 끝까지 집중하게 만든다.

 

이 책의 또다른 매력은 등장인물들이다. 시니컬한 유머를 구사하는 주인공 다비드, 그가 사랑한 여인 크리스티나, 다비드를 좋아하지만 연적이 될 수 밖에 없는 비달, 다비드의 곁을 든든히 지켜주는 셈페레, 다비드를 엄마처럼 돌봐주는 어린 소녀 이사벨라. 그 밖의 등장인물들도 모두 매력적이다.

 

카를로스 루이스 사폰을 겨우 두 번 만났지만 나는 그의 팬이 되어버렸다. 처음부터 끝까지 나의 신경을 팽팽하게 긴장하게 만들고 너무 가볍지도 너무 무겁지도 않은 어두운 분위기가 나를 매료시킨다. 책을 읽는 동안 마치 영화의 한 장면처럼 머릿속에 저절로 펼쳐졌는데 조만간 영화로 만들어지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해본다. 물론 나는 영화 보다는 그의 다음 책을 더 기다리고 있다.

 

"네가 보고 있는 각각의 책은 모두 영혼을 지니고 있어. 그 책을 쓴 사람의 영혼뿐만 아니라, 그 책을 읽었고 그 책과 함께 살았고 꿈꾸었던 사람들의 영혼도 가지고 있어. 책의 주인이 바뀔 때마다, 누군가가 그 책으로 시선을 떨어뜨릴 때마다, 그 책의 영혼은 커지고 강해지지." (2권-p.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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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라스트 북
조란 지브코비치 지음, 유영희 옮김 / 끌림 / 200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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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다보면 가끔씩 책 속의 문장들로 생각을 할 때가 있다. 건조한 문체의 소설을 읽을 때면 건조한 문체로 생각들이 떠오르고 화려한 수식어를 곁들인 책을 읽을 때면 머릿속의 생각들도 화려한 문체들로 떠오른다. 더 웃기는건 고어체의 소설을 읽을 때면 머릿속에서 고어체로 생각들이 떠다닌다는거다. 물론 오랜 시간을 그러는건 아니고 잠깐씩만 그런거지만 그럴때면 황당하기도 하고 우습기도 해서 혼자 어이없어 한다.

 

그렇게 책 속에 몰입하다 보면 잠시뿐이라도 현실을 잊기도 하고 책 속의 이야기들이 실재인것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만일 책 속의 이야기가 곧 나의 현실이 된다면 어떨까. 미스터리 소설을 좋아하지만 지금처럼 많이 읽을 수는 결코 없을거다. 미스터리 소설 속의 무시무시한 일들이 현실이 된다면 끔찍할 테니까.

 

파피루스 서점에서 한 노인이 심장마비로 사망하는 사건이 벌어지고 형사 데얀 루키치는 그 사건을 맡게된다. 단순한 사망사고라고 생각했지만 사체부검 결과 심장마비로 사망한게 아님이 밝혀지고 원인불명의 죽음이라는 보고를 받는다. 첫번째 사건에 이어서 파피루스 서점에서 책을 읽던 손님 두 사람이 연이어 원인불명의 죽음을 맞게 되면서 사건은 미궁속으로 빠져들게 된다.

 

사망 원인을 밝힐 수 없는 치명적인 약품을 이용한 살인사건이 아닐까 생각하며 데얀은 조사를 거듭해 나간다. 사건 현장에서 배열 위치가 달라진 책들을 통해 'THE LAST BOOK'이라는 단서를 찾아내고 그들의 죽음에는 한 권의 책이 관련있음을 밝혀낸다. 데얀과 베라는 연인사이가 되고 사건에 깊이 빠져들수록 데얀은 악몽에 시달리게 된다. 데얀은 현실에서 벌어지는 이 모든 일들이 언젠가 책 속에서 읽은 적이 있던것처럼 느껴지는 '데자루'를 경험한다. 데얀이 꾸는 악몽과 '데자루'는 어떤 연관이 있는걸까.

 

두껍지 않은 책이고 속도감 있게 진행되어서 금세 읽었지만 아주 훌륭했다고 느껴지진 않는다. 내가 그닥 좋아하지 않는 헐리우드 영화같은 느낌이 들어 거부감이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특히 베라와 데얀의 로맨스는 그들을 꼭 그렇게 급하게 엮어야만 했나 싶은게 거북하게 느껴졌다. 하지만 읽는 동안은 현실의 모든 것들을 잊고 'THE LAST BOOK'의 정체에 대해 궁금해하면서 몰두해서 더위를 잊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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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 - 뜨거운 기억, 6월민주항쟁
최규석 지음 / 창비 / 200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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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그것마저도 자유롭지 않지만 이미 촛불집회는 우리 일상에 깊숙히 자리잡고 있다. 언론사를 통해 의견을 말할 수 있는 재력과 권력을 갖지 못한 평범한 사람들이 벽창호같은 정부, 정치권을 향해 할 수 있는 일은 우리들의 목소리를 귀기울여 들어달라 작은 촛불을 켜고 광장에 모여 앉아 있는 일 뿐이다.

