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스미초 이야기
아사다 지로 지음, 이선희 옮김 / 바움 / 2009년 9월
평점 :
품절



책을 읽기 전에는 '가스미초'가 사람 이름인줄 알았는데 실은 지명이었다. 지금은 사라져버린 도쿄의 한 지명인 가스미초는 '안개마을'이라는 뜻이라고 한다. 밤이 깊어질수록 신선한 안개가 솟구치는 그곳은 아오야마와 아자부, 롯폰기라는 도쿄에서도 가장 유명한 유흥가로 둘러싸인 곳이다.

 

그래서일까.

가스미초에 사는 고등학생인 이노는 친구들과 매일이다시피 유흥가를 들락거리고 외박도 일삼는다. 도쿄 토박이들만의 자부심과 자만심으로 똘똘뭉친 이노와 그 친구들의 이야기들도 등장하지만 이노 가족의 이야기가 책의 중심을 흐르고 있다. 연작소설이라서 책에 실려있는 8편의 단편이 떨어진듯 이어져 있고 맞닿아 있는 부분들이 많아서 색다른 재미를 준다.

 

이노와 그 친구들의 어설프고 풋풋한 사랑이야기, 이노의 할아버지와 아버지 사이의 표현하지는 않지만 끈끈한 정이 느껴지는 이야기, 어느날 찾아온 노신사로 인해 알게되는 할머니와 가족의 감춰진 이야기, 치매에 걸려 흐릿한 정신에도 이노와 친구들의 졸업사진을 마지막으로 찍어준 할아버지의 이야기까지. 8편의 단편들이 어두운 밤에 가만히 귓가에 속삭이듯 조용하고 잔잔하게 펼쳐져 있다.

 

내 마음에 가장 깊이 남아있는 이야기는 이노의 할아버지와 아버지의 이야기다.

유서깊은 사진관의 사진사였던 이노의 할아버지. 그 뒤를 이어 제자였던 이노의 아버지가 데릴사위로 들어가 대를 잇지만 할아버지에겐 그다지 인정받지 못한다. 하지만 누구보다도 할아버지를 존경했던 아버지는 할아버지를 모델로 삼은 <노스승>이란 제목의 사진으로 콘테스트에서 그랑프리를 받으며 스승인 할아버지에게 좋은사진, 착한사진이라는 칭찬을 듣는다.

 

아사다 지로의 다른 책들과 마찬가지로 사람에 대한 저자의 시선은 인간적이고 따뜻해서 읽는 이의 마음까지 포근하게 만들어 준다. 눈물을 펑펑 쏟지도, 깔깔거리면서 웃지도, 소름이 끼칠정도로 무섭지는 않지만 잔잔하고 따뜻한 이노의 친구들과 가족들을 만나는 소중한 시간이었다.

 

여담이지만 역자의 후기에 아사다 지로가 야쿠자 출신이 아니라는 이야기가 나온다. 나도 아사다 지로가 야쿠자 출신이라고 알고 있었는데 그게 오해였다니.... 아사다 지로의 어떤 책의 날개에 그런 소개글이 써있었던것 같은데 오류였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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