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ook] 가치 있는 삶
마리 루티 지음, 이현경 옮김 / 을유문화사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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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치 있는 삶이라는 화두에서 가치란 무엇일까. 가치는 크게 내재적 가치와 교환 가치로 나눌 수 있는데 예를 들면 이렇다. 나에게 사랑하는 가족이 물려준 차가 있다. 그 차에는 개인적인 여러 기억과 감정이 함께 섞여 단순한 차가 아닌 정신적인 유산일 수 있다. 차창을 올리는 핸들로 장난치다가 부러뜨려 결국 비오는 주말에 비를 흠뻑 맞으며 다녀야 했을 수도 있고 바닷가에서 놀다가 몰래 가져온 작은 게가 뛰쳐나와 난리가 난 적도 있을 것이다. 그런 기억이 함께 자리잡은 차는 더없이 소중한 차이지만 수리비와 연비를 도저히 감당하지 못해 결국 중고차 마켓에 가져갔을 때 우리는 교환 가치와 마주치게 된다.

그렇다면 삶은 내가 살아가야 하는 것이므로 교환 가치보다 내재적 가치가 우선되야 하기에 타인의 시선보다는 내면의 소리를 따라 내재적 가치를 우선시하는 것이 가치 있는 삶일 것이다.

그러한 내면의 소리는 어떻게 찾을 수 있을까. 마리 루티는 라캉이 큰사물 the Thing이라고 부르는 것을 설명한다. 바로 사회화 과정을 거치며 잃어버린 욕망이다. 사람의 가슴에 특이하고 복잡한 구멍이 나 있고 온갖 것들로 그 구멍을 메우려 한다고 상상하면 이해가 쉬울 것이다. 그 구멍이 내는 소리가 바로 내면의 소리이다. 그 구멍을 메꾸기 위해 어떤 모양의 조각이 필요할까.

마리 루티는 그 특이하고 복잡한 조각을 유추할 수 있는 것을 기질이라 부른다. 기질은 사회성이 제한하는 한계에 저항하는 것으로 개개인의 욕망의 특수성이 반영되어 있다. 문제는 큰사물에 완벽하게 맞는 조각은 없기에 가장 비슷한 조각을 찾는 것을 인생이라 부를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큰사물에 가장 잘 맞는 조각을 찾는 방법이 이 책의 주안점이다.

책을 읽는 내내 나의 큰사물은 무엇일까 고민하는 시간이었다. 생각해보면 망가졌던 시간을 제외하고는 항상 책을 보고 있었다. 책에서 지식과 깨달음,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을 얻기도 했고 즐거움과 쾌락을 느끼기도 했다. 어쩌면 나의 기질은 독서이고 각각의 책들이 작은 조각으로 모여 큰사물에 맞는 큰조각을 만들어가고 있는 것인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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젤소민아 2023-04-04 00:0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침부터...웅웅....내면의 블랙홀이라도 발견한 느낌입니다. 구멍이 너무 큰걸요? ㅎㅎ 좋은 글 감사합니다!

DYDADDY 2023-04-04 00:14   좋아요 0 | URL
구멍이 크다는 것은 그만큼 욕망이 크시다는 것이니 많은 것을 채우실 수 있다는 점이 부러워요. 계시는 곳이 어디인지는 정확히 알 수 없으나 활기찬 아침 되시기를 바라요. ^^

서니데이 2023-04-04 00:4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책읽기의 좋은 점이 많은데, 읽고 배우는 것이 많지 않아서 아쉬워요.
각자의 이해력과 배경지식에 따라서 차이가 크다는 것을 요즘 자주 느낍니다.
DYDADDY님, 편안한 하루 보내세요.^^

DYDADDY 2023-04-04 00:53   좋아요 1 | URL
독서 소화력은 비유하자면 체와 같다고 생각해요. 이해력과 배경지식이 많으면 눈이 촘촘해지고 반대의 경우에는 눈이 성기겠죠. 하지만 눈 크기가 항상 고정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서로 관련된 책을 읽으면 읽을수록 그 분야의 체눈은 점점 촘촘해지는 것 같아요. 요즘은 투자에 관한 책을 읽으시는 것 같은데 체가 촘촘해져 좋은 결과가 있으시기를 바라요. ^^

그레이스 2023-04-04 21:1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라캉의 이론이 등장하는군요
큰사물, 비슷한 조각!
읽다가 헤매고 다시 읽다 헤매고 하는 라캉 언제쯤 그의 세미나를 읽게 될지..
이것도 욕망이겠죠?^^

DYDADDY 2023-04-04 22:05   좋아요 1 | URL
라캉의 세미나는 1과 11만 번역되었어요. 에크리 완역판은 발간되었는데 천페이지가 넘는 분량입니다. 하지만 욕망은 행동의 원료이니 읽으실 수 있으리라 생각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