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샐러리맨, 아인슈타인 되기 프로젝트 - 이종필의 아주 특별한 상대성이론 강의, 최신 개정판
이종필 지음 / 김영사 / 2022년 12월
평점 :
#샐러리맨아인슈타인되기프로젝트 #이종필 #김영사
우주를 다룬 다큐나 책을 보면, 그 광활함에 경이로움을 느끼는 동시에 드넓은 우주의 먼지 한톨 만큼도 안 되는 나의 걱정이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작아지는 느낌이 든다. 한번쯤 다들 경험해 봤을 것이다. 그렇게 거대한 우주의 기원과 원리를 밝히려고 하는 사람들의 이야기 또한 경이롭다. 우주의 비밀을 밝히는 것은 우리의 기원, 나의 기원을 알고자 함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인간이 우주를 이해하는 가장 표준적이고 기초적인 방법이 바로 아인슈타인의 중력장 방정식을 푸는 것이라고 한다. 그것에 도전한 일반인들의 이야기가 있다. 바로 <샐러리맨, 아인슈타인 되기 프로젝트>의 주인공들이다.
이 책은 2009년 1월부터 12월까지 진행된 일반인들의 아인슈타인 중력장 방정식 풀기 프로젝트이다. 이 책에 등장하는 샐러리맨 P등의 주인공들에겐 공통점이 있다. 모두 수학이나 물리학 비전공자라는 점과 학문에 대한 열정이 대단하다는 점이다. 미적분을 알면 세상이 달라보인다는 선생님의 말 한마디에 눈이 반짝거리던 그들은 저자인 이종필에게 강의를 부탁하고 수학아카데미 개설을 추진한다. 그들의 열정에 저자는 한달에 한번 1년짜리 강의를 계획하고 진행하는데, 이 과정이 소설 같고, 드라마 같다. 이 책에는 ‘예비 아인슈타인들’을 대상으로 1년간 진행한 강의내용이 기록되어 있다. 고등학교 수학, 대학교 수학, 고전물리학, 일반상대성 이론, 아인슈타인 방정식까지 그들이 매회 무슨 수업을 했는지 핵심내용을 엿볼 수 있는 것이다.
현대적 중력이론인 일반상대성이론은 아인슈타인의 아이디어다. 질량이 있을 때 그 주변의 시공간이 뒤틀리고 휘어진다는 것, 그리고 또 다른 질량은 그 굽은 공간의 결을 따라 최단경로(측지선)로 움직이는데 이것이 바로 중력인 것이다. 아인슈타인 이전, 뉴턴의 만유인력의 법칙에서는 중력이라는 힘이 왜 존재하는지 어떻게 작용하는지에 대한 답을 제시하지 못했지만 일반상대성이론에서는 ‘왜’와 ‘어떻게’에 대한 답이 제시된다. 일반 상대성이론을 집약한 것이 바로 아인슈타인의 중력장 방정식인 것이다.(또한 일반상대성이론의 가장 직접적인 증거는 중력파인데, 2015년에 마침내 검출되었다.)
수학아카데미에 참여한 사람들은 우주에 대한 지대한 관심으로 이미 많은 과학교양서를 탐독하고 있었고 우주의 비밀에 수학을 통해 한걸음 더 다가가고자 하였다. 집합, 인수분해, 함수, 미적분등의 개념부터 시작된 강의는 벡터, 무한급수, 스토크스 정리, 측량텐서등 수학의 기본을 차례로 짚어간다. 시그마, 인테그랄 기호 같은 걸 보는 순간 왜 갑자기 고등학교 시절 칠판에 혼자 외계어 나열하시며 뒤도 안돌아보고 오롯이 칠판과 대화하시던 머리 희끗하고 꼬장했던 그 시절의 수학 선생님이 떠오르는 건지..
이런 수포자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책의 강의내용은 이어 고전역학으로 빠르게 진입한다. 물리학의 단위부터 회전운동, 라그랑지안 등에 이어 일반상대성이론에 도달한다. 아인슈타인이 자신의 이론으로 별빛의 경로가 어떻게 얼마나 휘는지를 계산한 방식, 우주가 팽창하는 속도 등을 수학적으로 계산하기에 이르는데 경이로웠다. 물론 다 이해했다는 뜻은 당연히 아니다. 내가 느낀 경이로움은 제3세계를 구경하는 수학 불가촉천민이 느끼는 신기함에 가까울 듯하다. 책에 기술된 강의 내용이 개인적으로 이해하기 버거웠지만 기본적으로 수식과 친숙한 사람은 충분히 따라갈 수 있을 것이다. (이 책 주인공들의 열의와 오랜만에 눈앞에 마주한 수학 기호들 덕분에 수학이 다시 궁금해지기 시작한 나는, 유튜브에서 #정승제수학 강의와 #깨봉수학 채널을 발견하게 되었는데 기초개념 복습에 도움되었다, 심지어 재밌었다..)
이런 내용을 1년간 착실하게 공부한 샐러리맨은 과연 아인슈타인이 되었을까? 발산정리, 슈바르츠실트 풀이와 같은 단어를 보고 갑자기 지적 호기심이 발동해 가슴이 뛰는 또 다른 ‘아인슈타인 희망자’들은 책을 통해 확인해 보시길. 저자의 설명처럼, 고등학교 수학이나 물리학을 전혀 모르는 사람도 ‘원리적으로는’ 아인슈타인의 방정식에 이를 수 있으며 이들처럼 우주의 원리를 수학적으로 풀어보고 싶은 사람들이 있다면 큰 흐름과 구조를 파악하는데 하나의 좋은 참고자료가 될 것 같다.
“출판사에서 도서를 지원 받아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