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 동남아

청춘 동남아 - 모험이 필요할 때
서진 지음 / 미디어윌 / 2014년 10월

동남아여행하면 떠오른 것은 고가의 휴양지 여행이나 저가의 패키지 여행이었습니다. 이렇듯 그냥 극과 극으로 나뉜 여행지라는 느낌이 제게는 많았습니다. 해외여행을 할 때 제일 먼저 부담없이 갈 수 있는 곳이 동남아가 아닐까 합니다. 우리나라에서 가깝고 물가가 싸다는게 동남아의 장점이라고 생각했는데 요즘들어 보니 다양한 얼굴을 가진 동남아의 매력을 새삼 느낄 수 있습니다. 같은 아시아권이지만 이국적인 느낌이 물씬 나고 푹 쉬고 싶을 때에는 그에 맞는 곳으로, 액티비한 여행을 하고 싶으면 그런대로, 관광을 하고 싶은 여행이라면 그런대로 일정 수준의 여행을 보장해 주는 곳이 동남아가 아닌가 싶습니다.

바쁜 여행보다는 한곳에 오랫동안 머무는 것을 좋아하는 저자의 여행 스타일은 내가 원하는 여행 스타일이었습니다. 현실적으로 그런 여행을 하기가 쉽지 않지만 기회만 닿으면 그런 여행을 하면서 살고 싶은 소망이 있습니다. 꼭 해외가 아니더라도 남해에서 몇 달, 강원도에서 몇 달, 제주에서 몇 달 이렇게 가끔식 긴 여행을 하고 싶은 바람이 있습니다. 뉴욕, 로스앤젤레스, 하와이, 로마, 제주도 등을 여행 한 저자가 이번에는 동남아 여행을, 그것도 배낭여행으로 떠날 결심을 했습니다. 그 결심을 하는데에는 저가 항공사의 말레이시아 항공권 프로모션이 계기가 되었습니다. 저렴한 비행기표를 일단 예약하고 아내와 조카를 대동한 배낭여행을 계획합니다.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서 태국 방콕으로, 수린 섬으로, 끄라비를 경유해서 다시 쿠알라룸푸르로 와서 조카를 먼저 한국으로 보낸 후 싱가포르에 갔다가 태국의 끄라단 섬, 말레이시아 페낭을 거쳐 다시 쿠알라룸푸르로 돌아오는 조금은 복잡해 보이는 루트의 배낭여행을 따라가다 보니 읽는 나도 조금 숨이 차는듯합니다. 조금은 느슨한 여행기를 기대했던 내게는 조금 벅찬 일정의 여행이었습니다. 하지만 아내와 조카를 데리고 고군분투하는 저자의 모습에 웃음이 나왔습니다. 나만을 위한 나 혼자 하는 여행이 아니라 이렇게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하는 여행도 참 좋겠구나 싶었습니다. 조만간 나도 사랑하는 사람과 훌쩍 떠나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혼자가 아닌 시간, 홋카이도

혼자가 아닌 시간, 홋카이도 ㅣ In the Blue 17
문지혁 글.사진 / 쉼 / 2014년 10월

누구에게나 꿈꾸는 여행지가 있을겁니다. 내게는 홋카이도가 그런 곳입니다.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쉽게 갈 수 있는 곳인데 직접 가지는 않고 이런저런 상상만하고 있습니다. 홋카이도의 어딘가를 걷고 있는 나를 상상하고 흰 눈으로 뒤덮인 어딘가를 마냥 걷거나 눈 속에 고립되는 상상을 하게 만드는 홋카이도는 내게 그저 꿈으로만 남겨두고 싶은 여행지입니다. 막상 그곳에 가면 실망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으로 그곳에 가는건 차일피일 미루고 이런 저런 책들을 보면서 그저 상상만 하고 싶은 곳입니다.

