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의 기본 - 의식주 그리고 일에서 발견한 단단한 삶의 태도
마쓰우라 야타로 지음, 최윤영 옮김 / 인디고(글담)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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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을 입고 먹고 생활하고 어떻게 일을 하느냐가 나를 규정하는 모든 것이 될 수 있습니다.”

이 책은 취향에 관한 책입니다. 저자가 말하는 ‘나만의 기본’은 있는 그대로의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발견하는 것부터 시작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런 다음 자신의 취향을 발견하고, 발견한 취향 하나하나를 모든 생활 속에서 자신만의 기본으로 삼고 살아갈 때 매일 나답게 하루하루를 살아갈 수 있다고 말합니다.

 

 

피상적인 제안이 아니라 저자 자신이 지켜가고 있는 기본을 예로 들어, 독자로 하여금 나의 기본은 어떤 것일까 하고 생각하게 만듭니다.

옷차림, 공간, 일의 세 부분에 걸쳐 자신이 삶에서 지키고 있는 기본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옷차림이 나를 표현하는 도구가 된다는 것을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 같습니다. 저자는 20대시절 유행을 놓치지 않으려고 노력했던 사람입니다. 30대 까지 그런 생활을 즐기며 시험해본 끝에 ‘이건 그저 자기만족에 지나지 않는구나’를 깨닫습니다. 그리고 스스로에게 질문합니다.

 

‘옷을 입었을 때 나의 몸과 마음이 모두 만족하는 스타일은 무엇일까?’

이 물음에 딱 들어맞는 것, 그것이 내게는 고전적인 옷이었습니다. 그 이후로 옷을 선택하는 나의 기준은 '보편적이고 고전적이며 질 좋은 것'이 되었습니다.17

 

언제 누구를 만나도 괜찮고, 어느 때고 자신다울 수 있으며 자신감이 붙는 질좋은 흰색 셔츠를 자신만의 기본으로 생각하며 입습니다.

 

재킷, 청바지, 손목시계, 신발 등을 고르는 자신만의 기준과 선호하는 브랜드 등이 공개되어 있습니다. 책을 찬찬히 읽어 가다 보면 ‘혹시 광고성 노출인가’ 의심했던 처음의 마음이 사라지고 어느덧 ‘가방은 어떻게 선택할까, 스웨터는 어느 브랜드를 입을까’ 하는 식으로 저자의 취향이 궁금해집니다. 그러면서 자연스레 생각의 흐름이 나는 무엇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선택하고 있는가로 옮겨집니다.

 

 

광고의 홍수 속에 살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우리 삶. 광고에 대한 다양한 정의 가운데 ‘당신은 이것을 갖지 못해 불행할 것’이라는 말을 어느 책에선가 본 기억이 납니다. 계속해서 새로운 것을 생산하고 소비해야하는 자본주의 특성상, 우리는 누군가 생산한 것을 계속해서 소비하며 살아갈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나 그저 남들이 가진 거니까, 남들도 다 하니까 하는 식의 맹목적인 소비에서 벗어나, 어떤 것이 나에게 어울리는 것인지 따져보고 꼭 필요한 것을 사는 것이 현명한 소비라고 할 수 있겠지요.

 

 

 

저자가 말하는 취향과 소비도 바로 그런 것입니다. 나다움을 표현하기위해 질 좋은 물건을 무리하지 않는 선에서 구매해 소중하게 사용하고 싶다는 저자의 이야기를 듣고 있자면 내 취향에 대해 돌아보게 됩니다. 그리고 타인의 시선에서 벗어나 나는 무엇을 좋아하는지, 무엇을 포기할 수 없는지 생각해보는 시간 속에서 온전히 나를 들여다보게 됩니다.

