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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하의 한 방울
이츠키 히로유키 지음, 채숙향 옮김 / 지식여행 / 2012년 10월
평점 :
품절
‘우리의 삶은 대하에 흐르는 한 방울에 불과 하다 그러나 무수한 다른 한 방울들과 함께 커다란 흐름을 이루어 확실히 바다로 흘러간다. 높은 봉우리에 오르는 것만을 꿈꾸며 필사적으로 달려온 전후 반세기를 돌아보면서, 지금 우리는 유유히 바다로 흘러가고, 또 하늘로 돌아가는 인생을 그려야 할 시기에 접어들고 있는 게 아닐까. “사람은 모두 대하의 한 방울” 다시 거기서부터 시작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작가가 말한 대하의 한 방울이란 표현을 보며 얼마 전 온 몸을 땅에 던져 세상과 이별을 한 전직 대통령의 짧은 유서 속 ‘우리는 모두 자연의 한 조각이 아니겠느냐’라고 표현한 구절이 떠올랐다 이 책의 작가 이츠키 히로유키도 일본에서 작가로서는 누릴 수 있는 모든 영광을 누렸고 스스로 목숨을 끊은 전직 대통령도 이 생에서 누릴 수 있는 모든 것을 누린 것으로 보여진다 이렇듯 생에서 대가를 이루고 성취한 사람들에 보는 시각에서도 생이란 것은 참으로 허무하고 모든 존재하는 모든 자연의 생명처럼 탄생과 동시에 죽음을 향하여 느린 듯 빠르게 달려가는 것 이상도 이하도 아닌 것으로 느껴짐을 어핏 짐작할 수 있었다
작가가 표현한 대하의 한 방울에서 한 방울은 더불어 사는 주위의 사람들 혹은 모든 생명체를 은유하고 있다고 보여진다 그렇게 부대끼며 바쁘게 살아 가지만 결국은 죽음의 커다란 바다에 다다르게 되는 것이다
책을 읽다 보면 ‘인간은 죽어 가는 것이다’ ‘죽을 뿐만 아니라 죽어가는 것이다’ 라는 표현처럼 곳곳에서 죽음에 대한 이야기가 등장하고 있다 가장 사랑하는 사람과도 결국 죽음으로 이별을 맞이하게 된다 어떤 스트레스 지수 연구 결과에 따르면 인간이 가장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경우가 사랑하는 사람을 죽음으로 떠나 보내야 하는 상황이라고 한다 그러니까 가장 사랑받은 사람이 자신이 떠나며 남겨진 사랑하는 이에게 가장 커다란 슬픔과 스트레스를 안겨주고 떠나 가는 것이다 이처럼 우리에게 생이란 기쁨도 슬픔도 동시에 존재하는 알 수 없는 심연에서 꿈꾸듯 살아 가는 것이 아닐까
작가는 그러므로 우리는 우리의 허망한 인생을 사실 그대로 받아 들여 보는게 어떻겠냐고 질문을 던지고 있는 것 같다 일단 그 허망함과 허무함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는 순간 우리에게 진정한 희망이 보이는 것이라며 역설적인 말을 하고 있다
쉽게 받아 들이긴 힘들지만 서점에 가면 흔하게 만날 수 있는 ‘노력하면 성공한다’ ‘최선을 다해 자기를 계발하라’ 류의 무조건 열심히 살아라고 충고하는 기존의 처세술 책들 보다는 훨씬 더 현실감 있게 받아 들일 수 있었고 책을 읽는 곳곳에서 작가가 평생을 살면서 체득한 경험과 다독에서 비롯한 통찰력을 느낄 수 있었다
‘ 모든 것을 상대적으로 보면 그렇게 만들어진 우주의 구조를 순순히 인정하고 싶어지고 그렇게 할 수 있으면 편해질 뿐만 아니라 타인이 보이고, 자기 자신이 훨씬 선명하게 보이고 ’우주 속 단 하나의 존재‘ 한없이 존엄하게 여겨지기 시작한다’ 라는 책 해설의 내용처럼 작가는 대하의 한 방울 안에서 우주를 볼 수 있고 그 속에 죽음과 삶이 같이 내재 되어 있다고 말하며 그런 모든 것을 인정하기에 앞서 존귀가 따로 없는 각각의 별 것 없는 인생을 인정하는 것이야 말로 흔들리지 않는 마음을 지니고 행복하게 살 수 있는 길이라고 말한다
오랜만엔 책을 아껴가며 읽고 읽다가 자주 덮으며 숨고르기를 하며 삶에 대한 질문에 스스로 대답하며 사색할 수 있는 책을 이 가을에 읽게 되어 기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