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노스케 이야기 오늘의 일본문학 7
요시다 슈이치 지음, 이영미 옮김 / 은행나무 / 200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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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시다 슈이치의 책을 꽤 많이 읽었다. 읽는동안 즐거웠고 그의 다른 책 출간 소식이 들려오면 반가워 하는 작가임에 틀림없지만 내게는 일본소설 특유의 밋밋함이 느껴지는 작가였다. 맵고 짜고 양념이 강한 우리 음식과는 다른 일본음식의 밍밍함처럼 일본소설도 내게는 밍밍한 맛이었고 요시다 슈이치도 그런 느낌의 일본작가였다. 그 밍밍함이 나름의 매력이긴 하지만.
 
이 책도 그런 느낌일거라는 짐작으로 읽기 시작했는데 뭔가 달랐다. 처음부터 마음을 확 잡아끄는 요노스케의 이야기에서 눈을 뗄 수가 없었다. 일본 미스터리를 읽을때 느끼는 그런 강한 이끌림이었다. 그동안 몇 편 만나봤던 요시다 슈이치의 청춘소설들과는 비슷한듯 하면서도 다른 느낌이었다. 그동안의 그의 책이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면서 쿨하면서 쓸쓸한 분위기였다면 <요노스케 이야기>는 유쾌하고 엉뚱하고 따뜻하다. 조금은 슬픈 결말일수도 있지만 그 결말마저 '요노스케 답다'라고 결론짓게 된다.
 
'요시다 슈이치의 청춘소설'이라는 타이틀에 걸맞게 '청춘'들의 이야기가 등장한다. 대학진학을 위해 처음으로 도쿄에서 자취를 하게되는 요노스케와 대학시절 만나게되는 친구들의 이야기가 전개되는데 그 사이 사이에 친구들의 현재 이야기가 끼어있어 요노스케의 현재를 짐작하게 해준다. 정말 요노스케답다고 느껴지는 결말까지 요노스케와 그 친구들의 이야기는 잘 만들어진 톱니바퀴처럼 천천히 움직이지만 딱 들어맞아 간다.
 
조금은 엉뚱하고 빈틈투성이인 요노스케의 도쿄 자취생활 1년간 만나는 친구들은 다양하기만 하다. 도쿄에선 이웃집에 누가 사는지도 모른다는 이야기를 듣고 상경하지만 이사한 첫날부터 밥을 나눠먹게 되는 이웃집 누나, 대학들어가서 처음 사귀게 되는 친구 구라모치와 유이, 사람을 잘 못 보고 말을 걸어 친구가 되는 가토, 운전면허 학원에서 만난 엉뚱한 아가씨 쇼코... 요노스케를 둘러싼 인물들도 하나같이 생생하게 살아숨쉰다.
 
그들이 회상하는 요노스케는 '요노스케와 만나지 못한 사람이 수없이 많다는 걸 생각하면, 왠지 굉장히 득을 본 것 같은 기분'이 드는 사람이다. 그런 사람을 갖고 있다는건 얼마나 행복한 일인가 생각하다 과연 나는 누군가에게 그런 사람이었을까 하는 생각에 이르게 된다. 그런 사람이 없을거라 생각하니 조금은 아쉽고 조금은 쓸쓸하고... 그리고 많이 반성한다. 이제라도 누군가의 기억속에 요노스케 같은 사람으로 남을 수 있게 애써봐야 하지 않을까.
 
요노스케를 만나는 동안 나의 대학시절을 떠올려봤다. 열심히 놀지도, 열심히 공부하지도, 열심히 사랑하지도 않았던 나의 그 시절은 언제나 아쉬움으로 남아있다. 그런 어정쩡한 대학시절 속에서도 그리운 사람들의 이름이 하나, 둘 떠오른다. 그래도 어쩐지 지금 이 순간은 그 사람들보다 '요노스케'가 더 그립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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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을 속삭여줄게 - 언젠가 떠날 너에게
정혜윤 지음 / 푸른숲 / 200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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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 사방에서 '단풍' 얘기가 들려온다. 어쩐지 단풍 나들이를 안하면 안될것만 같은 초조함마저 밀려온다. 하지만 생각해 보면 꼭 멀리 떠나야만 단풍 나들이를 할 수 있는건 아니다. 버스 창 밖으로 지나가는 노란 은행잎들, 집 앞 공원에 늘어서 있는 온갖 붉은색을 펼쳐 보여주는 많은 나무들... 도시에서 할 수 있는 단풍 나들이가 감질나기도 하지만 그런대로 만족스럽기도 하다.