 

 

 

온전한 자신으로 살고 싶다는 고민을 가지신 분께 일상의 취향을 통해 어떻게 나를 발견하고 만들어갈 수 있는지 들여다 볼 수 있는 이 책을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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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경제패권전쟁과 한반도의 미래 - 신냉전 시대, 우리는 어떻게 부강한 나라가 될 수 있을까
김택환 지음 / 김영사 / 201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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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의미한 합의를 도출할 것이라고 낙관했던 2차 북미 정상회담, 결과는 협상 결렬되었고 한반도는 다시 한 번 불안에 휩싸였다. 많은 전문가들이 내놓은 협상결렬의 원인에 대한 분석 중 가장 설득력 있는 것은 트럼프의 미국 내 정치적 입장에 따른 전략적 후퇴. 그에 따르면 북미간의 문제가 비관적이지만은 않으며, 문재인대통령의 중재자 역할의 필요성에 입을 모으는 모양새다.

국가 비전 전략가인 저자 김택환은 이 책에서 한반도에서 격돌하는 미국, 중국, 러시아, 일본 4국의 현재, 국가 전략과 패권 경쟁, 한반도에 대한 야심에 대해 심도 있게 분석한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한반도 문제를 이용하여 자국의 이익을 극대화시키기 원하는 국가들의 정치적 본심을 꽤 친절하고 이해하기 쉽게 설명해 놓았다.

 

세계의 이목이 남의 나라가 아닌, 바로 우리의 한반도에 집중되고 있는 현 시점.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이 상황을 정확히 바라볼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2019년 현재 한반도를 향한 4강의 본심이 잘 정리되어 있는 이 책이 반갑다. 3장에서 저자가 제시하는 대안이 새로울 것 없는 느낌이 조금 아쉽기는 하지만, 세계 패권 경쟁구도의 중심에 있는 한반도의 미래가 국가비전 전략가인 저자 한사람이 간단히 풀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는 것을 알기에 크게 문제되지 않는다. 완결형이 아니라 현재진행형인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는 우리 모두가 함께 관심을 가지고 함께 풀어가야 할 문제이며, 저자의 분석은 우리 앞에 당면한 과제를 풀어가는데 유의미한 베이스임에 틀림없다. 

 

“이제 새로운 100년을 맞이할 때이다. 우리는 어떤 100년을 꿈꾸고 있는가? 도래할 세상을 위해 우리는 어떻게 미래를 준비하고 어떤 기회를 잡아채야 하는가? 그리고 후손들에게 어떤 나라를 물려줘야 하는가?”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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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트풀니스 - 우리가 세상을 오해하는 10가지 이유와 세상이 생각보다 괜찮은 이유
한스 로슬링.올라 로슬링.안나 로슬링 뢴룬드 지음, 이창신 옮김 / 김영사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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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트풀니스 #한스로슬링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 책은 무조건 읽어야 한다. 흥미를 느끼게 할 가장 효율적인 방법이 뭘까 고민하다 저자의 방법을 그대로 가져오기로 했다. 저자는 이 책을 읽는 독자의 지식을 먼저 테스트하겠다며 13가지 질문을 던지면서 시작한다. 얼마 만에 풀어보는 문제인지, 들뜬 마음으로 연필을 들어 답이라고 생각되는 것에 체크했다. 13개 중 3개 질문만 공개한다. (꼭 풀어보시고 맨 아래에 정답으로 내려가서 확인하고 피드를 읽어주세요)

 

1.오늘날 세계 모든 저소득 국가에서 초등학교를 나온 여성은 얼마나 될까?

A:20%

B:40%

C:60%

 

2.지난 20년간 세계 인구에서 극빈층 비율은 어떻게 바뀌었을까?

A:거의 2배로 늘었다.

B:거의 같다.

C:거의 절반으로 줄었다.

 

3. 오늘날 전 세계 1세 아동 중 어떤 질병이든 예방접종을 받은 비율은 몇 퍼센트일까?

A:20%

B:50%

C:80%

 

 

어떤 답을 선택했는지? 나는 세 문제 다 틀렸다. 나는 정답을 보고 의아함이 앞섰다. 저자는 정답률이 높지 않음을 이미 예상했다는 듯, 대뜸 자신에게 실망하지 말라고 위로를 건넨다. 그도 그럴 것이 전 세계 각계각층 즉, 의대생, 교사, 대학 강사, 저명한 과학자, 투자 은행 종사자, 다국적기업의 경영인, 언론인, 활동가, 심지어 정치권의 고위 의사 결정자를 대상으로 테스트를 한 결과 절대다수가 오답을 내놓았다는 것이다. 그렇게 우리 중 다수가 세계를 오해하고 있다고 말하며 우리가 알고 있는 것과 다르게 세계는 좋아지고 있다고 말한다. 이렇게 팍팍하고 문제가 많은 세상인데 좋아지고 있다니? 저자는 세계를 핑크빛으로 보는 낙천주의자일까?

