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 엔젤 - 나는 머리냄새나는 아이예요
조문채 글, 이혜수 글.그림 / 씨앗을뿌리는사람 / 201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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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생일에 가끔 적어서 주는 엄마의 메모를 한 장도 버리지 않고 차곡차곡 모아놓았다. 특별한 이야기가 씌여져 있는건 아니지만 한마디 한마디에서 엄마의 마음이 느껴져서 보고 있으면 세상에서 끝까지 내 편이 되어줄 사람이 있구나, 나를 이렇게 사랑해 주는 사람이 있구나 싶어서 힘이 난다. 그래서 지치거나 힘든 일이 생길 때면 그 메모들을 꺼내 들여다보면서 내마음을 스스로 위로해주곤 한다.

 

짧은 메모 몇 장에도 이렇게 힘이 솟고 행복해지는데 한 권의 책으로 엮을만큼의 일기 편지를 주고 받았던 엄마와 딸은 얼마나 행복했을지 상상해 본다. 아마도 엄청나게 행복하겠구나 싶다.

 

노~~란 표지가 예쁜 이 책은 딸이 중학교 2학년이 될때까지 엄마와 딸이 주고받은 일기편지이다. '2010 볼로냐 국제도서전 일러스트 당선작'이라는 타이틀에 걸맞게 독특하고 개성넘치는 일러스트가 그득해서 읽는 재미와 보는 재미를 동시에 충족시켜 준다. 순진하고 호기심 많은 맑은 딸의 일기에 톡톡 튀고 열린 마음으로 바른 이야기를 덧붙여주는 엄마의 편지를 읽자니 웃음도 나고 뭉클하기도 하고.... 내 마음이 따뜻해진다.

 

딸이 적은 이번 일기에 엄마는 뭐라고 이야기를 할지가 궁금해져서 책 읽는 속도가 점점 빨라지고 말았다. 이렇게 말할수도 있구나 감탄하면서, 아이의 때묻지 않은 순수한 마음을 느끼며 한 장 한 장 넘기다 보니 남아있는 페이지가 줄어드는게 아쉽기만 했다. 아이에게 강요하지 않고 명령하지 않으며 아이를 존중하고 아이가 다른 사람의 마음을 헤아리는 따뜻한 마음을 가진 아이로 아이답게 자라길 바라는 엄마의 마음이 고스란히 느껴진다. 때로는 "괴짜엄마닷~!!"하는 말이 절로 나오기도 하지만...^^

 

"너는 머리냄새가나는 아이다, 꼭 기억해라.

가난하거나, 더럽거나, 다리를 저는 아이를 보거든 아참! 나는 머리냄새나는 아이지! 하고....

그러면 그 아이들과 네가 똑같다는 것을 알게 될 거다."    -p.77

 

나도 아이에게 이런 말을 해 줄 수 있는 엄마가 되고 싶다.

 

요즘 가끔보면 아이를 '존중'한다는걸 잘못 이해하는 부모들이 있다. '존중'이란건 아이가 하고싶은걸 다하게 하고 갖고 싶은걸 다 갖게 하며 부모가 아이에게 쩔쩔 매는게 아닌데 그렇게 하는걸 아이를 '존중'하고 있다고 착각하는 부모들이 있다. 나는 부디 그런 부모가 되지 않아야지 다짐하고 다짐해본다. 아이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지만 맹신하지는 않으며 내 아이에게 풍요로운 물질보다는 풍요로운 마음을 선물 할 수 있는 그런 멋진 엄마가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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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중원 박서양
이윤우 지음 / 가람기획 / 201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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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능력과 상관없이 사회적으로 미리 한계를 정해놓고 나의 미래를 결정지어 버린다면 얼마나 절망스러울까. 생각만해도 답답하고 또 답답해진다. 내가 하고픈 일임에도 불구하고 실력이 모자라서가 아니라 양반이 아니라는 이유만으로 도전조차 해 볼 수 없었던 사람들이 수없이 많았을테고 신분제약으로 인해 꿈을 꿀수도, 꿈을 펼칠수도 없었던 시절에는 절망에 빠져 괴로워하는 젊은이들은 또 얼마나 많았을까.