 

그래도 할 수만 있다면, 시간만 허락한다면 복잡한 서울을 떠나고 싶어진다. 태안의 알려지지 않은 바닷가, 밀물과 썰물 때마다 길이 생겼다 사라지는 간월도, 나무가 늘어선 길이 너무 아름다웠던 내소사, 가파른 계단을 헉헉 거리며 올라 만났던 석모도 보문사에서의 일몰, 길까지 넘쳐 모든걸 삼켜버릴것만 같던 삼척의 거대한 파도....

 

하지만 여행에서 돌아오면 여행의 설레임은 어느덧 사라지고 다시 일상에 시달리며 마음이 팍팍해 지고만다. 그런 팍팍한 마음을 여행지에서처럼 말랑말랑하게 만들고 싶어서 다른 사람들의 여행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게 되고 여행에서 느꼈던 아름다운 풍경들, 일상에서 벗어난 자유로움, 낯선 느낌이 주는 설레임들을 다시 느껴보고 싶은 마음에 자꾸만 여행서적을 뒤적이는게 아닐까.

 

엄청난 독서가이며 상당한 글을 써낸다고 알려진 정혜윤의 런던 여행기 <런던을 속삭여 줄게>를 그런 바람들을 갖고 대리만족이라는 차원에서 냉큼 집어들었다. 하지만 책의 전반부를 읽으면서 그만 당황하고 말았다. 여행의 출발부터 런던의 이곳저곳을 돌아다니고 그 감상들을 얘기해줄거라 생각했던 여행기와는 너무도 달랐기에...

 

이 책은 여행기라기 보다는 런던의 문화, 예술 읽기라고 하는게 더 적합할 듯 싶다. 웨스트민스터 사원, 세인트 폴 대성당, 대영 박물관, 트라팔가르 광장, 그리니치 천문대 등 런던의 곳곳에서 그곳의 풍경과 사람을 이야기하는게 보통의 여행기라면 이 책은 예술가들, 책들, 책 속의 문장들을 이야기 하고 있다.

 

일단 그녀의 대단한 독서력과 인용된 많은 문장들을 모두 기억하고 있는걸까 하는 놀라움이 제일 컸다. 어떤 장소에 갔을 때 이렇게도 수많은 책들과 문장들이 떠오르려면 대체 얼마나 많은 책들을 읽고 내것으로 만들어야 하는걸까. 도무지 짐작도 되지 않는다. 저자의 대단한 독서력과 지식은 놀라웠지만 부족한 내가 읽기에는 녹록치 않은 책이었다.

 

그녀의 꼬리에 꼬리를 무는 이야기를 따라잡기가 버겁기만 했다. 그렇게 힘겹게 책을 읽었음에도 그녀의 또 다른 책들이 궁금해진다. 이미 베스트셀러의 반열에 오른 그녀의 또 다른 책들 속에서 꼬리에 꼬리를 무는 '책' 이야기 속으로 빠져보고 싶다. 이번에는 꼬리를 놓치지 않으리라 다짐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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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스미초 이야기
아사다 지로 지음, 이선희 옮김 / 바움 / 200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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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기 전에는 '가스미초'가 사람 이름인줄 알았는데 실은 지명이었다. 지금은 사라져버린 도쿄의 한 지명인 가스미초는 '안개마을'이라는 뜻이라고 한다. 밤이 깊어질수록 신선한 안개가 솟구치는 그곳은 아오야마와 아자부, 롯폰기라는 도쿄에서도 가장 유명한 유흥가로 둘러싸인 곳이다.

 

그래서일까.

가스미초에 사는 고등학생인 이노는 친구들과 매일이다시피 유흥가를 들락거리고 외박도 일삼는다. 도쿄 토박이들만의 자부심과 자만심으로 똘똘뭉친 이노와 그 친구들의 이야기들도 등장하지만 이노 가족의 이야기가 책의 중심을 흐르고 있다. 연작소설이라서 책에 실려있는 8편의 단편이 떨어진듯 이어져 있고 맞닿아 있는 부분들이 많아서 색다른 재미를 준다.