 

 

처음에는 빈부격차나 인권문제 등의 심각한 사회문제를 지나치게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있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거기다 나는 거의 최근 6-7년 동안 긍정의 힘을 믿는다든가 삶이 나아질 거라는 말에 두드러기가 올라오는 듯한 심한 거부감을 갖고 있었기에, 작가의 낙관적 세계관에 회의적이었다. 바로 그때 작가는 또다시 나의 그런 반응을 이미 다 예상했다는 듯, 적절한 통계와 평균, 분포를 제시하며 가능성 옹호론자로서 자신의 의견을 피력한다. 우리가 세상을 부정적으로 바라볼 수밖에 없는 이유를 인간의 본능을 조망하는 방법으로 철저하게 사실에 근거해 10가지 이유를 제시하고 대안을 내놓는 동안 저자는 한 번도 세상이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말하고 있지는 않는다. 단지 정확한 사실데이터를 근거로 이 세계가 나아지고 있음을 바로보자고 말하고 있는 것이다. 저자가 팩트풀니스factfulness(사실충실성)에 기반하여 보여준 세계는 실제로 눈부신 발전을 해왔으며 내가 생각하는 것보다 비관적이지 않았다.

저자는 밑도 끝도 없는 긍정의 힘이나 망상에 가까운 낙관주의자가 아니다. 사실을 충실하게 보고자 하는 가능성 옹호론자이다. 비판을 사랑하는 저자의 생각을 따라 가다 보면 저절로 내가 세계를 얼마나 오해의 시각으로 바라보고 있었는지 수긍이 간다. 온갖 미사여구를 동원한 따뜻한 말로 마음을 다독이는 것이 아니라 정확한 데이터를 근거로 누구보다 논리적으로 말하고 있는데, 이상하게 마음이 위로된다. 통계를 보면서 위로 받는 기이한 경험이라니.

 

 

위에 보여준 세 문제의 답은 모두 C 이지만 나는 처음에 모두 A로 답했다. “무지의 지.” 모른다는 것을 아는 것이 먼저라는 소크라테스의 말이다. 저자는 ‘세계에 대한 오해’라는 부드러운 워딩을 선택했지만 사실은 ‘세계에 대한 무지함’이었다. 이 책을 통해 세계에 대한 나의 심각한 무지함을 알게 되면서 세계관이 뒤 흔들리는 느낌이었다. 또, 읽으면 읽을수록 왠지 세계에 참여하고 있는 느낌이 들었다. 이 책을 다 읽고 난 지금은 이상하리만치 긍정적인 마음이 든다. 놀랍도록 논리적이지만 따뜻한 희망이 담긴 책이다.

 

 

 

*저자인 한스 로슬링은 세계적 석학이자 의사로서 세계보건기구와 유니세프 등 구호기구의 고문 등으로 활동하며 평생에 걸쳐 통계와 데이터를 가지고 사람들의 인식을 바꾸기 위해 노력했다. 그리고 첫 책이자 유작이 된 이 책을 집필하는데 몰두하다가 2017년에 세상을 떠났다고 한다. R.I.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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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답: 1.C 2.C 3.C

나처럼 극도로 세상을 부정적으로 바라보고 A를 선택한 사람 필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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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력 - 권기태 장편소설
권기태 지음 / 다산책방 / 201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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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13년 만에 세상에 나온 책

작가나 작품에 대한 사전 정보 없이 첫 몇 페이지를 보는 동안 벌써 대단한 내공이 느껴졌다. 마지막에 작가의 말을 보고서야 그 내공의 실체가 이해되었다. 이 소설은 구상단계부터 13년 만에 나왔고 집필하는 4년 동안 35번 개고 했다고 한다. 한 작품에 투자한 시간만큼 완성도와 몰입력이 높은 소설이 된 것이다.

