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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 또 내일 또 내일
개브리얼 제빈 지음, 엄일녀 옮김 / 문학동네 / 2023년 8월
평점 :
최고!
643페이지의 엄청난 두께임에도 지루함 1도 없었다.
언니의 병문안과 교통사고로 인한 다리수술로 병원휴게실에서 만나게 된 세이디와 샘. 게임으로 친해지게 되고 결국 게임을 함께 만들게된다. 이런 줄거리만 보면 게임얘기라서 흥미 없을것 같은데 절대 그렇지 않다. 샘과 세이디의 이야기가 아니었다! 샘과 세이디와 마크스의 이야기!
각자의 성격들이 탄탄한 스토리안에서 얼마나 자세히 보여지는지~~
진짜 작가님 글 잘쓰시는구나를 계속 생각하면서 읽었다.
샘과 세이디와 마크스 개개인의 이야기들과 그 셋이 함께 어우러지는 청춘시절.가족.사랑.질투.고통들..
제대로 잘만들어진 영화를 한편보는것만 같았다.
특히 샘이라는 캐릭터에게 맘이 갔다.어린시절부터 겪은 많은일들.. 그리고 속으로만 홀로 삼켜야했던 고통들..
게임이라는 소재에 빠질수밖에 없었을듯..
셋이 다 백인이 아니라는 설정도 좋았다. 인종이 다름에서 나오는 배경들과 또 그로인한 마크스의 샘에 대한 무조건적 애정도 이해가되고...
마크스 ㅠㅠ
아!재미있었다!
샘은 세이디를 바라보며 생각했다. 시간여행이 이런 거로군. 누군가를쳐다보는데 현재의 그 사람과 과거의 그 사람이 동시에 보인다. 그리고 그런 시간이동 모드는 유의미한 시간을 알고 지낸 사람들 사이에서만 작동된다.
p.021
"우정은 우정이고 자선은 자선이지." 프리다가 말했다. "할머니가 어릴 때 독일에 살았던 거 너도 잘 알지, 얘기 많이 들었을테니 또 하진 않으마. 하지만 분명히 말해두는데, 너에게 자선을 베푸는 사람은 절대 네 친구가 될 수 없어. 친구한테 적선을 받는다는 건 불가능하거든."
p.047
세이디가 말했다. "약속해, 두 번 다시 그런 짓 하지 않겠다고 약속해. 무슨 일이 있더라도. 우리가 서로에게 어떤 어리석은 짓을 저지르더라도, 서로 말도 안 하고 6년을 보내는 일은 하지 않겠다고. 나한테 약속해, 넌 나를 무조건 용서하는 거야. 나도 너를 무조건 용서하겠다고 약속할게." 이것은 물론, 생이 그들을 위해 무엇을 쟁여놨는지 쥐뿔도 모르는 젊은이들이 함부로 맺는 서약의 일종이다.
p.103
"아냐. 내 동기는 아주 단순해. 난 사람들을 행부하게 해줄 무언가를 만들고 싶어."
"그거 좀 진부하게 들리는데." 세이디가 평했다.
"그렇지 않아. 우리 어렸을 때 게임에 빠져서 시간 가는 줄도 모르고 오후 내내 신나게 놀았던 거 기억나?"
"당연하지." 세이디가 말했다.
"난 가끔 무시무시한 통증에 시달렸어. 죽고 싶다는 마음을 누르게 해준 유일한 건. 잠시 내 몸을 벗어나 완벽하게 기능하는 몸. 사실 완벽 그 이상이었지, 그런 몸에 들어가서 나자신의 문제가 아닌 다른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다는 사실이였어."
"넌 장대 꼭대기에 내려앉을 수 없지만, 마리오는 할 수 있지."
p.119
샘의 할아버지에겐 두가지 신조가 있었다. (1) 사람이 이해할 수 없는 물건은 없다. (2) 시간을 들여 어디가 망가졌는지 알아내면 못 고칠물건이 없다. 샘도 그 신념을 공유했다.
p.162
사랑한다고 답할 틈도 주지 않고 세이디는 벌써 문 안쪽으로 사라졌다. 그러나 샘은 미처 사랑한다는 말을 못한 것이 애석하진 않았다. 세이디는 샘이 매직아이를 보지 못했음을 아는 것과 마찬가지로 샘이 자신을 사랑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p.175
"너오늘 좀 감성이 말랑하다." 샘이 말했다.
"로스앤젤레스에 돌아왔고. 너랑 같이 다시 병원에 있고.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고. 도브도 없고. 새로운 게임. 새로운 사무실.응, 말랑해졌나봐."
"내가 죽을까봐 걱정돼서 그러는 줄 알았는데." 샘이 말했다.
"아니. 넌 절대 안 죽어. 만약 죽으면 난 게임을 다시 시작할거야."세이디가 말했다.
"샘이 죽었다. 계속 하려면 동전을 넣으시오."
"세이브 포인트로 돌아가시오. 그렇게 계속 플레이하다보면 끝내 우리가 이기는 거지." 세이디는 잠시 입을 다물었다가 샘에게 물었다. "겁나?"
마음이 놓여, 일단은, 그런 것 같아. 해치우게 돼서 다행이야. 근데 이 쓸모없는 발을 아쉬워할 것 같아서 또 묘해. 물론 이게 평생 나랑 같이 있었으니 그렇기도 하고, 이게 내 행운이였다는걸 완전히 부정할 순 없으니까." 샘이 말했다.
"그게 어떻게 행운이니?"
"뭐. 내가 병원에 입원하지 않았다면 결코 너를 만나지 못했을테니까. 그리고 친구도 되지 못했겠지. 그다음엔 원수도-"
"난 너를 원수로 삼은 적 한 번도없다. 다 네 쪽에서 그랬지."
"넌 나의 원수였어." 샘이 문진을 들어올렸다. "이 귀중한 보물이 영원토록 그 사실을 증명하리라!"
p.261
"어떻게 극복했나고?" 봉자는 샘의 질문에 당항했다. 봉자는 한참 있다가 입을 열었다. "아침에 일어났고 가게에 갔어. 병원에 갔다가 집에 왔어. 잠을 잤지. 그걸 다시 반복했고."
"하지만 힘들었을 거잖아요." 샘이 끈질기게 캐물었다.
"처음이 제일 힘들지. 그러다 날이 가고 달이 가고 해가 가면 점점 나아져, 그렇게까지 힘들진 않았어." 봉자가 말했다.
p.498
"아니 저게 도대체 게임하고 무슨 상관이야?"
"명확하지 않아?" 마크스가 말했다
샘에게도 세이디에게도 명확하지 않았다.
"게임이 뭐겠어?" 마크스가 말했다. "내일 또 내일 또 내일이잖아. 무한한 부활과 무한한 구원의 가능성. 계속 플레이하다보면 언젠가는 이길 수 있다는 개념. 그 어떤 죽음도 영원하지 않아, 왜냐하면 그 어떤 것도 영원하지 않으니까."
"좋은 시도였어, 멋지네." 세이디가 말했다. "자. 다음."
p.54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