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치 있는 삶이라는 화두에서 가치란 무엇일까. 가치는 크게 내재적 가치와 교환 가치로 나눌 수 있는데 예를 들면 이렇다. 나에게 사랑하는 가족이 물려준 차가 있다. 그 차에는 개인적인 여러 기억과 감정이 함께 섞여 단순한 차가 아닌 정신적인 유산일 수 있다. 차창을 올리는 핸들로 장난치다가 부러뜨려 결국 비오는 주말에 비를 흠뻑 맞으며 다녀야 했을 수도 있고 바닷가에서 놀다가 몰래 가져온 작은 게가 뛰쳐나와 난리가 난 적도 있을 것이다. 그런 기억이 함께 자리잡은 차는 더없이 소중한 차이지만 수리비와 연비를 도저히 감당하지 못해 결국 중고차 마켓에 가져갔을 때 우리는 교환 가치와 마주치게 된다.그렇다면 삶은 내가 살아가야 하는 것이므로 교환 가치보다 내재적 가치가 우선되야 하기에 타인의 시선보다는 내면의 소리를 따라 내재적 가치를 우선시하는 것이 가치 있는 삶일 것이다.그러한 내면의 소리는 어떻게 찾을 수 있을까. 마리 루티는 라캉이 큰사물 the Thing이라고 부르는 것을 설명한다. 바로 사회화 과정을 거치며 잃어버린 욕망이다. 사람의 가슴에 특이하고 복잡한 구멍이 나 있고 온갖 것들로 그 구멍을 메우려 한다고 상상하면 이해가 쉬울 것이다. 그 구멍이 내는 소리가 바로 내면의 소리이다. 그 구멍을 메꾸기 위해 어떤 모양의 조각이 필요할까.마리 루티는 그 특이하고 복잡한 조각을 유추할 수 있는 것을 기질이라 부른다. 기질은 사회성이 제한하는 한계에 저항하는 것으로 개개인의 욕망의 특수성이 반영되어 있다. 문제는 큰사물에 완벽하게 맞는 조각은 없기에 가장 비슷한 조각을 찾는 것을 인생이라 부를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큰사물에 가장 잘 맞는 조각을 찾는 방법이 이 책의 주안점이다.책을 읽는 내내 나의 큰사물은 무엇일까 고민하는 시간이었다. 생각해보면 망가졌던 시간을 제외하고는 항상 책을 보고 있었다. 책에서 지식과 깨달음,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을 얻기도 했고 즐거움과 쾌락을 느끼기도 했다. 어쩌면 나의 기질은 독서이고 각각의 책들이 작은 조각으로 모여 큰사물에 맞는 큰조각을 만들어가고 있는 것인지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