이 책은 약 10년 전 우리나라에서 우주인 선발에 참여했던 고산, 이소연 두 사람의 실제 이야기를 모티브로 하고 있다. 우주인이 되기 위한 훈련과정과 우주인 후보들의 생생한 심리묘사, 숨 막히는 경쟁사회에서 최초만을 기억하는 사회를 바라보는 작가의 시각, 탄탄한 서사구조에 얹혀진 감성적 문체, 영화를 보는 듯한 편집 구성, 이것만으로도 이 책은 읽을 가치가 충분하다.

 

-아래는 스포가 될 수 있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우주인 선발과정의 쫀쫀한 긴장감을 놓치고 싶지 않은 분은 책을 먼저 읽고 리뷰를 읽어주세요 :)

 

 

 

2. '최초의 우주비행사'를 주인공으로 내세우지 않은 이유

2000년, 대한민국 과학기술부는 러시아와 공동으로 우주비행사 양성계획을 세우고 2006년 4월에 모집공고를 한다. 지원자가 3만 명이 넘은 가운데, 고산과 이소연이 최종후보 2인으로 선발된다. 최종 한명을 선발하기위해 러시아의 유리가가린 우주인 훈련센터에서 1년여 동안 우주적응과 실험수행을 위한 훈련과 평가를 받은 후, 2007년에 고산이 최종 탑승자로 정해진다. 이소연은 고산의 백업이었는데, 2008년에 고산이 규정을 위반하면서 백업이었던 이소연이 최종 탑승자로 바뀌게 된다. 마지막까지 어떻게 될지 몰랐던 한국의 최초 우주인이라는 타이틀은 결국 이소연이 거머쥔 것이었다.

 

이 소재를 가지고 소설을 쓴다고 했을 때, 드라마틱했던 이소연의 이야기를 조명하는 것이 어떻게 보면 더 타당해 보인다. 그러나 이 책은 세계475번째, 여성으로서는 49번째 우주인인 이소연 말고, 고산을 떠올리게 하는 이진우를 중심으로 서술하고 있다. 작가는 왜 최초의 우주인이 아닌, 우주인이 될 뻔한 인물을 주인공으로 내세웠을까. 논란의 여지가 있어서일까?

 

 

찾아보니 NASA의 입장은 우주비행사로 불리기 위해서는 NASA에서 정해진 교육과정을 거쳐야 하는데 이소연의 소유즈호 탑승은 한국과 러시아 우주 연방청의 상업계약에 따른 것이기 때문에 이소연을 “우주비행사”astronaut가 아닌 “우주비행 참가자”spaceflight participant로 분류한다. 이때, 한국항공우주연구원 백홍열 원장이 단순한 우주비행 참가자가 아니라 논란의 여지없는 우주비행사라고 반박했지만 논란의 여지는 남아있었다. 이소연이 비판을 받는 지점도 있다. 국가예산 260억원을 투입한 한국 최초의 우주인이 연구원의무복무기간인 2년을 채우자마자 항공우주분야와 관련이 없는 경영학을 공부하러 미국에 간점, 한국계 미국인과 결혼 후 미국시민권을 취득한 점등이 그것인데, 이는 이소연 개인을 넘어 후속사업을 계획하지 않았던 국가의 문제이기도 하다.(참고:위키백과) 그러나 이런 논란마저 소설의 소재로서는 드라마틱하고 매력적이기에 이런 이유로 최초의 우주인이 소설의 주인공이 되지 못한 것은 아닌 것 같다.

 

책을 보다보면 인간미가 배제된 초경쟁 사회에 대한 일관된 작가의 관점이 곳곳에서 드러난다. 경쟁을 통해 주변의 동료를 무자비하게 낙오시켜야만 성공하는 이 사회에서는 영원한 적도, 영원한 동료도 없다. 최초라는 타이틀에 목을 매고 최초가 되기 위해서는 누군가를 짓밟고 최고가 되어야 한다.