<혼자가 아닌 시간 홋카이도> 또한 그냥 지나칠 수 없는 책이었습니다. 내가 꿈만 꾸고 있는 홋카이도를 다룬 여행 에세이 책이니 말이지요. 어쩐지 외롭고 쓸쓸한 느낌을 주는 홋카이도는 다양한 모습을 보여줍니다. 새하얀 모래의 도시인 오타루. 그곳은 원주민인 아이누족이 '모래사장 속을 흐르는 강'이라고 부르는데서 유래했다고 합니다. 새하얀 모래란 흰눈을 뜻하는 것이었고 정말 오타루와 딱 맞는 이름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홋카이도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도시인 삿포로는 바둑판 모양으로 잘 짜여진 계획도시입니다. 반듯반듯하게 나 있는 거리를 보고 있자니 깔끔하고 반듯한 이미지의 일본과 참 잘어울리는 도시구나 싶었습니다. 삿포로의 가장 명물인 맥주 공장을 보는것도 즐거웠습니다. 워낙 맥주를 좋아하다보니 이런 저런 세계 맥주를 마시곤 하는데 일본 최초의 맥주공장인 삿포로 맥주 공장을 보고 있자니 시원한 맥주 한잔이 생각납니다.

마지막 도시 하코다테는 나폴리, 홍콩과 더불어 세계 3대 야경으로 꼽히는 아름다운 야경을 간직한 도시입니다. 하코다테의 야경 사진을 보고 있자니 얼마전 갔던 거제도의 야경이 떠올랐습니다. 화려하고 복잡한 서울의 야경과는 또다른 따뜻한 느낌을 주는 야경이어서 참 좋았는데 하코다테의 야경도 비슷한 느낌이었습니다. 거제의 야경보다는 훨씬 화려하지만 어쩐지 따뜻한 느낌을 주는 그곳이 벌써 마음에 들었습니다.

이 책에는 사진이 참 많이 실려 있습니다. 때로는 글보다 한 장의 사진이 더 많은 이야기를 해줄 때가 있습니다. 한 장, 한 장 시간을 들여서 보다보니 어느덧 책의 마지막에 도달해 있었습니다. 중간 중간 실려 있는 저자의 이야기도 마음에 남았습니다. 홋카이도처럼 쓸쓸했다고 하면 저자에게 실례일까요. 어쩐지 요즘 날씨처럼 스산하고 쓸쓸한 여행 에세이였습니다. 그래서 좋았습니다. 

미치광이 예술가의 부활절 살인

미치광이 예술가의 부활절 살인 - 20세기를 뒤흔든 모델 살인사건과 언론의 히스테리
해럴드 셰터 지음, 이화란 옮김 / 처음북스 / 2014년 11월

예전에 조선실록에 수록된 다양한 사건, 사고들을 다룬 책을 읽은 적이 있습니다. 비슷한 스타일로 대한제국 시절의 사건, 사고를 다룬 책도 읽은 적이 있습니다. 그런 책들을 읽으면서 느낀점은 시대에 상관없이 사람 사는 세상에서는 참으로 비슷한 사건들이 벌어지는구나 하는것이었습니다. 사람의 본성은 선하다고 믿는 내 생각이 틀린건 아닐까 의심하게 만들기도 했습니다. 사람이 사는 세상에서 크고 작은 문제가 없을 수는 없겠지만 세상을 뒤엎을만큼의 사건들이 끊임없이 벌어지고 있다는건 참 안타까운 일입니다. 요즘에도 하루가 멀다하고 강력한 범죄가 벌어지고 있고 어느샌가 그런 범죄 소식에 만성이 생겨가는 내 마음도 참 안타깝기만 합니다.