 

가장 천대받고 멸시당하던 최하층의 신분인 백정의 아들인 한 남자가 한국인 최초의 양의사가 되었다는 사실은 책을 읽기도 전에 내 마음을 콩닥이게 만들었다. 고난과 역경을 딛고 시련을 극복해 내는 강인한 사람의 이야기를 만날 수 있을거라는 사실이 책을 손에 쥔 내 마음을 설레이게 했다. 도저히 어찌해볼수 없는 어려움을 극복하는 주인공을 보면서 흐트러진 내 마음도 다잡아 보고 싶었다.

 

이 책은 '논픽션'이 아니라 '팩션'이다. 백정의 아들로 태어나 한국인 최초의 양의사가 되었던 '박서양'이라는 실존인물을 등장시키지만 그를 둘러싼 이야기들은 덧붙이고 재구성했다고 한다. 저자의 이야기를 통해 들어본 실존인물 박서양은 갑오개혁으로 신분제가 폐지될 때까지 10여 년을 백정으로 살았고 제중원에서 공부한 뒤 조선에서 교편을 잡고 의사로서 살았다. 서른이 넘은 나이에 간도에 가서 병원을 열고 조국의 독립을 바라며 살았고 고국으로 귀국한 뒤 6년 후에 눈을 감았다고 한다.

 

소설 속의 이야기도 실제 박서양의 일생과 크게 다르지는 않다. 백정의 마을에서 고단한 삶을 살던 박서양이 미국 의사의 집에 머물게 되고 제중원에서 의학 공부를 하고 의사의 길을 걷게 된다. 그를 괴롭혔던 것은 어려운 의학 공부만이 아니어서 자신을 여전히 백정의 아들로 보고 같이 공부하기를 거부하는 사람들, 치료 받기를 거부하는 사람들, 때로는 집에 들이는것조차 거부하는 사람들의 편견과도 싸워야했다.

 

박서양이 그런 편견의 시선을 극복해 나가는 과정은 흥미롭지만 조금은 진부하게 느껴졌다. 뻔한 이야기를 뻔하지 않게 쓰는게 좋은 소설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열강들의 탐욕 속에서 마구잡이로 흔들리고 상처받았던 대한제국의 이야기는 마음은 아프지만 흥미로웠다. 박서양의 인생과 그 시대의 아픔이, 그 시절을 살아간 사람들의 아픔이 조금 더 유연하게 섞여있었으면 하는 아쉬움은 있었지만 '인간 박서양'을 만나볼 수 있었던 귀한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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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분 1
조디 피콜트 지음, 곽영미 옮김 / 이레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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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디 피콜트의 전작 <쌍둥이별>을 펑펑 울어가면서 읽었던터라 그녀의 새책이 나오기를 손꼽아 기다렸었다. 꽤 두툼했던 <쌍둥이별>보다 1.5배는 더 두툼한 이 책의 출간소식은 가뭄에 단비처럼 무척 반가웠다. 지난번에는 유전자 조작, 맞춤아기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더니 이번 책의 소재는 총기난사 사건이다. 평범한 시각에서 벗어나 조금은 다른 시각으로 문제를 풀어냈던 그녀가 이 책에서는 어떤 시각으로 총기난사 사건을 일으킨 아이를 비추어줄지 사뭇 기대가 된다.

 

19분... 이라는 시간동안 이 아이들에게는 무슨 일이 생긴걸까.

 

뉴햄프셔 주의 스털링 고등학교. 여느 날과 다름없이 등교해서 수업을 듣고 카페테리아에서 점심을 먹던 중에 난데없는 폭발음이 들려오고 뒤이어 총소리가 울려퍼지면서 학교 안은 아수라장으로 변한다. 학교 밖으로 빠져나가려는 아이들, 총을 맞고 쓰러진 친구의 출혈을 막으려고 애쓰는 아이, 부상 당한 몸으로 위험한 상황에서 벗어나려하는 아이, 아이들을 안전하게 대피시키려는 선생님.... 학교를 아수라장으로 만든 사람은 이 학교 학생인 피터.

 

피터에게 무슨 일이 있었길래 자신의 분노를 그런식으로 터트릴수 밖에 없었는지 소설은 천천히 이야기를 풀어낸다. 피터가 어렸을 때부터 사건 발생 순간까지 거슬로 올라오는 이야기가 한 축을 이루고 사건 발생일부터 그 이후의 이야기가 또 다른 축을 이룬다. 두 축의 이야기가 톱니바퀴 맞물리듯 교차로 전개되면서 피터와 아이들에게 어떤 일이 있었는지 서서히 드러난다.