우리는 최초의 우주 비행사 유리가가린을 기억하지만 티토프는 기억하지 않는다. 당시 유리가가린의 백업이었던 티토프는 가가린의 후임으로서 우주에 나가서 유리가가린보다 더 유의미한 임무를 수행해 냈다고 평가되지만 실제로 아무도 기억하지 않는다. 달에 최초로 발자국을 남긴 암스트롱은 기억하지만 함께 간 버즈 올드린은 기억하지 않는다.

결국 작가는 우리나라 우주비행사의 최초가 될 뻔한 고산을 인간미 넘치는 이진우라는 인물로 재창조해 우리에게 다시 보여준다. 이것이 작가에게 이진우가 주인공이어야만 했던 이유라고 생각한다. 최초를 위해 인간성을 내버리는 현시대에, 과연 최초가 최고의 가치인가 질문하고 있는 것이다.

 

 

 

 

3. 제목이 왜 <중력>일까

<중력>이라는 제목, 우주인 헬멧을 쓰고 양복을 입은 표지의 일러스트에서, 막연하게 중력을 상징으로한 회사원의 삶을 묘사하는 이야기일 것 같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이 책은 철저하게 우주인 이야기였다. 1점으로 최초의 우주인이 되느냐 마느냐 긴장의 시간을 보내는 4명의 후보들 간의 치열한 경쟁 속에서, 인간이기에 느낄 수밖에 없는 질투, 좌절, 불안한 감정들을 세밀하게 묘사하고 있다. 우주인이 되기 위한 4인의 후보 중 누가 탑승자로 최종 선발 될 것인가가 핵심 서사인 것이다. 그러나 우주인 이야기로서 <중력>이라는 제목이라면 더 납득이 가지 않는다. 우주인이라면 오히려 제목이 <무중력> 이었어야 더 어울리는 게 아닐까. 작가는 왜 <중력>이라는 제목을 썼을까. 자신이 인정받고자하는 위원장의 모습을 바라보며 비로소 중력의 의미를 깨달은 이진우의 말에 그 해답을 찾을 수 있을 것 같다.

 

아인슈타인이 말한 것은 무거운 물체의 주변 공간은 중력 때문에 휘어져 있다는 것이다. 자기가 중요하게 여기는 사람의 근처도 그런 것이 아닐까. 나의 마음은 실내에 쳐진 그물 위에 선 것처럼 그가 움직이는 곳으로 기우뚱하게 쏠리곤 했다. 301

 

실제로 생물학연구원으로서의 그의 모습은 지극히 결과지상주의자였다. 연구원팀장이 자신의 완벽한 실험결과보고서에 부당한 평가를 내리는 것에 대해 불만을 품는다. 이진우는 속으로 팀장이 대학원장의 제자라는 이유로 부족한 실력에도 팀장이 되어서 자기 등에 업혀 우수등급을 받았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팀장이 배정한 기본기가 부족한 후배도 이진우 자신이 그 실수들을 메꿔 왔기에 성과를 유지할 수 있었던 것이라고 여긴다. 그러한 생각으로 팀장에게 반박하며 자신에게 내려진 미달평가에 승복하지 못하고 대립한다. 그리고는 이 부조리한 구조에서 자신이 인정받기 위해서는 더 완벽한 성과보고서를 내야한다고 속으로 다짐한다. 보고서를 더 깊고 예리하게 써내면 다시 기회도 만나고 보상도 생길거라며, 오직 결과로서 승부하려고 다짐하는 그의 모습이 묘사된다.

 

그러나 매일 빚을 지고 있지만 눈에 보이지 않는 중력의 힘을 우주인 선발과정을 통해 비로소 자각한 이진우는 변화한다. 실력으로 당당하게 선발된 우주인 기회가 동료의 잘못 때문에 날아갈지도 모르는 상황에서도 동료를 고발하지 않는다. 자신의 실력을 인정받기 위해서만 소신을 밝히던 과거의 그는, 이제 모두를 감싸 안는 인간성을 회복하게 된 것이다.

