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리더 - 책 읽어주는 남자
베른하르트 슐링크 지음, 김재혁 옮김 / 이레 / 2004년 11월
평점 :
절판



내가 하루 중에 제일 좋아하는 시간은 하루 일을 마치고 집에 들어와 따뜻한 물로 샤워하고 침대에 누워 책을 읽는 그 시간이다. 잠들기 전까지의 한 시간 내지 두 시간의 그 순간이 가장 평온하고 누구에게도 방해받지 않는 온전한 나만의 시간이다. 보통 한, 두시간 책을 읽다보면 스르르 잠이 몰려오기 마련인데 이 책 <책 읽어주는 남자>를 손에 잡은 날은 책의 마지막 장을 넘길때까지 잠을 잘 수가 없었다. 책의 분량이 적기도 하거니와 진행도 빠르고 몰입이 되어서 그날밤에 다 읽어버리고 말았다. 하지만 결코 쉽게 보아 넘길수 있는 책은 아니었다.

 

열다섯 살의 미하엘 베르크는 집으로 가는 길에 구토를 하다 한 여인의 도움을 받는다. 그녀는 서른여섯 살의 한나. 미하엘은 훔쳐본 그녀의 모습에 매혹당하고 당황해서 도망치지만 다시 그녀의 집을 찾아가 사랑을 나눈다. 그의 첫사랑 한나는 그의 인생을 지배한다. 한나는 그에게 책을 읽어달라고 하고 '책 읽어주기, 샤워, 사랑 나누기.. 나란히 누워있기'로 그들만의 의식을 나눈다.

격정적으로 사랑하던 어느날 그녀는 홀연히 사라지고 세월이 흘러 법학을 전공하는 미하엘은 수업의 일환으로 참석한 법정에서 한나를 다시 만나게 된다. 그녀의 과거와 그녀가 홀연히 사라진 이유, 그리고 비밀이 조금씩 밝혀진다.

 

사실 그녀의 비밀은 금세 눈치챌수 있었다. 추리소설도 아니고 반전을 만들기 위해 억지로 숨기지 않았기에 그녀의 비밀이 드러나는건 이 책의 약점이 되진 않는다. 그녀가 비밀로 간직하고 싶어했던 것을 지켜줘는 것이 옳은지 아니면 비밀을 깨어 버리고 위험에서 구해주는 것이 옳은지 미하엘이 고민하는 모습에 나도 가만히 고심해 본다. 역시 정답은 없다.

 

미하엘과 한나는 책을 읽어주는것으로 소통한다. 미하엘이 열정적으로 한나를 사랑할 때도, 그녀와 어느정도의 거리를 두고 싶을 때에도 변함없이 그는 그녀에게 책을 읽어준다. 하지만 한나는 알았을거다. 그에 비해 너무나 늙어버린 자신의 모습에 그가 당황하고 있다는걸... 한나는 그걸 견딜수 없던게 아닐까.

 

나도 가끔 남자친구에게 짤막한 글들을 읽어달라고 할 때가 있는데 눈을 감고 가만히 목소리를 따라가다보면 내가 눈으로 읽을 때에는 놓치고 말았을 것들이 느껴지곤 한다. 짤막한 글이 아니라 미하엘처럼 <오디세이>나 <전쟁과 평화>를 읽어달라면 남자친구는 어떤 표정을 지으려나...

 

이 책이 영화화 되고 한나 역을 맡은 케이트 윈슬렛이 아카데미상 여우주연상을 수상했다. 강인한 한나의 이미지와 케이트 윈슬렛이 내 머릿속에서는 동떨어진 느낌인데 여우주연상을 받았다니 훌륭하게 소화해 냈나보다. 미하엘과 한나가 스크린에서 어떻게 살아 움직일지 만나보고 싶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