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그날의 일곱 시간
수잔네 프로이스커 지음, 홍이정 옮김 / 샘터사 / 2012년 9월
평점 :
절판


이 책은 심리학자이자 심리치료사인 수잔네 프로이스커가 교도소에서 폭력 등의 범죄를 저지른 범죄자를 대상으로 심리치료를 하던 중 연쇄 강간을 한 범죄자로부터 끔찍한 성폭행을 당한 이야기이다

 

설마 소설이겠지 했는데 실제 작가의 이야기였다

책의 제목은 그 끔찍한 일을 당했던 실제 시간을 의미하는 것이다 성폭행이 끔찍한 범죄인 까닭은 인간이 도저히 버티어 낼 수 없는 수치심을 자극하며 폭행한 것이므로 그 악몽 같은 기억이 피해자의 평생을 지배하게 되고 그 고통스러운 기억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는 자살에 까지 이르게 하는 범죄이기 때문이다

 

그토록 자신 스스로에게도 고통스러운 일인데 작가는 그것을 상세히 기록하고 책으로 까지 펴냈다 이게 가능한 일일까? 일반적 상식으로는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에 작가는 희생자는 자신을 부끄러워하고, 희생자는 옛날처럼 모든 게 상대방을 불안하게 한다 희생자는 어떠한 도움도 줄 수 없으며 자신을 부끄러워해야 하며 머리를 숙여야하며 희생자는 희생자 다워하야 하다는 것에 대해 ‘희생이라는 범죄’를 저지르게 되는 것이며 희생자가 되기를 자처하기 보다는 변화를 딛고 일어서야 한다고 말한다

 

정말이지 이런 작가의 모습이 놀라웠다 어쩌면 작가는 이 책을 그 악몽 같은 시간에서 벗어나기 위한 치유로 생각한 듯 했다 그것은 작가가 심리치료사였기 때문에 가능 했을 것이다

그리고 작가가 잡지에서 인터뷰한 내용을 보고 성폭행을 공론화 하는 것이 옳은 지에 대한 대답으로 소송과 공론화로 인해 작가 자신은 더 건강해 졌다고 대답하고 있고 남편과의 관계도 더 좋아졌고 삶이 더 풍요로워 졌다고 당당히 대답하고 있다 일견 이해가 되지 않는 게 당연하기도 하지만 이런 일이 독일이니까 가능했지 과연 우리나라였다고 해도 작가가 저렇게 대답할 수 있었을까?하는 의구심이 좀 들었다 성폭행 당사자가 수치심을 느낄 수 밖에 없는 고압적 수사과정과 범인과 대질해야 하는 상황 등 우리나라에서는 실제 수사과정에서 받게 되는 상처가 더 많다고 들었다 여성조사관이 직접 피해당사자의 집이나 피해자가 안정감을 느낄 수 있는 곳에서 방문 수사가 이루어 지는 등 세심한 수사가 필요할 부분인데 전혀 그렇지 못하기 때문에 신고율 자체가 현저히 떨어지고 그런 여성의 약점을 알기 때문에 성폭행법의 재범율이 우리나라에서는 높은 것으로 보여 진다 오죽했으면 에필로그 후 옮긴이도 언급했지만 한국에서는 성폭행 당한 여인이 자신을 스스로 죄인 취급을 하기도 할까?

 

독자가 책을 읽으며 끔찍했던 작가를 떠올리는 것만 하지 않도록 작가는 여행수기와 요리 이야기를 쓰기도 하고 자신의 변화되는 모습을 잔잔히 기록하고 마침내는 자신을 성폭행한 범죄자를 용서하기에 이르고 그에게 편지를 쓰기도 하며 오히려 격앙된 독자의 마음을 치유하려는 듯 보이기도 한다

 

책을 읽으며 가장 인상적이였던 것은 그녀도 대단했지만 그녀의 남편이 더 위대해 보였다

결혼을 10흘 앞둔 날 끔찍한 일을 당했던 그녀는 단호히 결혼하기를 반대했는데 그 남편은 그렇게 때문에 더더욱 결혼을 해야 한다고 말하며 그녀가 하는 모든 일에 지지를 보내고 용기를 북돋아 준다 아마도 이런 책을 내가 그리고 우리가 읽을 수 있었던 까닭은 그녀의 남편 덕분이 아닌가 싶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