 

그에게는 그런 힘이 나타나요. 끌어안거나 품어주는 힘이요. 중력 같은 힘 말이에요. 늘 그런 건 아니었어요. 하지만 차츰차츰 강해졌어요. 우리는 그런 힘이 너무 없는 곳에서 살고 있잖아요. 밀치는 힘, 내쫓는 힘, 책임지지 않는 힘... 그런 게 많잖아요. (...) 우리는 무중력에서 오래 살 수가 없어요. 지상으로 돌아와야 해요. (...) 우리는 평범했지만 앞날로 나아가는 이런 팀워크를 통해서 비범한 데까지 갈 수 있는 거예요. 우리는 한때 대단한 것처럼 주목받을 수는 있지만 비범한 듯이 오래 남을 수는 없어요. 때가 되면 평범으로 돌아와야 해요. 그러려면 연민을 지녀야 해요. 간발의 차이로 저의 뒤에 서야 했던 사람들에게... 그리고 어쩌면 운이 없어서 뒤에 섰을 수도 있으니까요. (...)이것이 제가 이진우라는 사람에게서 배운 것이에요. 424-425

 

    

작가는 이진우라는 사람이 끌어당기는 힘이 바로 ‘중력’ 같은 것이라고, 인간성을 회복한 삶을 살자고 이야기하고 싶었던 것이다. 경쟁에서의 승리로 무중력의 상태에 올라가더라도 언젠가는 중력의 힘이 이끄는 대지로 돌아올 수밖에 없기에, 경쟁이나 목표만을 생각하며 사는 것보다 신념과 사람다움으로 대지에 발붙이자고 은근히 말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우주인이 되지 못한 이진우의 입을 빌어 작가는 말한다. “나는 그다지 멀리 떠나가거나 그다지 먼 곳에서 돌아온 것이 아니었구나, 삶이란 무엇이며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한결같이 생각하며 살아오고 있었구나, 그런 느낌을 받는 것이었다.” 라고. 그리고 우리 모두에게 공평하게 작용하는 중력을 등에 업고 다시 일어나 힘내라고 말한다. 그것이 우리 인생이고 삶이라고 말이다.

 

이 책은 사람을 끌어당기는 힘이 있다. 마치 그가 말하고자했던 ‘중력’처럼 말이다.

 

 

태양의 그 모든 불꽃들을 뭉쳐서 둥근 공으로 빛나게 하는 힘이 바로 중력이다. 태양처럼 행성들을 데리고 홀로 사는 별도 있지만 별 두 개나 세 개가 중력으로 묶여서 쌍둥이나 남매들처럼 사는 경우도 있다. 서로 늘 힘을 미치면서. 이 모두에게는 중력이 삶의 조건이고 운명이다. 별들이 생겨나고 자라나고 무너지는 생로병사를 중력이 다 맡아서 다루는 것이다. 사람도 너와 나, 우리는 무게 없이는 살 수가 없고 무게가 있는 곳에는 중력이 있다. 중력은 바람과 강, 밀물을 당길 때는 공평하지만 한 사람, 한 사람을 찾아갈 때는 오로지 개별적일 뿐이다. 버릴 과거는 없다. 아무도 모르니까. 피할 미래도 없다. 씨앗이 움트고 있으니까. 운명을 사랑해라. 그리고 가능성을 시험해봐라. 나아간 만큼 너의 인생이 된다. 다시 일어난 만큼 너는 강해진다. 그러니 반드시 생각해라. 이것이 끝이 아니라고, 너는 더 멀리 날아가야 한다고.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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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은 어떻게 삶의 무기가 되는가 - 불확실한 삶을 돌파하는 50가지 생각 도구
야마구치 슈 지음, 김윤경 옮김 / 다산초당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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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1. 칸트를 논하지 않는 쉬운 철학책

철학을 공부해보고 싶은 사람들이, 고대철학부터 현대철학에 이르는 방대한 양을 무조건 시간 축으로 공부하면서 매커니즘을 제외한 아웃풋만을 학습하려고 하기 때문에 늘 실패한다고 지적하며 사고의 프로세스를 배워야 한다고 저자는 일관되게 주장한다. 또한 사고의 프로세스를 제외하고 아웃풋만을 학습하려는 태도는 당시의 시대상황을 전혀 고려하지 않기 때문에 철학은 뻔하다고 단정지어버리는 오류를 범할 수 있다고 말한다.