 

내가 처음 촛불집회를 목격했을 때는 놀라움이 제일 컸다. 그 이전까지 시위라고 하면 폭력적인 일들이 수반되는 경우가 많았는데 작은 촛불을 들고 축제처럼 평화적으로 하는 시위의 모습은 놀랍고 감동적이기까지 했었다. 노무현 대통령 탄핵사건 때 일었던 대규모촛불집회를 통해 국민들의 목소리를 크게 낼 수 있었고 이후로 촛불집회는 성공적인 시위로 느껴지기도 했다.

 

하지만 요즘 들어 나는 무력감에 빠져간다. 아무리 많은 사람들이 모여 촛불을 들고 외쳐도 정책을 펴는 사람들은 귀를 막고 들으려 하지 않는다. 컨테이너 박스나 전경버스를 동원해 시민들의 입을 막으려하고 물대포나 최루탄총이 등장하고 과거에 시위를 폭력진압했던 모습들이 다시 보이면서 좌절감에 사로잡혔다. 우리가 어떻게 해도 저들은 우리들의 말을 듣지 않을거라는,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다는 그런 무기력한 좌절감.

 

이런 무기력함에 휩싸인 나의 어깨를 <100℃>가 토닥여 주는 듯하다.

학생운동을 하다 수감되어 있는 영호가 세상을 바꿀 수 없는 무력감을 옆방의 한 남자에게 이야기하는 장면.

영호 : 그런데 이젠 모르겠어요. 정말 이길 수 있는건지... 끝이 있긴 있는 건지.

남자 : 물은 100℃가 되면 끓는다네. (중략) 하지만 사람의 온도는 잴 수가 없어.

        지금 몇도인지 얼마나 더 불을 때야하는지.

        그래서 불을 때다가 지레 겁을 먹기도 하고 원래 안 끓는거야 하며 포기를 하지.

        하지만 사람도 100℃가 되면 분명히 끓어.

        그것은 역사가 증명하고 있네. (p.93)

 

지금은 단지 1℃가 부족한 99℃일 뿐이라고. 그 1℃가 채워지면 분명 사람도 끓는다고. 그러니 힘을 내라고... 우리들의 지친 어깨를 따뜻하게 감싸준다. 책의 곳곳에 등장하는 울컥함은 겨우 참아냈는데 이부분에선 눈물을 떨어트리고 만다. 나만 지쳐있는게 아니구나 싶어서.

 

6월 민주항쟁 당시 나는 초등학생이어서 어떤 기억이 남아있지는 않다. 한참 후에 여러 책들을 통해 대통령직선제를 이끌어낸 굉장한 항쟁이었다는 사실을 알게 됐지만 한편으로 안타까운 생각도 들었다. 그렇게 어렵게 얻어낸 대통령직선제를 통해 뽑은 대통령이 노태우 전 대통령이라니. 6월 민주항쟁의 기쁨을 누렸던 사람들은 얼마나 실망하고 절망했을까 싶었다. 하지만 실망하고 손을 놓아버리면 그것으로 모든것은 끝이다. 그런 실망스러운 결과를 뒤로하고 사람들은 다시 힘을 냈고 조금씩이나마 민주화에 다가갈 수 있었다.

 

세상은 내가 바라는것처럼 한번에 변하지는 않나보다. 승리했다고 이겼다고 생각하는 순간 민주주의는 다시 퇴보하고 말았다. 2009년 지금, 이곳 저곳에서 상상도 하지 않았던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마치 7,80년대로의 회귀처럼 보이는 장면들이 연출되고 있다. 하지만 내 한목소리가 아무런 힘이 되지않고 소용이 없다고 어깨 늘어뜨리고 있던 내자신을 다잡아 본다. 우리 사회는 여전히 99℃고 남은 1℃를 위해 많은 사람들의 한걸음이 필요하다고. 100℃를 향해서 한사람의 열걸음보다 열사람의 한걸음이 필요하다고. 나의 한걸음은 그 많은 한걸음에 분명 보탬이 될거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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