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 레드 라인
제임스 존스 지음, 이나경 옮김, 홍희범 감수 / 민음사 / 201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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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나라가 전쟁을 겪은게 그리 오래전도 아닌데 평소 전쟁이란 나와는 거리가 먼 얘기라고만 생각했었습니다. 천안함 사건과 연평도 포격 사건으로 남과 북의 관계가 살얼음을 걷는것 같았을 때에야 비로소 우리가 휴전국가임을, 전쟁이 일어날 수도 있다는 사실을 피부로 느꼈습니다. 그리 생각하니 오싹해집니다. 전쟁이라니.... 소설이나 영화, 뉴스 속에서나 만나던 무서운 일이 내게도 일어날 수 있다는 사실은 무섭기만 합니다.

 

1962년에 쓰여진 <신 레드 라인>은 내게 영화로 더 익숙했습니다. 조지 클루니, 숀 펜 등 쟁쟁한 배우들이 등장했고 영화제에서 수상한 작품으로 기억되어 있었습니다. 영화로 기억되어 있던 <신 레드 라인>이 700페이지 가까운 대작의 모습으로 민음사에서 출간되었다는 소식은 반가웠습니다.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좋은 영화의 원작을 읽는 기회를 놓칠수 없을겁니다. 부리나케 <신 레드 라인>을 읽기 시작했습니다.

 

1942년 11월, 과달카날 섬에 미군이 투입되면서 이야기는 시작됩니다. 비행장을 지으려는 일본군을 저지하기 위해 스타인 대위가 이끄는 C중대가 과달카날 섬에 도착합니다. 인명 손실을 줄이기 위해 애쓰는 스타인 대위와 훌륭한 장교는 때로는 죽음을 명령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톨 중령은 날선 대립을 합니다. 소설은 병사 개개인의 모습을 객관적으로 조명하며 전쟁의 참상을 독자에게 전합니다. 퇴역 장교였던 벨은 아내 걱정에 여념이 없고, 스톰 하사는 누나 가족을 걱정합니다. 행정병 파이프는 후임병과 동성애에 빠지고, 후방으로 전출되었던 위트는 함께 싸우겠다는 생각으로 자신의 부대를 이탈하고 찾아옵니다.

 

C중대의 병사들은 점차 전쟁의 잔혹함에 물들어 갑니다. 항복 의사를 표하는 일본군을 보복이라는 이름으로 잔혹하게 죽이면서도 크게 죄책감을 느끼지 못합니다. '죽인다'는 것에 대해 무감각해지면서 상대방을 공격하는데서 자신감을 얻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들은 곧 깨닫게 됩니다. 자신들은 그저 장기판 위의 '말'에 불과하다는 것을 말이죠.

 

이 책의 저자 제임스 존스는 실제로 이 책의 배경이 되는 과달카날 전투에 참전했었다고 합니다. 2차 세계대전의 최대 격전지 중 한곳으로 꼽히는 과달카날 전투의 참상을 자신의 경험과 고증을 통해 소설로 그려냈다고 합니다. 전쟁 영웅담이 아니라 전쟁에 참여한 개개인의 아픔을 들여다보는데 주력했는데 자신의 경험이 있었기에 더욱 마음에 와닿는듯 했습니다. 대단한 주인공이 등장하지 않지만 한 명, 한 명의 진솔한 모습을 통해 무언의 이야기를 건네고 있습니다.

 

참혹한 상처가 남을 수 밖에 없는 전쟁을 대체 왜 하는걸까요. 전쟁에 저마다의 명분을 내세우고는 있지만 결국은 자국의 이익을 위해서라는 이기적인 명분만이 남습니다. 규모를 축소해서 생각하면 내 이익만을 위해 다른 사람에게 위해를 가하는게 결국 전쟁의 근본이 아닐까요. 그럴듯한 명분을 내세우고 전쟁을 한다고 하더라도 그 안에서 상처받고 다치는 사람은 셀 수 없이 많이 발생하게 됩니다. 그 어떤 명분이라 하더라도 전쟁을 하면 안되는 이유가 거기에 있습니다.

