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분 1
조디 피콜트 지음, 곽영미 옮김 / 이레 / 2009년 12월
평점 :
절판



조디 피콜트의 전작 <쌍둥이별>을 펑펑 울어가면서 읽었던터라 그녀의 새책이 나오기를 손꼽아 기다렸었다. 꽤 두툼했던 <쌍둥이별>보다 1.5배는 더 두툼한 이 책의 출간소식은 가뭄에 단비처럼 무척 반가웠다. 지난번에는 유전자 조작, 맞춤아기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더니 이번 책의 소재는 총기난사 사건이다. 평범한 시각에서 벗어나 조금은 다른 시각으로 문제를 풀어냈던 그녀가 이 책에서는 어떤 시각으로 총기난사 사건을 일으킨 아이를 비추어줄지 사뭇 기대가 된다.

 

19분... 이라는 시간동안 이 아이들에게는 무슨 일이 생긴걸까.

 

뉴햄프셔 주의 스털링 고등학교. 여느 날과 다름없이 등교해서 수업을 듣고 카페테리아에서 점심을 먹던 중에 난데없는 폭발음이 들려오고 뒤이어 총소리가 울려퍼지면서 학교 안은 아수라장으로 변한다. 학교 밖으로 빠져나가려는 아이들, 총을 맞고 쓰러진 친구의 출혈을 막으려고 애쓰는 아이, 부상 당한 몸으로 위험한 상황에서 벗어나려하는 아이, 아이들을 안전하게 대피시키려는 선생님.... 학교를 아수라장으로 만든 사람은 이 학교 학생인 피터.

 

피터에게 무슨 일이 있었길래 자신의 분노를 그런식으로 터트릴수 밖에 없었는지 소설은 천천히 이야기를 풀어낸다. 피터가 어렸을 때부터 사건 발생 순간까지 거슬로 올라오는 이야기가 한 축을 이루고 사건 발생일부터 그 이후의 이야기가 또 다른 축을 이룬다. 두 축의 이야기가 톱니바퀴 맞물리듯 교차로 전개되면서 피터와 아이들에게 어떤 일이 있었는지 서서히 드러난다.

 

엄마가 서로 친했던것이 계기가 되어 피터와 조지는 단짝처럼 어울린다. 유치원에 가던 날부터 시작된 피터를 향한 아이들의 놀림과 괴롭힘은 세월이 흐를수록 심해지지만 여리기만한 피터의 곁을 조지는 든든하게 지켜준다. 하지만 중학교에 들어간 후로 조지는 피터에게서 멀어지고 학교의 주류를 형성하는 아이들의 그룹에 끼게 된다. 고등학교에서도 피터는 계속 놀림과 따돌림을 당하고 어떤 사건을 계기로 피터를 지탱하고 있던 인내심은 끊어져 폭발해 버린다.

 

조디 피콜트의 특기처럼 느껴지는 문제를 비틀어 바라보기는 이 책에서도 발휘된다. 총기난사 사건을 일으킨 아이의 따돌림 문제를 제기하는것 뿐만 아니라 따돌림을 주도하거나 방조하는 아이들의 마음도 상처받고 있다는 사실을 느끼게 한다. 또, 문제를 일으킨 아이는 책임감 없는 부모의 문제라고 단순화시켜도 되는지에 대해서도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한다.

 

<쌍둥이별>만큼 나를 전율시키진 못했지만 조디 피콜트의 색깔을 확실히 느낄 수 있는 책이었다. 사회문제를 다양한 시각으로 바라보고 사유하게 만드는 그녀의 소설이 퍽이나 마음에 든다. 이 책의 반응이 좋아서 그녀의 또 다른 책들도 우리나라에서 출간될 수 있기를, 그녀의 모든 책을 읽을 수 있게되길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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