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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빛 - 나만의 서점
앤 스콧 지음, 강경이 옮김, 이정호 그림, 안지미 아트디렉터 / 알마 / 2013년 12월
평점 :
내 유년의 기억에서 처음 등장하는 서점(?)에 대한 기억은 우리 아파트 단지에 일주일에 두번씩 등장하던 이동식 서점이었습니다. 책을 구입하는게 아니라 빌려 읽는거니 서점이라 할 순 없을지 모르지만 어쨋든 내 기억에 남아 있는 책이 많은 공간은 그곳이었습니다. 일주일에 두번씩 아파트 단지에 등장했던 미니버스 비슷한 차 안에는 소설, 에세이, 잡지, 그림책, 동화책 등등 많은 책을 실려있었습니다. 한 권 빌리는데 얼마씩 돈을 냈던 기억이 있는걸 보면 무료 도서관은 아니었고 이동식 책 대여점이었나봅니다. 엄마 손을 잡고 가서 엄마는 잡지나 소설을 빌리고 나는 예쁜 그림이 있는 그림책이나 동화책을 빌려오곤 했는데 빌려 온 책을 다 읽고나면 책 버스가 찾아오는 요일을 손꼽아 기다리곤 했습니다.
조금 더 커서는 동네에 있는 서점엘 자주 갔습니다. 책이 빽빽하게 늘어져 있는 그곳은 마치 보물창고 같았습니다. 오가는 길에 들러 새로나온 만화책이 있나 살펴보고 서점 한 귀퉁이에 서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책을 보기도 했습니다. 대형서점이 생긴 후로는 그곳엘 많이 들렀습니다. 진열된 책의 양도 어마어마하지만 아무런 눈치 없이 책을 마음껏 볼 수 있다는 점이 정말 매력적이었습니다. 동네 작은 서점에서는 아무것도 사지 않고 나오기가 아무래도 눈치가 보였는데 대형 서점은 아무런 눈치 볼 것 없어 참 좋았습니다. 이제는 대형서점에서도 책을 구입하지 않고 온라인 서점으로만 책을 구입하지만 책을 보고 싶을 때는 대형 서점에 가게 됩니다. 나 같은 사람이 많아지면서 동네 서점은 자취를 감추고 말았겠지요. 요즘은 동네 서점을 보기가 하늘에 별따기입니다. 간혹 학교 앞에 서점이 있어 들어가봐도 거의 학습지 위주로만 거래가 되다보니 일반 서적은 턱 없이 부족해 보입니다.
이 책 <오래된 빛>은 스코틀랜드의 작가 앤 스콧의 서점 기행을 다루고 있습니다. 자신이 직접 가 본 서점들과 특별한 역사와 만남이 있었던 서점들 열 여덟 곳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런던, 에든버러, 뉴욕, 옥스포드, 아일랜드 등 곳곳에 있는 서점들을 그녀의 따뜻한 소개와 만나고 있으니 마치 오래된 책 내음을 맡고 있는 기분이 듭니다. 훗날 위대한 시인이 되는 젊은 노동자의 꿈이 어리는 곳이기도 하고, 사랑하는 사람과의 인연이 만들어 졌던 곳이기도 하고, 셰익스피어의 초판본이 팔렸던 곳이기도 한 서점 이야기들을 풍성하게 만날 수 있었습니다. 이제는 거의 보기 힘들어진 우리나라의 작은 서점들이 아쉽게 느껴지지만 아직까지도 어딘가에서 누군가의 꿈으로, 누군가의 사랑으로 남을 서점이 있을거라 생각하니 괜스레 웃음이 지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