 

엄마가 서로 친했던것이 계기가 되어 피터와 조지는 단짝처럼 어울린다. 유치원에 가던 날부터 시작된 피터를 향한 아이들의 놀림과 괴롭힘은 세월이 흐를수록 심해지지만 여리기만한 피터의 곁을 조지는 든든하게 지켜준다. 하지만 중학교에 들어간 후로 조지는 피터에게서 멀어지고 학교의 주류를 형성하는 아이들의 그룹에 끼게 된다. 고등학교에서도 피터는 계속 놀림과 따돌림을 당하고 어떤 사건을 계기로 피터를 지탱하고 있던 인내심은 끊어져 폭발해 버린다.

 

조디 피콜트의 특기처럼 느껴지는 문제를 비틀어 바라보기는 이 책에서도 발휘된다. 총기난사 사건을 일으킨 아이의 따돌림 문제를 제기하는것 뿐만 아니라 따돌림을 주도하거나 방조하는 아이들의 마음도 상처받고 있다는 사실을 느끼게 한다. 또, 문제를 일으킨 아이는 책임감 없는 부모의 문제라고 단순화시켜도 되는지에 대해서도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한다.

 

<쌍둥이별>만큼 나를 전율시키진 못했지만 조디 피콜트의 색깔을 확실히 느낄 수 있는 책이었다. 사회문제를 다양한 시각으로 바라보고 사유하게 만드는 그녀의 소설이 퍽이나 마음에 든다. 이 책의 반응이 좋아서 그녀의 또 다른 책들도 우리나라에서 출간될 수 있기를, 그녀의 모든 책을 읽을 수 있게되길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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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서비스데이
슈카와 미나토 지음, 이영미 옮김 / 은행나무 / 201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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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소원이든 원하는 것은 다 이루어지는 '서비스 데이'가 일생에 딱 하루 주어진다면 나는 무슨 소원을 빌어볼까.

 

가족들의 건강, 다이어트 성공, 남자친구와의 변함없는 애정, 로또 당첨....

잠깐동안 떠올린 소원들을 들여다보니 이기주의의 극치를 보여주는 내 모습에 살짜쿵 부끄러워진다. 어쩜 이리도 '나'만 잘 살겠다는 소원밖에 떠오르지 않는건지.... 반성하면서 몇 가지 소원을 덧붙여본다.

세상의 아픈 사람들 모두 완치되기, 남북 통일, 전쟁 소멸, 빈민구제.... 너무 거창한가^^;;

 

<오늘은 서비스 데이>는 다섯 편의 단편이 수록되어 있다. 환상문학이라 이름짓고 싶은 현실과 환상의 경계를 넘나드는 다섯 개의 이야기를 만날 수 있다. 슈카와 미나토의 전작들과 마찬가지로 이 책 역시 몽환적인 분위기를 물씬 풍기고 있지만 전작들보다 훨씬 따뜻하다. 게다가 다섯 편 하나 하나가 나름대로의 매력이 있어 한가지로 규정짓기가 어렵다. 어릴적 봤던 외화시리즈 '환상특급'처럼...

 

표제작 <오늘은 서비스 데이>는 직장에서 명예퇴직을 권고받은 한 남자가 주인공이다. 우울함을 달래려 보던 비디오 영화 속에서 천사와 악마가 나타나 '오늘은 당신의 모든 소원이 이루어지는 서비스 데이'고 말하지만 자신이 헛것을 본 것이라고 치부해버린다. 그런 남자에게 믿을 수 없는 일들이 벌어지고 바라는 일이 척척 이루어지는 엄청난 하루가 펼쳐진다. 그런 하루는 과연 생각처럼 행복하기만 할까.

 

<도쿄 행복 클럽>에서는 사건과 관련된 물건들을 서로 보여주고 평가하는 모임의 이야기가, <창공 괴담>에서는 귀신과 더불어 살아가며 진심으로 귀신을 위해주는 남자의 이야기가, <기합 입문>에는 가재를 잡기 위해 힘겨루기를 하는 꼬마의 이야기가, <푸르른 강가에서>는 자살로 생을 마감했지만 저승으로 가는 강가에서 만난 뱃사공이 들려주는 이야기를 듣고 후회하는 여자의 이야기가 들어있다.

