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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 닦고 스피노자 - 마음을 위로하는 에티카 새로 읽기
신승철 지음 / 동녘 / 2012년 11월
평점 :
아주 오래간만에 좋은 책을 만났다
독서량이 늘어갈수록 책을 고르는 안목이 까다로워질 수밖에 없는데 이 책은 힘든 시대를 살고 있는 청년 세대는 물론 모든 연령층에게 자신을 한 번 돌아볼 수 있도록 안내하고 있다 좋은 책일수록 읽다가 자주 덮고 자신과 자신의 생을 반추해 보는 사색의 시간을 자주 제공하는 기능을 하는데 바로 이 책이 그런 역할을 하고 있다
인생에 대한 거대 담론이나 우주론 등 심오하고 고상한 원리를 주로 이야기하는 철학자와는 달리 스피노자는 철저하게 우리 내면을 탐구하고 있고 그 관찰에 대한 서술도 솔직하게 다루고 있는데 그런 작고 솔직한 인간의 내면 심리야 말로 일상을 사는 우리의 삶에 친근한 철학으로 다가 오고 그런 점에서 착안하여 독특한 형식으로 서술한 저자의 상상력이 빛났다
본문에서는 대한민국 20대 백수의 불안 : 불안증 , 여고생에게 너무 버거운 짐 : 우울증 , 나를 감시 하는 검은 눈 : 피해망상증 , 가족이 왜 나를 구속할까 : 신경증 , 삐뚤어져도 괜찮아 : 강박증 , 열등감과 패배감이 어긋날 때 : 과대망상증 , 당신 안의 욕망을 긍정하세요 : 도착증 , 나를 갉아먹는 끔찍한 기억 : 공황장애 , 현실을 외면할 수 있는 유일한 길 : 중독 , 멀러지지 마! 넌 내 거야 : 경계선 인격 장애 , 기분이 좋았다 나빴다 끊임없는 반복 : 조울증 , 모든 것이 나와 관계가 있다는 생각 : 관계 망상 , 더 이상 갈 곳이 없어 : 분열증 , 나 지금 떨고 있니? 공포증 .. 이렇게 총 14단락에 걸쳐 우리가 흔히 만나게 되는 정신의 이상 상태를 일상의 쉬운 예를 들어 과연 이런 이상이 어디에서 비롯하였고 그 치유법에 대한 대안으로 마음을 어떻게 가지는 것에 대해 잘 설명하고 있다 말하자면 이런 정신병이라고도 볼 수 있는 것들이 알고 보면 우리의 내면과 무의식에 항상 잠재되어 있으며 그런 잠재된 것들이 어떻게 표출 되느냐가 문제임을 제대로 직시할 때 그 문제가 전혀 심각하게 표출되지 않고 일상을 살 수 있다는 것을 설명 한다
그리고 각 단락 마다 새로운 에피소드와 인물들이 등장하여 우리 일상에서 흔히 만나게 되는 이야기 속에 각 인물들이 갈등하고 그 갈등의 원인과 과정 해법들에 대해 스피노자가 즐거운 유령처럼 등장하여 아주 쉽게 철학적 메시지를 던지고 그 명쾌함 속에 스피노자 철학이 자연스럽게 독자에게 스며들도록 구성 되어 있고 한 단락을 읽고 나면 마치 즐거운 콩트나 단편 소설을 한 편 읽고 난 후 그 소설 속 인물에 나를 이입시킨 후 스피노자 선생에게 정신과 상담을 받고 난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매 단락이 시작하기 전 ‘ 도착증 perversion은 이상성욕이나 변태성욕 등 성적 이상도착증에 한정해서 쓰는 경우가 많으나 사물화 현상인 페티시즘fetishism과 유사한 증상을 보이는 소유 집착형 사고나 성공주의적 사고에도 도착적 증상이 나타 난다 도착은 자본주의적 인간형의 기본 심성을 구성하는 작동 방식을 갖고 있으며 매우 흔하며 일상적인 것으로 간주되지만 사회병리의 근원 이라고 할 수 있다 .. 중략 .. 스피노자는 “인간은 왜 예속을 영예로 여기는가?”라는 질문을 통해서 피학에 대한 단상을 제출하면서 최초로 인간의 욕망 왜곡 현상을 설명하고자 했다 .. 처럼 그 단락에서 이야기 하고자 하는 핵심 내용을 스피노자가 주창한 학문을 중심으로 간략히 설명하고 요약해 놓고 있어서 재미 위주로만 이야기가 흐르지 않도록 한 점이 보기 좋았다
아뭏튼 이 책도 한 번 읽기엔 부족함이 있고 스피노자 철학이 궁금하거나 일상사에서 겪는 정신 병리학적 상황을 만날 때 마다 꼭 꺼내서 다시 읽어 봐야할 책이라 여겨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