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야 시인의 두 번째 시집을 읽었다.첫 번째 시집 《일종의 마음》처럼 역시나 어려웠고 역시나 그 섬세함과 따뜻함이 좋았다.전작에서도 느꼈지만 이제야 시인의 시는 내게는 좀 어렵다.시인은 자기의 마음을 표현하기에 가장 적확한 단어를 고르고 골라 문장을 만들고 한 편의 시를 완성했을텐데,그것을 온전히 이해하지 못하는 나의 언어의 한계가 안타까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느껴지는 따뜻한 마음이 있었다. 소설 한 문장을 이해하려고 며칠을 애쓴 사람이 왔습니다언어가 정확한 진심이 될까요우리는 물었습니다아무 답도 없이 소설 한 문장에 계속 밑줄을 그었습니다- <언덕 서점> 중에서이유없는 느낌을 주고사실 없는 직감을 받는 일어쩌면 밑줄의 탄생과 같은- <눈사람의 방> 중에서시집을 읽을 때의 내 마음을 표현해주는 것 같다^^이제야 시인은타인을 완벽히 이해하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에타인의 아픔과 상처를 섣불리 위로하거나 짐작하려 하지 않는다.대신 조금 떨어져 조심스럽게 짐작하여 그저 작은 힘이 되길 바라는 마음뿐이다.이것이 시인이 말하는 <진심의 바깥>이 아닐까 생각해본다.p52-53 <깊이의 역할>한 번도 울지 않은 잊지 않은 사람이굳은 외투를 벗고 처음으로 일기를 읽어 주었다.서로를 이해한다고 믿어도 될까이해는 역할인데그럴듯한 사정을 아는 듯마치 울어 본 것처럼 잊어 본 것처럼한 번도 울지 않고 잊지 않은 사람이 다시 서로의 외투를 입고 일기를 썼다나는 너를 사랑하고 있는 거라고깊이는 이해될 수 없는 이야기인데아무 일 없는 사람들이 서로를 위로하며 이해될 수 있을 만큼만 적어 두기로 했다스스로를 읽어 본 적 없는 얼굴들은 스스로를 완벽하다고 믿지밤새 일기를 읽는 동안에도 우리는 우리를 이해할 수 없는데이해한다는 말로 밤을 지새는 동안새로운 역할이 환한 등을 감싸고 있었다울지 않고 잊지 않는 일기를 덮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