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은 어떻게 삶의 무기가 되는가 - 불확실한 삶을 돌파하는 50가지 생각 도구
야마구치 슈 지음, 김윤경 옮김 / 다산초당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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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칸트를 논하지 않는 쉬운 철학책

철학을 공부해보고 싶은 사람들이, 고대철학부터 현대철학에 이르는 방대한 양을 무조건 시간 축으로 공부하면서 매커니즘을 제외한 아웃풋만을 학습하려고 하기 때문에 늘 실패한다고 지적하며 사고의 프로세스를 배워야 한다고 저자는 일관되게 주장한다. 또한 사고의 프로세스를 제외하고 아웃풋만을 학습하려는 태도는 당시의 시대상황을 전혀 고려하지 않기 때문에 철학은 뻔하다고 단정지어버리는 오류를 범할 수 있다고 말한다.

그래서 이 책은 시간순서대로가 아니라 현대에 쓸모 있는 것 위주로 과학, 종교, 철학, 인문학, 심리학 등의 대표적 사상가들의 사고방식을 가져와 현대에 어떻게 적용될 수 있는지 서술하는 방식을 채택한다. 철학은 칸트 이전과 이후로 나뉜다고 했던가. 저자는 과감히 칸트를 생략하면서 에세이처럼 편하게 읽을 수 있는 철학서를 써냈다. 가독성이 웬만한 소설책보다 좋아서 철학, 인문학, 심리학에 입문하고 싶은 사람들이 읽으면 좋을 책인 것 같다.

 

2. 실생활에 유효

유수의 비즈니스 현장에서 능력을 인정받고 동일 계열 저서를 쏟아낸 그의 경력답게 이 책에도 경영의 현장에서 적용하면 좋을 철학적, 인문학적 개념이 주로 등장한다. 그러나 경영의 현장에서만 유효한 개념들도 조금만 바꿔 생각하면 실생활에 적용할 수 있는데, 그중에서 사르트르의 숨통을 끊어놓았다고 평가되는 레비스트로스의 결정적인 논박은 ‘탈구축’의 방법이었음을 설명하는 대목이 흥미로웠다.

 

“레비스트로스는 사르트르가 내세운 ‘새로운가 낡았는가’하는 이항대립에 대해, 그 이항대립이 내포하고 있는 ‘서양은 진화하고 있는 반면에 그 외 지역은 미개하고 열등하다’라는 설정자체가 틀렸다고 공격했다”p.318

 

레비스트로스는 A에 대치하는 B를 논거로 드는 것보다 더 강력한 방법인 상대의 논리의 허술함을 파고드는 전략을 사용했으며, 이분법을 탈피해 애초에 A냐 B냐 하는 문제 설정 자체가 이상하다라는 공격으로 사르트르를 상대했다.

상대가 하는 말이 내게 와서 부딪히는데 딱히 반박할 논거가 없다면 바로 써먹을 수 있는 방법이 아닌가. 물론 합당한 경우에만 해당하겠지만 :)

 

3. 우리사회에도 동일한 효용가치가 있는 일본저자의 책

저자는 일본인으로 현시대 일본의 성차별 문제나, 관료주의 등에 대해 철학을 통해 자각하고 개선해야 한다는 취지로 지면을 많이 할애한다. 일본사회의 문제점에 대해 비교적 객관적으로 바라보며 본문에서 ‘일본은 현재’, ‘일본사회의 문제’ 등 일본의 문제라는 것을 책 곳곳에서 분명히 하고 있다. 그러나 일본사회가 당면한 과제라고 지적하는 문제점에 독자로서 감정이 이입되었는데, 저자가 제기하는 문제들이 비단 일본에만 국한되어 있지 않기 때문이었다. 특히 4차 산업혁명이라는 큰 변화의 시기에, 가족이나 회사의 해체가 불가역적인 흐름이라면 사회는 사회는 반드시 필연적으로 새로운 사회의 유대를 형성하는 구조가 요구되는데 그것에 대한 가능성으로 저자가 세 번이나 동일하게 주장하는 대안이 바로 소셜미디어의 가능성이다.

 

“철학자 프리드리히 텐부르크는 사회 전체를 이루는 구조가 해체되면 그 아래 단계에 있는 구조 단위의 자립성이 높아진다고 주장했다.p.148

 

또한 이에 앞선 90-93 페이지에는 그 유명한 스키너 심리상자의 ‘변동 비율 스케줄’ 개념에 주목해서 불확실 한 것에 매력을 느끼는 인간의 본성을 조망하고 마침내 소셜미디어의 타당함을 역설하는데 지금껏 내가 들어본 가장 타당하고 가장 세련된 소셜미디어 정당화가 아닐까 싶다. 이 매력적인 저자의 주장이 궁금하신 분은 책을 통해 확인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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