그래서 이 책은 시간순서대로가 아니라 현대에 쓸모 있는 것 위주로 과학, 종교, 철학, 인문학, 심리학 등의 대표적 사상가들의 사고방식을 가져와 현대에 어떻게 적용될 수 있는지 서술하는 방식을 채택한다. 철학은 칸트 이전과 이후로 나뉜다고 했던가. 저자는 과감히 칸트를 생략하면서 에세이처럼 편하게 읽을 수 있는 철학서를 써냈다. 가독성이 웬만한 소설책보다 좋아서 철학, 인문학, 심리학에 입문하고 싶은 사람들이 읽으면 좋을 책인 것 같다.

 

2. 실생활에 유효

유수의 비즈니스 현장에서 능력을 인정받고 동일 계열 저서를 쏟아낸 그의 경력답게 이 책에도 경영의 현장에서 적용하면 좋을 철학적, 인문학적 개념이 주로 등장한다. 그러나 경영의 현장에서만 유효한 개념들도 조금만 바꿔 생각하면 실생활에 적용할 수 있는데, 그중에서 사르트르의 숨통을 끊어놓았다고 평가되는 레비스트로스의 결정적인 논박은 ‘탈구축’의 방법이었음을 설명하는 대목이 흥미로웠다.

 

“레비스트로스는 사르트르가 내세운 ‘새로운가 낡았는가’하는 이항대립에 대해, 그 이항대립이 내포하고 있는 ‘서양은 진화하고 있는 반면에 그 외 지역은 미개하고 열등하다’라는 설정자체가 틀렸다고 공격했다”p.318

 

레비스트로스는 A에 대치하는 B를 논거로 드는 것보다 더 강력한 방법인 상대의 논리의 허술함을 파고드는 전략을 사용했으며, 이분법을 탈피해 애초에 A냐 B냐 하는 문제 설정 자체가 이상하다라는 공격으로 사르트르를 상대했다.

상대가 하는 말이 내게 와서 부딪히는데 딱히 반박할 논거가 없다면 바로 써먹을 수 있는 방법이 아닌가. 물론 합당한 경우에만 해당하겠지만 :)

 

3. 우리사회에도 동일한 효용가치가 있는 일본저자의 책

저자는 일본인으로 현시대 일본의 성차별 문제나, 관료주의 등에 대해 철학을 통해 자각하고 개선해야 한다는 취지로 지면을 많이 할애한다. 일본사회의 문제점에 대해 비교적 객관적으로 바라보며 본문에서 ‘일본은 현재’, ‘일본사회의 문제’ 등 일본의 문제라는 것을 책 곳곳에서 분명히 하고 있다. 그러나 일본사회가 당면한 과제라고 지적하는 문제점에 독자로서 감정이 이입되었는데, 저자가 제기하는 문제들이 비단 일본에만 국한되어 있지 않기 때문이었다. 특히 4차 산업혁명이라는 큰 변화의 시기에, 가족이나 회사의 해체가 불가역적인 흐름이라면 사회는 사회는 반드시 필연적으로 새로운 사회의 유대를 형성하는 구조가 요구되는데 그것에 대한 가능성으로 저자가 세 번이나 동일하게 주장하는 대안이 바로 소셜미디어의 가능성이다.

 

“철학자 프리드리히 텐부르크는 사회 전체를 이루는 구조가 해체되면 그 아래 단계에 있는 구조 단위의 자립성이 높아진다고 주장했다.p.148

 

또한 이에 앞선 90-93 페이지에는 그 유명한 스키너 심리상자의 ‘변동 비율 스케줄’ 개념에 주목해서 불확실 한 것에 매력을 느끼는 인간의 본성을 조망하고 마침내 소셜미디어의 타당함을 역설하는데 지금껏 내가 들어본 가장 타당하고 가장 세련된 소셜미디어 정당화가 아닐까 싶다. 이 매력적인 저자의 주장이 궁금하신 분은 책을 통해 확인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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