 

이노와 그 친구들의 어설프고 풋풋한 사랑이야기, 이노의 할아버지와 아버지 사이의 표현하지는 않지만 끈끈한 정이 느껴지는 이야기, 어느날 찾아온 노신사로 인해 알게되는 할머니와 가족의 감춰진 이야기, 치매에 걸려 흐릿한 정신에도 이노와 친구들의 졸업사진을 마지막으로 찍어준 할아버지의 이야기까지. 8편의 단편들이 어두운 밤에 가만히 귓가에 속삭이듯 조용하고 잔잔하게 펼쳐져 있다.

 

내 마음에 가장 깊이 남아있는 이야기는 이노의 할아버지와 아버지의 이야기다.

유서깊은 사진관의 사진사였던 이노의 할아버지. 그 뒤를 이어 제자였던 이노의 아버지가 데릴사위로 들어가 대를 잇지만 할아버지에겐 그다지 인정받지 못한다. 하지만 누구보다도 할아버지를 존경했던 아버지는 할아버지를 모델로 삼은 <노스승>이란 제목의 사진으로 콘테스트에서 그랑프리를 받으며 스승인 할아버지에게 좋은사진, 착한사진이라는 칭찬을 듣는다.

 

아사다 지로의 다른 책들과 마찬가지로 사람에 대한 저자의 시선은 인간적이고 따뜻해서 읽는 이의 마음까지 포근하게 만들어 준다. 눈물을 펑펑 쏟지도, 깔깔거리면서 웃지도, 소름이 끼칠정도로 무섭지는 않지만 잔잔하고 따뜻한 이노의 친구들과 가족들을 만나는 소중한 시간이었다.

 

여담이지만 역자의 후기에 아사다 지로가 야쿠자 출신이 아니라는 이야기가 나온다. 나도 아사다 지로가 야쿠자 출신이라고 알고 있었는데 그게 오해였다니.... 아사다 지로의 어떤 책의 날개에 그런 소개글이 써있었던것 같은데 오류였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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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번째 빙하기
오기와라 히로시 지음, 양억관 옮김 / 좋은생각 / 200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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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에 눈 덮인 빙하를 바라보며 서 있는 소년의 뒷모습이 어쩐지 외로워보인다. 소년은 빙하를 바라보며 무슨 생각을 하는걸까. 어딘가에 있을 아버지를 생각하고 있는걸까. 언제 다시 올지 모르는 빙하기를 기다리고 있는걸까. 표정이 보이지 않아서 알 수는 없지만 책을 다 읽고나서 다시 표지를 보니 어쩌면 소년은 웃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아니, 내게는 빙긋 웃고 있는 소년의 얼굴이 보이는듯 하다.

 

어려서부터 '아버지'라는 존재에 대해서 모르고 지내왔던 와타루. 엄마는 와타루에게 아빠가 그려져있는 그림책을 일부러 사주지 않았다. 하지만 언제까지나 비밀일 순 없는 일. 와타루는 자신에게 없는 '아버지'라는 존재에 대해 의식하게 되고 몸에 보이지 않는 커다란 구멍이 뻥 뚫린것 같다고 생각하게 된다.

 

'아버지'에 대해 생각에 생각을 거듭한 끝에 1만년 전에 사라진 크로마뇽인이 자신의 아버지라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 러시아에서 유학하며 유전학을 연구했던 엄마와 그 당시 발견되었던 크로마뇽인 미이라가 연관되어 있을거라는 공상을 펼치면서 자신의 아버지가 크로마뇽임을 확신하게 된다. 그러고 보니 와타루의 머리칼은 다른 아이들과는 다른 색이고 체격도 더 크고 얼굴의 생김도 다르다.

 

사실 와타루는 혼혈인이라서 그런것이지만 어린 와타루에게는 자신의 남다른 외모는 크로마뇽인의 후예임을 확신하게 만들 뿐이다. 크로마뇽인의 후예인 자신이 다가올 빙하기를 대비하고 석기를 만들어 사냥에 나서는것은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석기로 사냥을 하는 크로마뇽인과 비슷한 창던지기를 하면서 와타루가 희열을 느끼는 장면은 내 마음까지도 짜릿하게 만들었다.

