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가 아닌 시간, 홋카이도

혼자가 아닌 시간, 홋카이도 ㅣ In the Blue 17
문지혁 글.사진 / 쉼 / 2014년 10월

누구에게나 꿈꾸는 여행지가 있을겁니다. 내게는 홋카이도가 그런 곳입니다.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쉽게 갈 수 있는 곳인데 직접 가지는 않고 이런저런 상상만하고 있습니다. 홋카이도의 어딘가를 걷고 있는 나를 상상하고 흰 눈으로 뒤덮인 어딘가를 마냥 걷거나 눈 속에 고립되는 상상을 하게 만드는 홋카이도는 내게 그저 꿈으로만 남겨두고 싶은 여행지입니다. 막상 그곳에 가면 실망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으로 그곳에 가는건 차일피일 미루고 이런 저런 책들을 보면서 그저 상상만 하고 싶은 곳입니다.

<혼자가 아닌 시간 홋카이도> 또한 그냥 지나칠 수 없는 책이었습니다. 내가 꿈만 꾸고 있는 홋카이도를 다룬 여행 에세이 책이니 말이지요. 어쩐지 외롭고 쓸쓸한 느낌을 주는 홋카이도는 다양한 모습을 보여줍니다. 새하얀 모래의 도시인 오타루. 그곳은 원주민인 아이누족이 '모래사장 속을 흐르는 강'이라고 부르는데서 유래했다고 합니다. 새하얀 모래란 흰눈을 뜻하는 것이었고 정말 오타루와 딱 맞는 이름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홋카이도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도시인 삿포로는 바둑판 모양으로 잘 짜여진 계획도시입니다. 반듯반듯하게 나 있는 거리를 보고 있자니 깔끔하고 반듯한 이미지의 일본과 참 잘어울리는 도시구나 싶었습니다. 삿포로의 가장 명물인 맥주 공장을 보는것도 즐거웠습니다. 워낙 맥주를 좋아하다보니 이런 저런 세계 맥주를 마시곤 하는데 일본 최초의 맥주공장인 삿포로 맥주 공장을 보고 있자니 시원한 맥주 한잔이 생각납니다.

마지막 도시 하코다테는 나폴리, 홍콩과 더불어 세계 3대 야경으로 꼽히는 아름다운 야경을 간직한 도시입니다. 하코다테의 야경 사진을 보고 있자니 얼마전 갔던 거제도의 야경이 떠올랐습니다. 화려하고 복잡한 서울의 야경과는 또다른 따뜻한 느낌을 주는 야경이어서 참 좋았는데 하코다테의 야경도 비슷한 느낌이었습니다. 거제의 야경보다는 훨씬 화려하지만 어쩐지 따뜻한 느낌을 주는 그곳이 벌써 마음에 들었습니다.

이 책에는 사진이 참 많이 실려 있습니다. 때로는 글보다 한 장의 사진이 더 많은 이야기를 해줄 때가 있습니다. 한 장, 한 장 시간을 들여서 보다보니 어느덧 책의 마지막에 도달해 있었습니다. 중간 중간 실려 있는 저자의 이야기도 마음에 남았습니다. 홋카이도처럼 쓸쓸했다고 하면 저자에게 실례일까요. 어쩐지 요즘 날씨처럼 스산하고 쓸쓸한 여행 에세이였습니다. 그래서 좋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