 

전쟁의 참혹함과 상처에 대해 깊은 생각을 던져준 <신 레드 라인>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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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건 사라지지 않아요 - 당신이 잊고 지낸 소중한 것들에 관한 이야기
김원 글.사진.그림 / 링거스그룹 / 201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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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 바람이 솔솔 불어오는 계절을 좋아하는터라 요즘같은 더운 날씨는 정말 괴롭습니다. 차라리 쨍하게 더운 날씨는 견디겠는데 더우면서 습한 날씨는 불쾌지수를 상승시키고 나의 짜증 지수도 한없이 높여버립니다. 그러지 말아야지 하면서도 괜스레 짜증을 내고 평소 같으면 좋은 말투로 사근사근 말할 일도 한 톤 높여 대꾸하게 됩니다. 짜증내거나 화내면 더 덥기만 한데 말이죠. 이런 계절엔 시원한 계곡에 발 담그고 미스터리 소설을 읽으면 더할나위 없는 피서가 될텐데 매일 그렇게 할 수는 없으니 차선책으로 집에서 시원한 대나무 돗자리에 벌렁 누워서 좋아하는 책을 읽습니다.

 

이때 중요한건 재미있는 책을 읽어야 한다는겁니다. 어떤 사람은 진지하고 학술적인 책을 읽으며 집중하면 더위가 잊힐수도 있겠지만 나는 그저 재미있는 책이 제일 좋습니다. 너무 무겁지 않고 재미있고 즐거운 책이면 OK입니다. 더위와 지긋지긋한 폭우로 심신이 지쳐있어서 마음을 평온하고 행복하게 만들어줄 책이 무엇이 있을까 생각하다 <좋은 건 사라지지 않아요>를 선택했습니다. 월간 PAPER의 김원님의 책이고 사진과 글을 함께 감상할 수 있는 책이라 무겁지 않고 읽고나면 어쩐지 행복해질것 같은 마음이 들었습니다. 여름이란 계절에서 나를 구해줄거라 기대하고 책을 읽습니다.

 

일단 책의 모양의 독특합니다. 옆으로 길쭉한 모양인데 재생용지처럼 누르스름한 빛을 띤 종이에 큼지막한 손글씨로 제목이 적혀있습니다. 재미있는건 얇은 펜으로 흘려 쓴 손글씨를 처음엔 잘 알아보지 못했는데 익숙해지고 나니 척척 읽혀지더군요. 나도 모르는 사이 그 글씨체에 익숙해져서 척척 읽어내는게 문득 재미있어서 혼자 킥킥 거렸습니다. 책을 3부분 정도로 나누어서 앞부분과 뒷부분엔 글을 가운데 1/3은 사진을 싣고 있습니다.

 

글이 무겁거나 심각하지 않아서 읽는 동안 마음이 가벼워집니다. 저자가 '놀 수 있을 때 노는 것이 가장 바람직한 삶이다'라는 권유를 일삼는 분이라던데 그래서그런지 책도 노는것처럼 즐겁게 쓰셨더군요. 읽는 동안 내 마음도 가벼워지고 덥다고 비온다고 짜증내지 말고 지금 이순간을 행복하게 만끽하자는 마음도 들었습니다. 지금 이 순간이 행복한 이유를 찾아보니 없을것 같았지만 몇 가지나 있더군요. 행복해서 웃는게 아니라 웃어서 행복한거라는 말을 다시 한 번 깨닫게 해 준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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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유산 - 대한민국의 오늘을 만든 마흔다섯 가지 힘
KBS 한국의 유산 제작팀 지음 / 상상너머 / 201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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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며칠간 일본 자민당 의원들의 울릉도 방문 문제가 인터넷을 뜨겁게 달구고 있습니다. 독도가 일본의 영토임을 주장하고 과거 일본의 전쟁에 대해서도 우호적인 입장을 표하는 극우주의자들로 한국의 입국을 저지하겠다는 반응에도 울릉도 방문을 강행하려 하고 있습니다. 입국을 거부했을 경우 외교적인 문제가 발생할거라는 협박 아닌 협박을 늘어놓으면서 말이죠. 우리의 입장에선 기가 막힐 따름입니다.

 

이렇듯 역사적인 사실이나 문화유산에 대한 각국의 이해차도 심하고 어떤 문화유산에 대해서는 각국의 문화유산임을 억지스럽게 주장하는 일도 요즘 비일비재합니다. 얼마전엔 아리랑을 중국이 국가 무형문화재로 지정한 일도 있습니다. 중국이 동북공정을 국가적인 사업으로 추진하고 있는건 오래된 일인데 우리 나라는 그에 대해 어떠한 준비를 하고 있는지 답답하기만 합니다. 그저 한가지 사안이 이슈화 되면 혼자서 그건 우리것이라고 소리치고 마는것 같아 보입니다.

