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 먹어 버릴 테다! 담푸스 철학 그림책 1
에릭 바튀 글.그림, 이주희 옮김 / 담푸스 / 201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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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아틱한 제목! 그렇지만 유아틱 하지만은 않은 이야기!

줄거리는 이렇습니다.

겨우내 굼주렸던 늑대씨는 봄이되자 주린배를 움켜쥐고 숲으로 나왔지요.

그러곤 닥치는 데로 다 먹어치우기 시작합니다. 각종 동식물을 눈에 띄는 데로 섭취하고도 모자라

큰 산 하나와 개울물까지도 모두 먹어버렸지요.

건강에 이상이 생긴 늑대씨는 병원을 찾았고, 진료를 받는 도중 의사와 간호사들을 몽땅 잡아 먹습니다.

그런데 그때, 더 큰 늑대- 늑대씨보다 더 굶주린 늑대가 늑대씨를 잡아먹으려고 달려왔지요.

줄행랑을 치면서 그동안 먹었던 산과 시냇물..들을 다 토해냅니다.

다시 날씬해진 늑대씨는 그후로 매일아침 달리기를 한 다음에 책한권을 먹어치우는것으로 건강을 관리하게 되었답니다.

딸아이에게 이 책을 읽어주는데 여러가지 감상이 들었습니다.

첫번째는 심리학을 공부하는 저의 입장에서 늑대씨를 정신역동적인 관점으로 바라보자면, 늑대씨는 아마도 심리성적으로 구강기 욕구의 좌절이 원인이 되어 고착된 상태로 보입니다.

그래서 그 결핍된 욕구를 해소하기 위해서 폭주를 하게 된것이지요. 마치 센과치히로의 행방불명에 나오는 얼굴없는 귀신 가오나시 처럼 말입니다.

결국 상대를 해치고, 나 자신을 해치면서도 달리 욕구를 해소할 다른 방법을 찾지 못한채 늑대씨의 방황은 계속되지요.

하지만 더 큰 늑대를 만나 생사의 갈림길에서 도망을 치는 사이에 깨달음을 얻게 된다는.. 그래서 그 욕구를 '달리기와 독서' 라는 건전한 방향으로 승화시킨다는 의미있고 멋진 내용이란 생각이 듭니다.

두번째는 늑대씨의 모습은 바로 우리안에 있는 본성이고, 우리 사회의 모습이라는 점입니다.

사실 맨처음 생각났던 인물은 이명박이었습니다. 먹을수 있는건 최대한 다 해 쳐먹겠다고 눈을 시뻘겋게 뜨고 남이야 죽든지 말든지 강물이며 산이며 동식물이며 엉망으로 만들어놓는 늑대씨의 모습과 너무 닮았다는 생각이 들어서였습니다.

그리고 지난한해 시사문제로 강하게 부각되었던 갑-을 관계도 떠올랐네요.

대기업의 문어발식 확장으로 먹고 먹히는 관계속에서 중소기업도 마찬가지 조금이라도 자신의 영향력을 행사할수 있는 대상에게는 마구잡이로 힘을 쓰고 눌러대는 우리사회의 비뚤어진 권력, 인간본성의 욕심들이 늑대씨의 모습에서 비춰졌습니다.

선명한 색감에 단순한 그림들이지만, 한컷 한컷이 생각을 불러일으키는 멋진 작품들입니다.

아이들에게도 어른들에게도 늑대씨의 모습에서 귀감과 배움을 주는 동화라 생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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