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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러운 나의 불행 너에게 덜어 줄게 ㅣ 내인생의책 푸른봄 문학 (돌멩이 문고) 14
마르탱 파주 지음, 배형은 옮김 / 내인생의책 / 2013년 4월
평점 :
프랑스 청소년들이 현재 생각하고 있는 불행과 행복은 어떤것일까? 라는 궁금함에 책을 읽기 시작하였다 처음에 읽어 나가며 이 나라 아이들은 참 독특하고 개성이 있다라는 생각이 들곤 했는데 다 읽고 나자 결국 언어와 문화만 조금씩 다를 뿐 인간이 판단하는 행복과 불행의 가치는 그게 그거라는 결론이 내려졌다 그들에게도 학교에서 의식하는 시선에 의해 자신의 가치를 높게 혹은 낮게 스스로 판단하기도 하고 또 가정에서 부모에 의해 판단되는 자기 자신에 대해 스스로 우울해 하기도 즐거워 하기도 하는 평범한 청소년기의 아이들 즉 성인으로 변해가는 시기에 놓인 인간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것이였다
일단 이 책을 손에 들면 순식간에 읽게 된다 물론 불행을 평등하게 나눠 주는 기계와 같은 기발한 상상력과 엉뚱한 생각을 하는 이야기 속에서 싱싱하게 살아 숨쉬는 것 같이 생명력을 부여한 작가의 탁월한 능력 때문일 것이다 간결하고 스피디한 이야기 전개와 위트있는 주인공들의 상상력도 가히 천재적이다
그러면서도 간혹 그들의 내면에 있는 생각들을 작가는 전달해주는데 그런 작가의 통찰력있는 청소년기에 스치고 지나갔을 것 같은 사고들을 예리하게 읽혀지도록 한 점이 이 책의 재미를 더해 주고 있다 이를테면 ‘ 우리는 성장한다 그러면서 부모님들이 전혀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선생님들이 피곤하고 불행하다는 것을 알아 차리게 된다 이런 상황에서는 어른이 되고 싶어질 수가 없다 어깨 위에 1톤 쯤 되는 짐을 진 듯 발걸음이 무겁게 축 늘어졌다’ ‘나는 미트리다트 왕 이야기를 생각했다 현명한 왕이었던 미트리다트는 아버지가 암살당했기 때문에 자신도 독살되지 않을까 두려웠다 그래서 날마다 독약을 조금씩 마시면서 자기 몸을 독약에 길들였다 나는 사람들이 우리가 어렸을 때부터 슬픔과 포기에 스스로 길들도록 교육한다는 인상을 받았다 우리의 몸과 우리의 정신은 점점 그 독에 익숙해져서 끔찍한 일이 닥쳐도 마침내 더는 반응할 수 없기에 이른다 우리는 더 이상 우리 삶에 반응할 수 없을 것이다 슬픔과 우울은 더는 슬프지도 우울하지도 않은 것, 정상적인 것, 우리의 일상이 된다 나는 그것이 나를, 우리 모두를 기다리고 있는 운명이라고 인정하고 말았다 ...’ 이처럼 작가는 가끔 도무지 청소년의 생각이라고는 볼 수 없는 인생의 통찰을 서술하곤 하는 이런 문장들을 읽으며 나의 청소년기가 어땠는지 반추해 볼 수 있는 계기가 되어서 아주 흥미로웠다
또 옮긴이의 말처럼 다른 사람 기준인 행복과 나만의 행복 즉 이 책의 주인공들인 마르탱은 비밀 본부에서 만화책을 읽으며, 에르완은 발명에, 프레드는 음악에, 바카리는 천체물리학에, 푹 빠져 자신들만의 행복을 찾는 것이야 말로 펼쳐진 인생길에서 얼마나 중요한가를 작가는 이야기하고 있을 것이다 그러한 까닭에 부적응자라는 것은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을 뿐더러 부적응자로 판단하는 세상의 시선이야말로 불행을 초래하는 가장 큰 원인이 될 것이므로 그런 시선은 도외시 하며 나만의 행복을 추구하는 방법을 즐겁게 이야기하고 있는 이 책을 읽는 동안 행복할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