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 서문임에도 순우리말과 뜻깊은 한자어구들이 머리 속을 울린다. 자주 쓰지 않거나 사장되었지만 아름다운 단어들. 어떤 이는 자주 쓰는 말로 풀어쓰지 않는다고 불평할지도 모르겠지만 하나의 사물에 꼭 맞는 하나의 단어가 있듯 하나의 의미나 감정은 가장 적확한 한 단어 외에는 표현할 길이 없다. 어쩌면 우리의 언어 일상은 아름다운 굴곡이 있는 세상을 거칠게 깎아 비슷해보이는 평이한 단어로 채우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담박한 생활과 비근한 사유의 집심과 근기는 오직 낮은 중심에서 생깁니다. 이미 낮은 중심의 공부에 관해서는 여러 글에서 자주 언질하였지만, 부랑조급한 마음과 태도로써는 근실한 생활과 긴 호흡의 사유를 일구어낼 도리가 없지요. 낮아야 비로소 보이고, 낮아야만 멀리 갈 수가 있습니다. 인문학이나 수행의 공부길은 인간됨을 통한 개입의 실천과 뗄 수 없이 엮여 있기 때문입니다. 그렇기에 혹 겸허나 빈터, 허정명철 혹은 적정을 말한다면 그것은 곧 존재론적인 것입니다.
생활을 줄여서 허영과 쏠림에서 벗어나고, 그제서야 드러나는 미립과 기미와 이치들에 주목해 보세요. 기명과 실제의 이론들은 이렇게 생성됩니다. 수입상과 유통상이다 못해 아예 표절의 동네 속에서 나번득이는 짓이 이젠 부끄럽지 않나요. 그래서 낮아지고 낮아지는 게 요령이지요. 그래야만 높아지고 깊어질 수 있습니다. - P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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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23-05-15 16:5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 책 읽으셨군요. 저자가 동명이인이라
잘못 알고 겨우 읽었는데..ㅠ

DYDADDY 2023-05-15 17:04   좋아요 1 | URL
저와 같은 실수를 하셨군요. 저는 이 철학자의 책을 읽고 싶었는데 간간이 동명이인인 분의 책을 읽고 당황한 적이 있어요. ㅎㅎㅎ 두분 모두 교수라는 직함을 가지고 있어 혼동이 많이 됩니다. ㅠㅠ

cyrus 2023-05-15 20:5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제가 아는 책 좋아하는 지인도 동명이인인 줄 모르고 <동무론>을 샀어요. 그런데 이 저자의 매력에 푹 빠져서 이분이 쓴 다른 책들을 읽었다고 하더라고요. ^^

DYDADDY 2023-05-16 01:08   좋아요 0 | URL
잊혀져가는 순우리말이나 한자성어를 자주 사용하시는 분이기에 독자의 호불호가 갈린다고 생각해요. 어느 팟캐스트에서 저자가 ‘톺아 보다‘라는 구절을 썼는데 이제는 유튜버들도 그 구절을 많이 사용하면서도 그 출처가 어디인지도 모르는 것을 안타까워하는 것을 들었어요. 이런 분이 TV에 나오면 교육적이면서도 재미있는 프로그램이 되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아마 이분 성향상 그럴 일은 없을 것 같지만요. ^^;;;;)

서니데이 2023-05-16 01:5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책 저자를 보고, 사상사 연구하시는 동명의 서울대 교수님이 쓰신 책인 줄 알았는데, 다른분이네요. 책소개 읽어봤는데, 내용이 조금 다른 느낌이어서 찾아보니까 동명이인이군요.
우리가 매일 쓰는 단어 중에 한자어가 많은 편이라서, 순우리말이 그렇게 많지 않을거예요.
DYDADDY님, 편안한 하루 보내세요.^^

DYDADDY 2023-05-16 02:02   좋아요 1 | URL
얼핏 보면 비슷해 보이는 두 저자때문에 독자들이 혼란에 빠지는 것 같아요. ㅋㅋㅋㅋ
맞아요. 일상어 중에는 한자가 많고 학생 중에는 이 단어가 한자어였냐며 놀라는 경우도 있더군요. 익숙하면서도 파고들면 이상한 것 같아요. 순우리말은 많은 의미를 내포하는 단어로 뭉뚱그려 사용하죠. 사람의 사고와 언어 활동은 되먹임 관계라서 우리의 사고도 그렇게 뭉뚱그려질까 저어됩니다.
서니데이님도 충분한 수면을 하시기를 바라요. ^^

서니데이 2023-05-16 23:4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오늘 날씨가 많이 더웠는데, 시원한 하루 보내셨나요.
5월인데 6월이나 7월처럼 기온이 높은 날이었어요.
편안한 하루 보내세요.^^

DYDADDY 2023-05-17 08:16   좋아요 1 | URL
이번 주부터 반팔로 입기 시작했어요. 간간이 기온이 낮아지는 날도 오겠지만 여름까지는 계속 더울 것 같아요. 봄이 길었다 하지만 지나고 나니 순식간에 지나간 것 같아요. 좋은 날도 나쁜 날도 지나고 보면 그 기간이 그리 길었나 싶은 것처럼요. 올해 여름은 정말 더울 것 같으니 여름 날 준비를 미리 해두시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오늘‘은 어제보다 좋은 날이 되시기 바라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