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심의 바깥
이제야 지음 / 에피케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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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야 시인의 두 번째 시집을 읽었다.
첫 번째 시집 《일종의 마음》처럼
역시나 어려웠고
역시나 그 섬세함과 따뜻함이 좋았다.

전작에서도 느꼈지만 이제야 시인의 시는 내게는 좀 어렵다.
시인은 자기의 마음을 표현하기에 가장 적확한 단어를 고르고 골라 문장을 만들고 한 편의 시를 완성했을텐데,
그것을 온전히 이해하지 못하는 나의 언어의 한계가 안타까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느껴지는 따뜻한 마음이 있었다.

소설 한 문장을 이해하려고 며칠을 애쓴 사람이 왔습니다

언어가 정확한 진심이 될까요
우리는 물었습니다

아무 답도 없이 소설 한 문장에 계속 밑줄을 그었습니다

- <언덕 서점> 중에서

이유없는 느낌을 주고
사실 없는 직감을 받는 일

어쩌면 밑줄의 탄생과 같은

- <눈사람의 방> 중에서

시집을 읽을 때의 내 마음을 표현해주는 것 같다^^

이제야 시인은
타인을 완벽히 이해하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에
타인의 아픔과 상처를 섣불리 위로하거나 짐작하려 하지 않는다.
대신 조금 떨어져 조심스럽게 짐작하여 그저 작은 힘이 되길 바라는 마음뿐이다.
이것이 시인이 말하는 <진심의 바깥>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p52-53 <깊이의 역할>

한 번도 울지 않은 잊지 않은 사람이
굳은 외투를 벗고 처음으로 일기를 읽어 주었다.

서로를 이해한다고 믿어도 될까
이해는 역할인데

그럴듯한 사정을 아는 듯
마치 울어 본 것처럼 잊어 본 것처럼

한 번도 울지 않고 잊지 않은 사람이
다시 서로의 외투를 입고 일기를 썼다

나는 너를 사랑하고 있는 거라고

깊이는 이해될 수 없는 이야기인데

아무 일 없는 사람들이 서로를 위로하며
이해될 수 있을 만큼만 적어 두기로 했다

스스로를 읽어 본 적 없는 얼굴들은
스스로를 완벽하다고 믿지

밤새 일기를 읽는 동안에도
우리는 우리를 이해할 수 없는데

이해한다는 말로 밤을 지새는 동안
새로운 역할이 환한 등을 감싸고 있었다

울지 않고 잊지 않는 일기를 덮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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