1930년 대 뉴욕을 배경으로 한 이 책은 뉴욕 빅맨 플레이스에서 벌어진 살인사건을 파헤치고 있습니다. 빅맨 플레이스에서 한 여성이 나체의 시신으로 발견됩니다. 같은 곳에서 그녀의 어머니 또한 시신으로 발견되고 옆 방에 살고 있던 한 남자의 시신도 발견되기에 이릅니다. 언론이 좋아할 만한 사건이기에 모든 언론은 이 사건에 달려들었고 사건을 물어뜯고 할퀴었습니다. 시기적으로도 지금보다 훨씬 과거의 일이고, 우리나라도 아닌 뉴욕에서 벌어진 상황이지만 지금의 우리나라 상황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게 놀라웠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조금 낯설지만 일본이나 다른 나라에서는 르포 작가의 작품이 한 장르로 자리잡고 있는듯 합니다. 한가지 사건을 다양한 방향에서 파헤쳐서 하나의 작품으로 출간하는데 그런 작품들이 내게는 참 매력적이었습니다. 최근에는 우리나라에서도 그런 책들을 가끔 볼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이 책 <미치광이 예술가의 부활절 살인>도 그런 기대로 읽기 시작한 책이었는데 또 다른 생각을 하게 만드는 작품이었습니다. 사건 자체에 초점을 맞추기 보다는 사건이 벌어진 후 언론 등이 사건을 어떻게 보도하는지에 더 초점이 맞춰져 있어서 언론의 역할에 대해 생각해 보는 시간이었습니다.  

간편하고 맛있는 프라이팬 요리 86

간편하고 맛있는 프라이팬 요리 86 - 기름을 사용하지 않는다! 칼로리 걱정이 없다! 살찔 염려가 없다!
이자와 유미코 지음, 김지혜 옮김 / 이보라이프 / 2014년 10월

요리를 하다보면 제일 많이 쓰는 요리도구가 약간 깊은 프라이팬입니다. 볶고, 조리고, 찌고, 데치는 그 모든 행위가 가능하기에 제일 좋아하고 제일 많이 쓰는 요리도구가 바로 프라이팬입니다. 하지만 아직은 할 수 있는 요리가 많지 않아서 매번 하는 요리가 거기서 거기라서 프라이팬을 이용한 요리도 종류가 그리 많지 않습니다. 프라이팬을 이용해서 간편하고 맛있는 요리를 여든 여섯가지나 만들 수 있다는 이 책 <간편하고 맛있는 프라이팬 요리 86>은 그야말로 나를 위한 요리책이구나 싶었습니다.

이 책에서 소개하고 있는 요리들은 기본적으로 기름을 쓰지 않는 요리들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가급적이면 기름지지 않은 음식을 먹으려 하는 요즘 사람들에게 딱 좋은 정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구이와 볶음, 조리기, 찜 요리 등 요리 방법에 따라 분류해서 소개하고 있습니다. 제목처럼 간편하고 맛있어 보이는 요리도 있지만 조금 복잡하다 싶은 요리들도 있어 그 부분은 아쉬웠습니다. 하긴 전부 간편하기만 한 요리들이 소개되어 있어도 아쉬웠을것 같긴합니다.

저자가 일본인이다보니 한식이라기 보다는 일식을 바탕으로 한 퓨전 요리들이 많았습니다. 항상 먹는 한식이 조금 지루하다 싶으면 한가지씩 만들어보면 좋겠다 싶었습니다. 생선 조림도 고춧가루 양념을 기본으로 한 매콤한 조림을 많이 해 먹었는데 이 책에서 소개하고 있는 간장과 된장을 이용한 조림도 색다르겠다 싶습니다. 스튜나 그라탕 같은 요리도 프라이팬을 이용해서 만들 수 있다는점도 새로웠습니다. 기본적으로 이 요리들을 모두 기름을 사용하지 않고 만들 수 있다는 점이 놀라웠습니다.

책의 첫부분에서 기름없이 요리를 하는 방법들이 소개되고 있어서 다른 요리를 하는데도 유용한 팁이 될것같습니다. 음식 재료 자체의 수분과 기름기를 이용해서 요리를 하고 조리 중에 수분을 보충해 주고 타기 쉬운 재료를 요리할 때는 쿠킹 시트나 쿠킹 호일을 이용하는 방법으로 기름 없이 요리할 수 있다고 합니다. 이제 막 요리에 눈을 떠서 요리 실력은 부족하지만 의욕만큼은 흘러 넘쳐서 이런저런 요리책들을 찾아보고 인터넷을 뒤지면서 조금씩 요리의 영역을 넓혀가고 있습니다. 이 책도 싱크대 한 켠에 두고 참고해 가면서 다양한 요리에 도전해 봐야겠습니다. 