 

학교에서는 아이들에게, 마을에서는 어른들의 은근한 따돌림을 받으며 마음을 다치기도 하지만 와타루의 마음이 커가면서 사람들과 조금씩 화해하게 된다. 아버지를 만나러 러시아 시비리스크로 떠나고 온통 하얗기만 한 그곳에서 '크로마뇽인 아버지'와 진짜 생물학적 아버지를 만나면서 이야기는 결말을 향해간다. 자신이 남들과는 다르다는 생각을 끊임없이 하면서 외로웠던 와타루. 그런 생각들이 와타루를 훌쩍 크게 만든건 아닐까.

 

어린 와타루의 모습부터 고등학교 졸업을 앞 둔 와타루의 모습까지 차근차근 따라가다 보니 어느새 내 마음이 와타루에게 동화되었나보다. 와타루가 아파하면 내 마음도 아파지고 엉뚱한 일을 벌이는 와타루를 만나면 혼자 웃고 조금씩 마음이 커가는 와타루가 뿌듯하고 대견해진다. 오기와라 히로시의 책들을 많이 읽었는데 그 중의 최고로 꼽을만한 <네 번째 빙하기>다. 읽는 내내 '역시 오기와라 히로시야'라는 생각이 드는 따뜻하고 유쾌한 만남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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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책쟁이들 - 대한민국 책 고수들의 비범한 독서 편력
임종업 지음 / 청림출판 / 200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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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때부터 책을 좋아하는구나 하는 말을 들었고 나 스스로도 내가 책을 좋아하고 많이 읽는다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내가 활동하는 책카페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을 만나면서 그런 내 생각이 얼마나 착각이었는지 뼈져리게 느끼게 됐다. 그동안 내가 얼마나 깊이 없는 책읽기를 했는지, 얼마나 건성으로 책을 읽었는지, 나의 부족함들을 깨달으면서 진정한 책 고수들 앞에서 나는 존경심에 고개를 숙일수 밖에 없었다.

 

우물 안 개구리처럼 살았던 나는 이 세상에 책을 좋아하는, 아니 책에 미쳐있는 사람들이 이렇게도 많으리라고는 생각해 본적이 없었다. <한국의 책쟁이들>에는 책에 미쳐있는 사람들 중에서도 상위 그룹에 속할 만한 분들이 등장한다. 전재산을 책 구입하는데 써버린 사람, 트럭 몇 대 분량의 책을 대학에 기증한 사람, 책과 맛있게 구운 빵이 어우러지는 진짜 북카페를 운영하는 부부...감탄에 감탄을 하게 만드는 진정한 책쟁이들의 이야기를 읽고 있자니 시간이 어떻게 가는 줄도 모르겠다.

 

희귀한 자료나 고서들이 홀대받는다는 이야기는 내 마음까지 무겁게 만들었다. 그런 책들이 누군가에게 머물지 않고 폐지로 흘러다닌다고 생각하면 정말 아찔하기만 하다. 실제로 수많은 귀한 책들이 그저 폐지 고물로 취급받아 폐기되었을테니 안타까운 일이다. 국가 차원에서 이런 고서들이나 희귀 자료들을 수집하고 보관한다면 좋지 않을까 싶지만 쉽지 않은 일이다.

 

사라져 가는 헌책방들에 대한 안타까운 이야기들도 책 곳곳에서 볼 수 있다. 나도 예전에는 헌책방에 종종 들르곤 했는데 인터넷으로 책을 사면서부터는 헌책방에 발길이 뜸해졌고 오랜만에 찾아간 헌책방이 문을 닫아서 아쉬운 발걸음을 돌린적도 있다. 머지않아 동네의 작은 서점이나 헌책방들이 모두 사라지지나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헌책방이 모두 사라지기 전에 가끔은 인터넷 서점이 아니라 헌책방에 찾아가 보물을 건져내는 기쁨을 느껴봐야 겠다.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직면하게 되는 고민은 '공간'의 문제가 아닐까. 나 또한 가로쌓기도 모자라 결국은 박스에 넣어 쌓아두고 있는 책들이 어마어마하다. 가끔은 내 욕심으로 이렇게 많은 책들을 갖고 있는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책정리는 넓은 책장을 마련해서 서재를 꾸민 후에 하자고 미루고만 있다. 온통 책으로 둘러싸인 서재에서 뒹굴고 싶은 내 꿈이 이루어지는 그날이 얼른 오기를... 그래서 내 욕심으로 부여안고 있는 책들을 다른 주인에게로 입양보낼 수 있기를 빌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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