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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식으로 꼭 알아야 할 세계의 명작 영화 50
노비친 지음, 박시진 옮김 / 삼양미디어 / 2009년 2월
평점 :
절판
내가 어렸을때만해도 비디오 플레이어가 흔치 않아서 극장에 가지 않는한 영화를 볼 수 있는 기회는 '주말의 명화'나 '토요 명화' 같은 텔레비전 프로그램이 전부였다. 하지만 너무 늦은 시간에 방송을 해서 어린 나는 보지 못하고 잠드는 경우가 많았다. 초등학교에 들어간 이후로 우리집에도 드디어 비디오 플레이어가 생겼고 언니, 오빠가 빌려오는 비디오들을 꼽사리 끼어서 볼 수 있었다. 호소자 시리즈, 강시 시리즈, 그 외 많은 홍콩영화들... 지금도 주인공들의 얼굴이 기억난다. 호소자 시리즈의 둘째를 좋아했더랬는데...
특별히 영화를 깊이 있게 보지 않았던터라 가벼운 오락류의 영화들을 많이 보고 자랐다. 그러다 대학에 들어가니 소위 명화라는 영화들에 대해 관심이 생겼지만 찾아서 보기가 쉽지않았다. 비디오샵을 뒤져 몇 편 보고, 어둠의 경로를 통해 다운받아서 몇 편 보긴했지만 명작 영화에 대한 갈증은 채워지지 않았고 나의 얕은 영화상식도 바닥을 내보이곤 했다. 그런 내게 단비같은 이 책이 눈에 띄였다. 명작 영화를 50편 골라놓았다니 명작 영화를 내가 좋아하는 책으로 읽을 수 있으니 일석이조의 효과를 누릴수 있겠다 싶어 냉큼 읽기 시작했다.
이 책의 저자는 나와 비슷한 세대지만 영화에 있어서는 나와 다른 길을 걸어왔다. 어려서부터 부모님과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하면서 자랐고 영화를 보기 전에 이미 영화에 대한 상식을 꿰고 있었다고 한다. 나는 영화감독의 이름도 잘 못외는데...
그가 추린 명작 영화 50편이 줄거리와 그 밖의 에피소드들과 함께 실려있는데 익숙한 영화들도 있지만 내게는 생소한 영화들도 많았다. 이렇게 이렇게 얘기하면 영화광 앞에서도 뽐낼수 있을거라는 얘기가 종종 등장해서 우습기도하고 씁쓸하기도 했다. 그렇게까지 뽐내고 싶지 않은데 자꾸만 사기치라는 소리처럼 들리는건 내마음이 삐뚤어서일까.
지금은 너무나 당연한 영화 촬영 기법들이 처음 등장했던 영화들도 소개되어 있는데 당시에는 얼마나 센세이셜했을지 짐작이 간다. 누군가의 발상의 전환이 새로운 예술을 만들어내는게 놀랍기만 하다. 50편의 영화 중에서 내가 본 영화는 다섯 편인데 모두 감명깊게 봤던 영화들이라 다시 만나니 반가웠다. 보고 싶어진 영화들도 여럿 있긴한데 과연 그 영화들을 구해서 볼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꼭 볼 수 있으면 좋겠다.
아쉬운 점은 너무 오래된 영화들만 있어서 영화를 찾아보기가 힘들겠다는 거다. 8,90년대에 만들어진 명작 영화들을 따로 구성해서 책을 만들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그러면 내게 익숙한 영화들이 조금 많아지지 않을까 싶다.
또 한가지는 서술자가 혼란스럽다는 점이다. 분명 일본인 작가가 쓴 글을 번역한 책이라 '우리 나라'라는 표현들이 나오면 당연히 일본을 의미한다고 생각하고 책을 읽었는데 나중에 보니 한국을 가리키는 표현이었다. 뒤늦게 이걸 깨닫고는 뭐지...싶었던 사람은 까칠한 나뿐이려나.
'상식으로 꼭 알아야 할~' 시리즈를 몇 권 읽었는데 읽은 책들마다 만족스러웠다. 자칫 얕은 지식으로 치부될 수도 있겠지만 생소한 분야를 시작하는데 있어서 입문서같은 길잡이 역할을 해주는 고마운 책들이다. 다음에는 어떤 상식을 갖고 찾아올지 기대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