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 - 뜨거운 기억, 6월민주항쟁
최규석 지음 / 창비 / 2009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요즘은 그것마저도 자유롭지 않지만 이미 촛불집회는 우리 일상에 깊숙히 자리잡고 있다. 언론사를 통해 의견을 말할 수 있는 재력과 권력을 갖지 못한 평범한 사람들이 벽창호같은 정부, 정치권을 향해 할 수 있는 일은 우리들의 목소리를 귀기울여 들어달라 작은 촛불을 켜고 광장에 모여 앉아 있는 일 뿐이다.

 

내가 처음 촛불집회를 목격했을 때는 놀라움이 제일 컸다. 그 이전까지 시위라고 하면 폭력적인 일들이 수반되는 경우가 많았는데 작은 촛불을 들고 축제처럼 평화적으로 하는 시위의 모습은 놀랍고 감동적이기까지 했었다. 노무현 대통령 탄핵사건 때 일었던 대규모촛불집회를 통해 국민들의 목소리를 크게 낼 수 있었고 이후로 촛불집회는 성공적인 시위로 느껴지기도 했다.

 

하지만 요즘 들어 나는 무력감에 빠져간다. 아무리 많은 사람들이 모여 촛불을 들고 외쳐도 정책을 펴는 사람들은 귀를 막고 들으려 하지 않는다. 컨테이너 박스나 전경버스를 동원해 시민들의 입을 막으려하고 물대포나 최루탄총이 등장하고 과거에 시위를 폭력진압했던 모습들이 다시 보이면서 좌절감에 사로잡혔다. 우리가 어떻게 해도 저들은 우리들의 말을 듣지 않을거라는,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다는 그런 무기력한 좌절감.

 

이런 무기력함에 휩싸인 나의 어깨를 <100℃>가 토닥여 주는 듯하다.

학생운동을 하다 수감되어 있는 영호가 세상을 바꿀 수 없는 무력감을 옆방의 한 남자에게 이야기하는 장면.

영호 : 그런데 이젠 모르겠어요. 정말 이길 수 있는건지... 끝이 있긴 있는 건지.

남자 : 물은 100℃가 되면 끓는다네. (중략) 하지만 사람의 온도는 잴 수가 없어.

        지금 몇도인지 얼마나 더 불을 때야하는지.

        그래서 불을 때다가 지레 겁을 먹기도 하고 원래 안 끓는거야 하며 포기를 하지.

        하지만 사람도 100℃가 되면 분명히 끓어.

        그것은 역사가 증명하고 있네. (p.93)

 

지금은 단지 1℃가 부족한 99℃일 뿐이라고. 그 1℃가 채워지면 분명 사람도 끓는다고. 그러니 힘을 내라고... 우리들의 지친 어깨를 따뜻하게 감싸준다. 책의 곳곳에 등장하는 울컥함은 겨우 참아냈는데 이부분에선 눈물을 떨어트리고 만다. 나만 지쳐있는게 아니구나 싶어서.

 

6월 민주항쟁 당시 나는 초등학생이어서 어떤 기억이 남아있지는 않다. 한참 후에 여러 책들을 통해 대통령직선제를 이끌어낸 굉장한 항쟁이었다는 사실을 알게 됐지만 한편으로 안타까운 생각도 들었다. 그렇게 어렵게 얻어낸 대통령직선제를 통해 뽑은 대통령이 노태우 전 대통령이라니. 6월 민주항쟁의 기쁨을 누렸던 사람들은 얼마나 실망하고 절망했을까 싶었다. 하지만 실망하고 손을 놓아버리면 그것으로 모든것은 끝이다. 그런 실망스러운 결과를 뒤로하고 사람들은 다시 힘을 냈고 조금씩이나마 민주화에 다가갈 수 있었다.

 

세상은 내가 바라는것처럼 한번에 변하지는 않나보다. 승리했다고 이겼다고 생각하는 순간 민주주의는 다시 퇴보하고 말았다. 2009년 지금, 이곳 저곳에서 상상도 하지 않았던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마치 7,80년대로의 회귀처럼 보이는 장면들이 연출되고 있다. 하지만 내 한목소리가 아무런 힘이 되지않고 소용이 없다고 어깨 늘어뜨리고 있던 내자신을 다잡아 본다. 우리 사회는 여전히 99℃고 남은 1℃를 위해 많은 사람들의 한걸음이 필요하다고. 100℃를 향해서 한사람의 열걸음보다 열사람의 한걸음이 필요하다고. 나의 한걸음은 그 많은 한걸음에 분명 보탬이 될거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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