흐느끼는 낙타
싼마오 지음, 조은 옮김 / 막내집게 / 2009년 2월
평점 :
품절



책이 자그마한게 참 예쁘다. 표지엔 별이 총총히 떠 있는 하늘이 붉은 밤에 낙타 한마리가 고개를 꼬고 서있다. 낙타는 웃고 있다. 내가 보기에 낙타는 분명 웃고있다. 웃고있는 낙타를 보니 내 얼굴에도 슬며시 웃음이 돈다. 책을 읽기도 전에 마음이 따뜻해진다.

 

싼마오는 스물 네살부터 세계각지를 돌다 스페인 남자 호세를 만나 결혼하고 북아프리카의 서사하라에서 신혼생활을 시작한다. 당시의 서사하라는 스페인의 식민지에서 벗어나 독립을 꿈꾸지만 이웃나라인 모로코와 모리타니의 영유권 주장으로 인해 혼란스러운 상황이었다.

 

그곳에서 만난 이웃들의 이야기를 싼마오는 꾸밈없이 담백한 문체로 써내려가고 있다. 모처럼 장만한 차를 몰고 사막길을 횡단하다보면 만나게되는 외면할 수 없는 사막을 걷는 사람들, 고단한 삶 속에서 싼마오와 따뜻한 마음을 나누게 되는 벙어리 노예, 싼마오가 들이댄 카메라를 영혼을 뺏는 기계라 믿고 마구 화를 냈던 사람들, 싼마오가 지키고 싶어 했지만 잃을 수 밖에 없었던 사랑하는 사람들까지... 많은 사하라 사람들을 만날 수 있다.

 

감정을 넘치게 표현하지 않는 소탈하고 솔직한 그녀의 이야기가 오히려 더 따뜻하게 느껴진다. 영유권 다툼으로 사람들 사이에 불신과 혼란스러움이 팽배하고 폭탄이 터지는 위험한 상황 속에서도 이웃과 마음을 나누는 그녀의 넉넉함이 대단해 보인다. 결국 그녀는 사하라를 떠나 인근의 카나리아 제도로  거처를 옮긴다. 그곳 유람기도 글로 남겨놓았는데 벌써 30여 년 전의 여행기지만 읽고 있자니 그곳에 가보고 싶다는 마음이 자꾸만 커진다.

 

그녀의 남편 호세는 잠수 사고로 세상을 떠나고 그 후로 그녀는 대만으로 돌아와 강의와 집필활동을 하다 48세의 나이에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고 한다. 이 책을 썼을 당시에는 그런 끔찍한 일들이 일어날거라 생각지 못했을텐데... 종종 호세가 바다를 사랑한다는 얘기나 잠수를 한다는 얘기가 등장하면 괜시리 내 마음이 아려왔다. 사랑하는 사람을 잃고 그녀는 혼자서 얼마나 쓸쓸했을까.

 

대단한 이야기도, 거창한 이야기도 아닌데 왜이리 내 마음을 흔드는지 모르겠다. 그녀의 자유로운 영혼이, 따뜻한 가슴이 내게도 전해져 그런가보다. 그녀의 또 다른 책 <사하라 이야기>도 얼른 읽어야겠다. 그리고 또 다른 책이 출간되기를 손꼽아 기다려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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