 

긴 안목을 갖고 우리것을 지키려는 노력을 차근차근 해야하지 않을까요. 우리의 역사를 어릴때부터 제대로 가르치고 우리문화의 소중함을 알려도 부족할터인데 국사를 선택과목으로 한다는 얼토당토 않은 정책이나 내놓고 있으니 한심하기 짝이 없습니다. 누구나 쉽게 접하는 방송을 통해 우리의 문화유산을 만나는 것도 우리 것을 지키는 한 방법일겁니다. 짧은 방송 시간이지만 다양한 우리 문화유산을 접할 수 있던 <KBS 한국의 유산>을 책으로 만날 수 있게 되어 기뻤습니다.

 

이 책 <한국의 유산>은 한국의 기록유산, 한국의 인물유산, 한국의 문화유산 세 부분으로 나뉘어 있습니다. 기록유산에는 팔만대장경, 직지심체요절, 조선왕조실록 등이, 인물유산에는 이회영, 안중근과 그의 어머니, 윤동주와 정병욱, 조창수 등이, 문화유산에는 매사냥, 강강술래, 무녕왕릉, 독도 등이 실려 있습니다. 다양한 우리의 문화를 만나는 것도 즐거웠지만 우리의 문화를 지키고 전하기 위해 애쓴 사람들을 만날 수 있어서 감동적이었습니다.

 

팔만대장경을 지키기 위해 싸웠던 의병들과 승병들, 프랑스 국립도서관에 잠들어 있던 직지심체요절을 찾아내고 되찾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한 박병선 박사, 전쟁에서 조선왕조 실록을 지키기 위해 애썼던 안의와 손홍록, 감옥에 있던 아들 안중근에게 직접 지은 수의를 보내며 의연한 죽음을 맞길 전하는 그의 어머니, 친구 윤동주의 시고를 소중히 지켰던 정병욱, 그리고 이름 없이 스러져간 수많은 병사들.... 그들이 없었다면 하고 가정해보니 아찔합니다. 그분들의 노고로 우리는 소중한 우리것을 아직 지니고 있게 된겁니다. 이제는 우리가 그분들의 노고가 헛되지 않게 잘 지키고 보존해서 후손들에게 넘겨줄 차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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펭귄 하이웨이 작가정신 일본소설 시리즈 31
모리미 토미히코 지음, 서혜영 옮김 / 작가정신 / 201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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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으로 모리미 토미히코의 책을 두 권째 읽는건데 이번에야 알았습니다. 모리미 토미히코가 남자라는 사실을 말이죠. 어설픈 상식으로 알고있던 일본 이름에서 '코'로 끝나는 이름은 여자인 경우가 많다는 사실 때문이기도 했고 그의 소설이 말랑말랑하고 가볍고 산뜻해서 여성 작가라고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펭귄 하이웨이>를 읽다 인터넷 검색을 해본후에 남자임을 알고는 깜짝 놀랐습니다. 이랬든저랬든 변함없는 사실은 그의 책은 무겁지 않고 사뿐사뿐 가벼워서 읽기 좋다는거죠.

 

<펭귄 하이웨이>는 초등학교 4학년인 아오야마가 주인공입니다. 아오야마는 자신이 훌륭한 사람이 될거라는 사실을 추호도 의심하지 않는 맹랑한 소년입니다. 자신은 뇌를 많이 쓰기 때문에 뇌에 에너지를 공급해야해서 단과자를 많이 먹어야 하는데 뇌를 너무 많이 써서 저녁엔 일찍 졸린터라 이를 닦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 치과를 자주 간다고 말합니다. 게다가 치과에는 아오야마가 사랑하는 누나도 있기에 아오야마에게 치과가는 일은 즐겁습니다.

 

어느날 아오야마네 마을에 펭귄떼가 나타납니다. 바다도 없는 마을에 줄지어 나타난 펭귄들을 트럭으로 운송하던 중에 갑자기 사라져버립니다. 그 후에도 펭귄은 마을에 나타났다 사라지곤 하고 아오야마는 치과 누나와 함께 있다가 누나가 던진 캔이 펭귄으로 변하는 모습을 보게됩니다. 평소에도 수많은 연구를 하던 아오야마는 '펭귄 하이웨이' 연구에 매진합니다. 아오야마는 펭귄 출몰과 치과 누나 사이의 연관성을 조금씩 알게되지만 누나가 실험 대상이 되어 더 이상 만나지 못하게 될까 싶어 혼자만 비밀로 간직하고 연구를 계속합니다. 치과 누나가 펭귄이 아닌 것들을 만들고, 아오야마와 친구들이 지도에도 없는 초원과 정체불명의 바다를 발견하면서 아오야마의 생각과는 다르게 점점 복잡해집니다.

