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덕적 인간은 왜 나쁜 사회를 만드는가 - 철학이 묻고 심리학이 답하는 인간 본성에 대한 진실
로랑 베그 지음, 이세진 옮김 / 부키 / 201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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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덕적 인간이라면 옳고 바르고 이상적인 인간을 의미하지 않을까 생각했었다,

그렇기 때문에 도덕적 인간은 다른말로 이로운인간, 괜찮은인간, 이상적인인간과 동의어쯤으로 생각되었다.

그런데 이 책의 제목을 보면 '도덕적 인간은 나쁜 사회를 만든다'는 전제를 바탕으로 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때문에 기존의 믿음에 반하는, 한 번도 생각해보지 못한 신선한 주제이기에, 제목만 보고도 냉큼 읽어보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그것보다 더 내 눈을 잡아 끈것은 책 표지에 박힌 '2013년 이그노벨상 수상자'라는 저자의 이력이다.

이그노벨 상이 뭘까?

'비천한' 이라는 뜻을 가진 이 상은 가령, 인도에 사는 모든 코끼리 피부의 표면적 계산, 개벼룩이 고양이 벼룩보다 더 높이 뛰는 이유의 고찰 등, 다시 할 수도 다시 해서도 안되는 연구에 주어진다.

2010년 생물학 분야의 수상작은 동굴 박쥐의 구강성교에 대한 연구. 하지만 비록 괴팍해도 이 연구들은 어디까지나 과학에 속하고, 당사자들도 자신들의 연구를 꾀 진지하게 여기는 듯하다.

심지어 이그노벨상의 수상자 중에 정말로 노벨상 수상자가 나오는 일도 있었다. ^^

그렇기 때문에 책을 읽기 전부터 뭔가 기상천외하고 쌈빡한 내용의 흥미진진한 실험에 관한 내용이 아닐까 자뭇 기대가 되었다.

 

그러한 예상은 반은 맞고 반은 틀렸다.

마치 이경규의 몰래카메라처럼 특정 상황에서의 인간의 행동을 관찰한다는 점에서는 장난스럽고 재밌기도 했지만, 심리학을 전공하고 있는 내 입장에서는 인간의 사회적 행동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이 무엇인지에 대한 진지한 물음을 두고 조심스럽게 지켜볼 수 있었다는 점에서는 연구적 가치를 높이 평가하고 싶다.

 

결국 저자의 의도는 다양한 실험을 통해

선과 악이 우리의 머릿속에서 어떤 형태를 취하는지 (= 우리가 선악을 바라보는 관점이 어떠한지에 따라)

그러한 관념들이 개인의 삶이나 타인과의 관계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 내 자신을 어떻게 평가하는지, 타인을 어떻게 평가하는지, 그리고 사회 속에서 자신의 행동을 어떻게 이끌어 내는지)를 살펴보고자 한 것이다.

 

사실 도덕성이라는 심리적특성의 개념적 정의부터 잘 알지 못했던 나(=무식한 독자)는 책 한권을 읽는 내내 도덕성이 무엇인지에 대해서 고민해야했다.

결국은 도덕성이란 집단 안에서 암묵적 명시적으로 기대되는 바람직한 행동을 말하는 것 같다,

그리고 도덕적 인간이란 바람직하다고 생각되는 행동을 절대적으로 따르는 인간을 말하는 것 같다.

 

물론 늘 그렇지는 않다.

저자는 인간이 도덕을 내면화하고 무엇이 옳고 그른지 알지만, 상황에 따라 도덕성의 발현정도에서 차이가 나는 것을 실험을 통해 보여주었다는 것이 이 책의 백미다.

중요한 것은 어떻게 그런 결과가 나오게 되었을까 하는 점일 것이다. 또한 이 물음은 진지한 자기성찰을 가져온다.

어쩌면 사람들은 선과 악을 옳고 그름으로 단정지어 생각하기 때문이 아닐까.

실험결과를 보면 인간은 상황따라 선해지고, 상황따라 악해지는 존재임을 알 수 있다.

그런데도 자신의 선한 면은 드러내고, 악한 면은 감추려고 하는 이중적인 모습을 관찰할 수 있었다.

이런 행동은 선은 권장하고, 악은 없애야 한다는 근본주의적인 전제를 바탕하는 것처럼 보이고, 이런 도덕적인 사고야 말로 자기안에 있는 '악'한 면을 받아들이지 못하게 하는 원인이 될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자신의 악한 면은 숨기면서 타인의 악한 면이 보일 때면 가차 없이 비난하게 되는 것이다.

 

결국 도덕적인 인간이 나쁜사회를 만드는 이유는 바로 자기안의 양면성(선,악)을 인정하지 못하는데서 비롯된다고 할 수 있다.

선이 이로운 줄을 알고, 악이 해로운 것인 줄을 알되, 선도 악도 상황따라 나와질 수 있는 인간의 본성이고 성품이고 진리임을 깨닫는다면 그러한 죄책감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고 좀 더 솔직한 인간, 넉넉한 인간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철학이 묻고 심리학이 답하는 인간본성에 대한 진실은 결국 그 답을 하는 사람이 양면성을 수용할수 있는지 그렇지 못한지에 따라 달라질 수밖에 없음을 이 책을 통해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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