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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미안 ㅣ 꿈결 클래식 1
헤르만 헤세 지음, 박민수 옮김, 김정진 그림 / 꿈결 / 2014년 6월
평점 :
오래전 읽어서 줄거리도 아득하고 등장인물도 잊혀 졌지만 그래도 잊혀 지지 않는 대목과 평생을 되 뇌이며 살아가는 한
구절이 있는 소설이 과연 몇이나 될까?
데미안은 그런 소설 중에 하나 이다 그 한 구절을 떠올릴 때마다 가슴 뛰었던 젊은 날이 생각나고 그 젊은 날 자신에게
펼쳐질 미래의 인생길이 불안하지만 또 한편 기대감으로 흥분되던 그 아름다운 날들 가운데에 읽었던 소설 이 바로 데미안인 것이다
"새는 알에서 부화하려고 한다. 알은 세계요, 새는 신에게로 날아간다. 그 신의 이름은 아프락사스.” 아프락사스는 선과
악, 신과 악마를 한 몸에 지닌 신이자 모든 인간의 내면일 것이다
에밀 싱클레어라는 젊은이의 성장 소설이자 우리 인간이 살면서 모두 겪는 잠재된 욕망과 실현가능한 욕망 사이에서 무엇이
선인지 무엇이 악인지 혼란을 거듭하며 고민을 털어놓는 주인공과 데미안이라는 어쩌면 니체의 ‘짜라투스트라’ 즉 초인일지도 모르는 인물을 대비시켜
이야기를 풀어 나간다
이 책을 읽으며 가장 기억에 남고 많은 생각을 하게 된 것은 금지된 것에 대한 욕망과 그 금기를 내면에서 깨치며 성숙하게
되는 인간으로서의 삶이다 과연 우리가 인생을 살면서 무엇을 하고 무엇을 할 수 있으면 무엇이 금지 되어 있고 무엇을 하지 못하는 것일까? 라는
근본적인 질문과 자신의 내면으로 이끌어 준 책이라고 볼 수 있는 것이다 새가 알에서 부화하려고 존재에 대한 몸부림을 치고 그 알을 깨고 탄생하게
되나 그 탄생부터 인생의 고난과 역경은 시작 된다
스스로의 자유의지 대로 사는 것 같이 보이나 결코 우리는 그 자유의지와는 거리를 두게 된다 한 사람의 자식으로서의
인간적인 도리 혹은 공공성에 위배되지 않는 도덕성을 탄생과 동시에 그것을 끊임없이 타자에 의해 교육받고 세뇌되어 자아가 형성되어 가며 고민에
빠지게 된 싱클레어의 나이가 된 이후에는 고민만 존재할 뿐 결국 만들어진 선과 악의 규범 속에서 살아가게 되어 있은 것이 인간인 것이다
그런 금지된 것에 대한 내면의 욕망과 그 충족 될 수 없는 이상향과 같은 욕망 사이에서 끊임없이 갈등하는 존재에 대한
이야기인 이 소설은 참으로 가치 있다 하지만 이 소설 데미안은 상상속의 악의 세계에 대해서도 죄책감을 느껴야 하는 인간이 가진 도덕주의에 대해
결코 비난하지 않는다
얼렁뚱땅 양다리 걸치기 식으로 이야기를 펼쳐 놓고만 있고 그 해답에 대한 인물로 데미안이 등장하는데 실상 그 데미안이
하는 이야기는 양비론 적인 이야기와 어쩌면 상상속의 악도 악이 될 수 있다는 도덕주의 적 설교로 가득 차 있는 것을 이번에 다시 읽으며 작가에
대한 실망을 금할 수 없었다 실제로 모든 금기는 위반을 위해 존재하고 그 위반의 선의 너머에는 쾌락이 존재하면 타인에게 해를 끼치지 않는 다면
그 쾌락이야 말로 인간의 행복이며 선이다 라는 것을 작가 자신도 알고 있었으면서 자신있게 말하지 않았다는 것에 대한 실망이다
물론 이런 것들에 대한 감상은 이번에 다시 읽으며 가지게 된 생각이다 이렇게 시간이 흘러 오래전에 읽었던 나의 모습과
다시 만나게 해준 이 책에 다시금 감사하는 마음은 적지 않다 그리고 모든 번역 소설이 그렇듯이 독자에게 전해 주는 깊이를 번역이 크게 좌우 하는
바, 이번에 읽은 이 소설의 번역은 깔끔하고 잘 정돈 되어 있어서 읽기 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