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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네의 연인 올랭피아
데브라 피너맨 지음, 박산호 옮김 / 황금가지 / 2009년 2월
평점 :
절판
나는 그림을 참 못그린다. 그래서인지 그림을 잘 그리는 사람들을 보면 모두다 대단해보인다. 그림 좀 잘 그리고 싶어 취미로 유화를 1년정도 배운적이 있는데 그림솜씨는 전혀 늘지않고 그림 선생님과의 술자리로 술만 늘었던적이 있다. 그렇게 그림그리기를 접고 내가 잘하는건 책읽는거니까 화가들이나 그림에 대한 책들을 찾아 읽기 시작했고 <마네의 연인 올랭피아>도 화가와 모델을 주인공으로 한 팩션인듯 싶어 집어들었다.
너무나 유명한 화가 에두아르 마네. 그가 그린 그림의 모델인 빅토린은 어린시절 이모들에게 버림받다시피 발레학교에 입학한다. 발레리나를 양성하는 학교가 아니라 발레공연의 군무를 맡고 공연 뒤에는 지체높은 귀족이나 부자들의 접대부 노릇을 하는 여자들이 기본적인 발레동작을 배우는 곳이다.
가난함을 뼈져리게 느껴온 빅토린은 사랑따위는 믿지 않으며 귀족이나 부자의 정부가 되어 후원을 받는것만이 자신이 성공하는 길이라고 여기고 자신의 미모를 한껏 이용해 귀족들을 유혹한다. 그녀가 마네의 그림에 모델을 서는 이유도 귀족들의 눈에 띄기 위해서였고 그 계획은 성공해서 필립 공작의 정부가 된다. 하지만 그녀는 마네와도 이루어질듯 이루어지지 않는 평행선같은 관계를 유지한다.
책을 읽는동안 집중이 안되고 조금 산만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마네와 빅토린의 끊어질듯 이어지는 사랑에도, 마네의 <올랭피아>, <거리의 여가수>, <풀밭위의 점심 식사>등의 그림이 탄생하는 상황에도, 빅토린의 출생비밀에 얽힌 이야기에도 몰입이 되지 않았다.
팩션은 얼마만큼 역사적 사실이 자연스럽게 녹아있느냐가 흡인력과 경탄의 정도를 가늠한다고 볼 수 있는데 드가, 샤를 보들레르 등 유명인물이 등장하고 역사적인 사건도 언급되지만 자연스럽지 않고 억지스럽게 느껴졌다. 어쩌면 메마른 나의 정서가 마네와 빅토린의 밀고 당기는 사랑을 받아들이지 못해서였는지도 모르겠다.
그림과 관련된 책을 읽다보면 실려있는 그림이 너무 작거나 인쇄상태가 좋지 않아서 아쉬웠던 적이 있는데 이 책에는 마네의 세 작품이 A4 용지만한 크기에 인쇄되어 접힌 상태로 실려있어서 그림보는 재미만큼은 확실하게 해주고 있다. 뒷부분에는 책에 언급되는 마네의 작품 7점이 따로 실려있어 찾아보며 읽을 수 있게 신경써주고 있다.
이 책을 읽다보니 예전에 읽었던 이주헌님의 <화가와 모델>이라는 책이 떠올랐다. 그 책에도 마네와 빅토린에 대한 얘기가 있었는데 문득 다시 읽고 싶어진다. 이 책에서 느낀 화가와 모델, 그림에 대한 이야기의 갈증을 화가와 모델에 관련된 실화들로 해소하고 싶어졌나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