2월 30일생

2월 30일생 ㅣ 소설NEW 1
김서진 지음 / 나무옆의자 / 2014년 9월

2월 30일이라니... 참 낯선 날짜입니다. 보통 달력에서는 볼 수 없는 날짜라 별로 의식하고 있지 않았는데 확률상 음력으로 2년에 한번꼴로 돌아온다고 합니다. 조금은 특별한 날짜인, 존재하지 않는것처럼 느껴지는 2월 30일에 태어난 한 여자의 죽음에 얽힌 미스터리를 풀어나가는 <2월 30일생>은 어쩐지 특별한 소설이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줬습니다. 25년의 시차를 두고 한 곳에서 죽을 수 밖에 없었던 두 여자가 과연 어떤 인연으로 얽혀 있는지 궁금한 마음으로 책을 읽었습니다.

아버지의 국회의원 선거를 앞두고 가족모임을 위해 고향 J시에 와있는 현재는 그곳에서 뜻밖의 인물과 만나게 됩니다. 방송국에서 함께 일하면서 불륜관계에 빠져들었고 그로인해 부인과 별거까지 하게 된 그래서 얼마전 이별을 고한 혜린을 만납니다. 자신을 압박하기 위해 고향까지 찾아왔다고 생각한 현재는 화를 내고 잔뜩 취해서 집으로 돌아옵니다. 얼마 후 현재의 고향집으로 찾아온 경찰은 혜린이 살해당했다고 말하며 유력한 용의자로 현재를 연행해 갑니다. 하지만 현재는 혜린과 만났던 날의 기억이 전혀 없고 자신의 결백을 밝히기 위해 사건 속으로 직접 뛰어듭니다.

혜린의 행적을 쫓다보니 '만리'라는 여인이 25년 전에 같은 곳에서 죽었다는 것을 알게 되고 만리와 혜린의 연결고리를 찾기 위해 현재는 동분서주합니다. 입지전적인 인물인 할아버지와 만리와의 관계, 죽은 혜린의 언니 정희와 최형사가 알듯모를듯 현재에게 흘려주는 정보들을 통해 현재는 조금씩 진실에 가까이 가게 됩니다. 자신이 기억하지 못하는 그날의 진실이 무엇인지... 정말 모든 사람들이 의심하는 것처럼 자신의 손으로 혜린을 죽음에 이르게 했는지, 아니면 또 다른 진실이 숨어 있는지 현재는 자신의 손으로 밝히려 합니다.

책을 읽기 전에 표지를 보고 두 번 놀랐습니다. 처음엔 표지가 주는 섬뜩함 때문에 놀랐습니다. 온통 파란색으로 뒤덮인 표지에 커튼 아래로 빨간 하이힐을 신은 새하얀 다리가 늘어뜨려져 있어 표지의 강렬함에 처음 놀랐습니다. 그 후엔 비슷한 시기에 출간된 또다른 책의 표지와 너무 똑같아서 놀랐습니다. 오래전에 출간된 책도 아니고 비슷한 시기에 출간된 책의 표지가 똑같을 수 있는지 놀랍기만 했습니다. 어느 출판사에서 실수를 한건지, 아니면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는건지 저작권에 대해 잘 모르니 궁금하기만 했습니다. 우연의 일치처럼  두 권의 책은 장르도 비슷한 미스터리 소설이여서 미스터리를 좋아하는 나는 두 권의 책을 모두 읽기로 했습니다. 이제 다른 한 권의 책을 읽어야겠습니다. 이 책만큼의 만족을 주리라 기대하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