 

자신은 무척이나 똑똑하고 다 큰 어른인것처럼 말하고 어려운 말을 즐겨쓰지만 영락없는 꼬마인 아오야마의 모습에 피식 웃음이 납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어린시절이 문득문득 떠올라 즐거웠는데 어쩌면 아오야마의 모습에서 나의 모습을 발견해서 그런지도 모르겠습니다. 모리미 토미히코의 책을 두 권 읽었을 뿐이지만 그의 책이 어떤 분위기인지 이제 감이 좀 잡힙니다. 머리가 무거워지거나 복잡해지면 그의 다른 책을 집어들어야 겠습니다. 나의 머리와 마음을 가볍게 해줄것 같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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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테스팡 수난기 - 루이 14세에게 아내를 빼앗긴 한 남자의 이야기
장 퇼레 지음, 성귀수 옮김 / 열림원 / 201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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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서점가에 팩션 장르가 인기가 많습니다. 역사적 사실과 허구과 적절히 어우러지는 잘 만들어진 팩션은 읽는 재미도 쏠쏠하고 역사적 사실에 흥미를 갖게 만드는 좋은 점이 있습니다. 하지만 팩션이 인기 있다보니 팩션이라는 이름을 달고 쏟아지듯 나오는 소설들을 보면 마음이 편치가 않습니다. 자칫 역사적 사실에 대해 오류를 범할수도 있고 완성도가 형편없는 작품이 팩션의 인기에 편승해서 나오기도 하기 때문이죠. 그럼에도 팩션이란 장르가 가진 매력이 많아서 당분간 그 인기는 지속될것 같습니다.

 

<몽테스팡 수난기>도 프랑스에서 날아온 팩션입니다. 블랙유머로 유명한 <자살가게>로 널리 알려진 장 퇼레의 장편소설입니다. 장 퇼레는 시나리오 작가이면서 영화 배우로도 활약하고 그 전에는 만화를 그리기도 했답니다. 정말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는 팔방미인인가봅니다. 시나리오 작가임을 엿볼수 있는게 <몽테스팡 수난기>도 한편의 영화를 보는 느낌이 강하게 듭니다. 등장인물들의 우스꽝스러운 행동도 그렇고 에피소드가 짤막짤막하게 이어지는 것도 그렇습니다. 

 

<몽테스팡 수난기>는 루이 14세에게 아내를 빼앗긴 몽테스팡 후작의 이야기입니다. 아름다운 아내 아테나이와 행복한 결혼생활을 하지만 경제적으로는 어려움을 겪습니다. 어느날 아내 아테나이가 루이 14세의 눈에 들자 자신의 가문을 살려보려는 마음으로 아테나이를 루이 14세의 시녀로 궁에 들여보냅니다. 하지만 몽테스팡의 계획과는 다르게 루이 14세와 아테나이는 부적절한 관계를 맺게됩니다. 몽테스팡이 정신을 차리고 아내를 되찾아오려 하지만 이미 소용없는 일이 되버립니다.

 

주위 사람들의 비웃음과 만류에도 불구하고 몽테스팡 후작은 아내를 되찾기 위해 루이 14세에게 맞섭니다. 몽테스팡은 아내에게 성병을 옮겨서 왕에게도 성병이 옮기게 하기 위해 파리에서 성병에 걸린 창녀를 찾아헤매고, 빈 관을 땅에 묻어 아내의 가짜 장례식을 거행하기도 합니다. 당시엔 귀족들이 부귀영화를 위해 아내를 왕의 정부로 만들고 싶어하던 시절이었다고 하니 몽테스팡 후작은 별난 사람이었을 겁니다. 몽테스팡 후작은 평생을 루이 14세에게 맞서 아내를 되찾아 오려고 애쓰고 세상의 조롱과 비웃음을 받다 쓸쓸하게 생을 마감하고 권력과 재물에 눈이 멀어 남편을 외면했던 아테나이 또한 루이 14세에게 버림받고 비참하게 생을 마감합니다.

 

가끔 불편한 장면들이 있기도 했지만 색다른 분위기의 소설이었습니다. 방탕한 생활을 하는 루이 14세와 타락한 귀족들의 모습, 권력과 재물에 눈이 멀어 자신을 사랑하는 남편을 외면하는 비정한 여인까지 마음을 씁쓸하게 만듭니다. 지금의 세태도 그 시절의 그것과 다를 바 없이 닮은듯 해서 더욱 씁쓸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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