 

단편보다는 장편을 선호하는 나지만 매번 다른 이야기로 나를 홀딱 빠지게 만들었던 '환상특급'처럼 슈카와 미나토의 단편들도 나를 사로잡았다. 다섯 편 중에 더 좋았고 덜 좋았던 것은 있지만 다섯 편 모두 독특한 맛이 있어 지루하지 않았다. 책을 손에 잡고 단숨에 읽어버릴 만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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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탐정 홈즈걸 1 - 명탐정 홈즈걸의 책장 명탐정 홈즈걸 1
오사키 고즈에 지음, 서혜영 옮김 / 다산책방 / 200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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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렸을땐 동네 서점 아저씨가 그렇게 부러울수가 없었다. 어린 맘에는 손님이 왔을때를 제외한 나머지 시간을 의자에 앉아서 읽고싶은 책을 사지 않아도 마음껏 읽을 수 있을테니 이 세상에 서점 아저씨만큼 행복한 사람은 없을거라고 생각했다. 게다가 서점은 문방구처럼 손님이 붐비는 경우도 거의 없으니 책 읽을 시간이 그만큼 많을거란 생각에 서점 아저씨는 정말 좋겠구나 했었다. 요즘엔 대형 서점과 인터넷 서점의 등장으로 동네 작은 서점이 사라져가고 있어 안타깝다. 인터넷 서점을 주로 이용하는 나도 일조를 했겠지만....

 

이 책의 배경이 되는 곳도 '서점'이다. 아주 큰 대형서점은 아니고 몇 명의 직원과 몇 명의 아르바이트생이 근무하는 중간 규모의 서점으로 그곳에서 벌어지는 사건들을 해결하는 명콤비의 활약상이 펼쳐진다. 세후도 서점의 6년차 직원인 교코와 법학과에 다니는 여대생으로 이곳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는 다에가 그 주인공이다. 서점직원인 노련한 교코가 홈즈걸일거라는 나의 짐작을 깨고 여대생인 다에가 명탐정 홈즈였고 교코는 왓슨 박사 역할이었다.

 

다섯 편의 단편이 수록되어 있는데 완전히 각각인 단편들이 아니라 연작형태라 좋았다. 다섯 편을 살펴보자면 <판다는 속삭인다>에서는 이웃 할아버지의 부탁으로 책을 찾으러 온 남자의 수수께끼같은 쪽지를 해독하고, <사냥터에서, 그대가 손을 흔드네>는 서점에서 어떤 책을 발견한 뒤 연락이 끊긴 엄마를 찾는 여자를 도와 사건을 해결하고, <배달 빨간 모자>는 서점에서 책을 배달하는 미용실에서 벌어진 사건을, <여섯 번째 메시지>에서는 병원에 입원한 여자에게 여섯 권의 책을 차례로 권해준 남자를 찾아낸다. <디스플레이 리플레이>는 서점을 대상으로한 디스플레이 콘테스트 이야기다.

 

다섯 편 모두 대단한 사건이 벌어지지는 않지만 서점에서 벌어질 수 있는 일상적인 미스터리를 풀어나가는 재미가 무척 쏠쏠하다. 서점에서 이런 일이 벌어질수도 있겠구나 싶은게 더 현실감 있게 느껴졌다. 사건해결을 지켜보는 흥미로움에 더해 서점과 관련된 소소한 이야기들과 서점 직원들의 일상을 엿볼 수 있는 즐거움도 있었다. 항상 서점 손님의 입장에서만 서점을 봤었는데 직원의 입장에서 보는 서점을 만날 수 있어서 흥미로웠고 책의 뒷부분에 실린 현재 서점에서 일하고 있는 직원들과의 대화도 재미있었다.

 

오사키 고즈에의 전작 <한쪽 귀 토끼>와는 다른 매력을 풍기는 책이었다. 처음 만난 홈즈걸 다에는 매력적이었고 곁에서 조언을 아끼지 않는 왓슨 박사 교코도 역시 그랬다. 두 권의 책이 더 출간되어 두 콤비의 활약이 앞으로도 계속 될거라고 하니 벌써부터 기대가 된다. 다음에는 서점의 어떤 이야기들을 들려줄지 기다려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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