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저 귀여운 개미에 대해 쓰고 싶었을 뿐인 10살 아이는 심사위원이 반공산주의로 확대해석하여 백일장 대상을 받았다. 앞뜰에 쪼그려 앉아 개미 보는 것과 동화책 읽는 것을 좋아했던 아이는 감당하기 어려운 무게에 짓눌려 그 후로는 사회적 통념과 예의를 문장으로 표현할 뿐 자신의 글을 쓰지 못했다.자신의 삶과 관찰, 생각(사유)에서 나오지 않는 글은 허망하고 미끄러질 뿐이다. 서평도 마찬가지로 책에서 나온 내용을 잘 요약한 글은 마케팅을 위해 출판사가 써놓은 책소개를 보는 것보다 재미없고 강의노트와 다를 것이 없다.저자는 자신의 삶을 녹여 글을 써내려가고 글로써 표현의 의미를 전달하고 싶어한다. 카페에서 글쓰기 모임을 주관하면서 그 안에서도 위로와 깨달음을 얻어가며 계속 진화중이다. 표현된 아픔은 더이상 아픔이 아니라는 말도 있지만 그것은 아픔의 사라짐이 아니라 객관화를 통해 구조적인 관점을 획득하여 이유를 알고 이해를 하며 더 나아가 같은 아픔의 재생산을 막는다.자신만의 방이라는 꼭지에서 파란 방과 녹색 방이라는 비유를 읽으며 북플과 투비는 빛방(알라딘 아이콘의 빨파노는 빛의 삼원색)이라 이름붙이면 어떨까 싶기도 했다.어떤 북친께서 자신에게 필요한 책은 알아서 찾아온다고 했다. 최근 글을 쓰는 것에 대한 회의가 들고 있었는데 그 분의 말이 정말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한다. 이제 나이가 들어버린 그 아이는 자신만의 글을 쓸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