훌륭한 군인 - 가장 슬픈 이야기 문예출판사 세계문학 (문예 세계문학선) 105
포드 매덕스 포드 지음, 손영미 옮김 / 문예출판사 / 201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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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설은 인간이 얼마나 비이성적이고 비논리적인가를 보여 준다

그리고 그 비이성적인 것이야 말로 어쩌면 가장 인간다운 것이 아닌가 하는 것을 상징적으로 설명하고 우아하고 고상하게 보이는 인간의 내면은 실상 얼마나 단순하고 본능적인지 인간의 실체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소설이다 이 소설이 우리나라에 많이 알려져 있지 않은 까닭도 알고 보면 그러한 이유일 것이다 좋은 소설은 뭔가 우리에게 교훈을 안겨주어야 한다는 틀에 박힌 교훈주의적 사고와 전통 유교사상에 길들여져 있는 지식인들은 이 작품을 도저히 좋은 작품으로 인정하기 싫었을 것이다

 

무척 교양 있어 보이고 품위 있어 보이는 두 부부의 이야기 인 것처럼 보이지만 알고 보면 그 두 부부 사이에 벌어지는 욕망과 질투로 인해 죽음에 이르는 말하자면 요즘 유행하는 말로 막장드라마에 가깝다는 것이다 내연 관계, 자살 등 인간도 어쩔 수 없는 욕망의 지배를 받는 동물임을 솔직하게 인정할 때야 말로 이 소설의 진면목을 알고 읽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 책을 번역한 이부터 이 책을 도덕적이 못하기 때문에 이해할 수 없다는 말을 하는 것을 보면서 참으로 안타까웠다

번역자 또한 좋은 문학작품은 교훈적이어야 한다는 틀에 박힌 사고로 책을 읽다 보니 도덕적이고 정서적으로만 작가의 의도를 파악하려 하였기 때문에 작품해설에서도 본인 스스로 도덕적 몰입 또는 해독이 불가능 한 소설이라고 말하며 자신이 번역을 했음에도 주인공 에드워드 애쉬버넘을 비롯해 거의 모든 등장인물이 표면과 실제의 행동 또는 행동의 여파가 너무도 판이하기 때문이며 다우어과 더불어 등장인물들의 완벽한 외모와 행동 극적인 연애와 사랑에 매료되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인형처럼 무심하고 경직되고 냉혹한 그들의 감정과 결정 인물들 간의 어긋난 의도와 소통의 불가능성에 경악을 금치 못하게 된다 라고 언급하는데, 그야 말로 나는 이 번역가에게 경악을 금치 못하는 바이다

 

어떻게 이렇게 소설이 무언지도 모르는 사람이 번역을 하고 이런 글을 작품해설이라고 쓸 수 있는지 안타깝다 이 분이 사드 후작의 소돔 120일 혹은 조르쥬 바타이유의 눈이야기를 읽고 나서 무어라고 말할지 궁금하다 소설은 도덕 교과서 윤리 교과서가 아니다 작가의 상상력이 투영된 예술 작품이다 그런 점에서 보면 이런 사고를 가지고 있는 번역자의 작품해설은 작가에 대한 모욕인 것이다

 

안타깝지만 나는 이 책을 읽고 다른 번역으로 읽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오래전부터 읽어 보고 싶어 했던 작품이였는데 번역자로 인해 책을 읽고도 책을 다시 읽어야 겠다는 생각이 든 책은 처음이다 본문에서 작가가 아마도 번역자에게 하고픈 말일 지도 모른다는 재미있는 생각이 들어서 옮기며 서평을 마친다

 

정말 불편하고 죽도록 짜증 나는 것은 다들 상대방이 어떠하리라고 으레 짐작하기 때문에 내가 지금까지 말한 것보다 더 깊은 차원에서 그들과 친해지기는 대단히 어렵다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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