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똑똑한 바보들 - 틀린데 옳다고 믿는 보수주의자의 심리학
크리스 무니 지음, 이지연 옮김 / 동녘사이언스 / 2012년 9월
평점 :
품절
과연 진정한 멘토는 어떤 사람일까?
책을 읽다 보면 어떤 문장 혹은 어떤 구절에서 아 어떻게 작가는 이런 생각을 하게 되었을까?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그리고 그런 깨달음을 주는 문장을 한 작가에게서 자주 느끼게 될 때 우리는 그 작가에 대해 호기심을 가지고 다른 작품들도 모두 읽게 되고 급기야는 그 작가의 인생과 가치관, 삶의 궤적에까지 관심을 가지게 되는데 아마도 이런 과정에서 그 작가의 삶과 작품에서 일관성이 느껴지고 그 일관성과 그의 사상과 가치관이 내 삶의 가치관에 변화를 준다면 그 작가를 그야말로 우리는 멘토라고 부를 수 있을 것이다
이 작품의 작가 마광수는 나에게 그런 인물이다
나도 처음엔 다수가 말하는 것처럼 마광수 교수를 잘 알지 못하고 미디어에서만 접했을 때 그저 야한 얘기를 많이 하고 그런 이슈를 바탕으로 적당히 유명세를 타고 튀고 싶어 하는 사람이구나 라는 생각을 하였다
그러던 중 우연히 지금은 판금된 그의 소설 ‘즐거운 사라’라는 소설을 읽게 되었다 처음엔 왜 이 소설이 판금되었을까? 이 작가는 왜 이렇게 야한 소설을 써서 사상초유의 학기 강의중 구속이 되는 황당한 처벌을 국가에게 받아야 했을까? 하는 호기심 이였다 그러나 다 읽고 나서 나는 좀 당황했다 첫 번째 의문은 왜? 였다 도대체 왜? 무엇이 잘못되었길래 이 소설을 쓴 작가를 구속하고 작품을 판금까지 시켰을까?
그 후 나는 천천히 시간을 가지고 생각하며 그 간의 마광수 교수 관련 사건을 다 찾아보고
그의 다른 작품을 찾아 읽었다 그리고 그의 삶의 궤적을 살펴 보았다 그러고 나자 정말이지 처음보다 더 황당했고 그가 이 사회에서 얼마나 고통 받고 있는지와 그를 대중이 얼마나 왜곡하여 알고 있는지를 깨닫게 되었다 그에게 죄가 있다면 솔직한 것 말고는 아무것도 없어 보였다 당시 연세대 국문학과 교수를 비롯 학생과 대학원생들은 700페이지 가량이 되는 마광수 백서를 출판하면서 까지 그의 무죄를 주장했고 교내엔 ‘ 마광수는 인도와도 바꿀 수 없다’라는 현수막이 붙어서 인도 대사관에서 항의를 한 헤프닝도 있었다고 한다
마광수 작가는 평생을 인간의 기본적인 욕구인 식욕과 성욕에 대해서 솔직하게 이야기하고 있었다 그는 성욕과 관련된 소설 뿐 아니라 시를 비롯 인간론 성애론 카타르시스이론 등과 같은 철학서라고도 볼 수 있는 수많은 책을 써 왔다
유교사상이 지배하고 있고 권위주의적 이중성으로 지위를 유지하고 있는 한국의 지식인 특히 교수 집단과 기득권층은 교수라는 직위를 가진 자가 그런 소설을 쓰고 솔직하고 당당하게 성을 이야기 하는 그가 그냥 밉고 싫었던 것 이였다 그의 재판 과정에서 판사나 검사가 한다는 질문이 겨우 ‘당신 딸이 그런 소설을 읽으면 어떻겠냐?’정도로 문학과 예술에 대해 정말이지 무지한 질문이나 해대는 것을 보면 정말이지 누가 저질인지 알 수 있다
소설 작품에서 섹스를 하는 것이 사회에 악영향을 끼친다면 영화 속에서 수많은 사람을 잔인하게 죽이는 것은 무엇으로 설명할 것인가? 사람을 죽이는 것보다 섹스하는 것이 나쁜가?
둘 다 작가의 상상력의 산물인데 우리나라 사법부는 작가의 상상력을 단죄하겠다는 것인가?
그를 구속시킨 ‘즐거운 사라’는 일본에서는 우리나라 소설로는 처음으로 베스트셀러가 되기도 하였고 야하기는커녕 그저 재미난 여대생의 성장소설 정도로 분류 되었다
이런 나라에 사는 것이 참으로 슬픈 일이 아닐 수 없다
이 책 ‘멘토를 읽다’는 마광수 작가의 잠언록이라고도 볼 수 있다 그간 그가 출판해온 책과 그가 주장한 이론에서 핵심적인 문장들로 엮었고 요즘 젊은 독자들이 쉽게 읽을 수 있도록 출간한 책이다 책 중간 중간 작가가 직접 삽화를 그려 넣기도 하였다
식욕과 성욕을 듣기 좋은 말로 하면 경제학과 사랑이다 적당히 사랑이니 경제학이니 하며 글을 써도 충분히 썼을 텐데 그는 끝내 사랑해서 섹스해서 사랑 한다 , 배고프니 밥 먹고 싶어 일한다고 솔직하게 말하고 있다 모든 존재의 근원에는 잉태과정이 존재하고 그 과정은 섹스이다 그렇듯 지상의 모든 존재와 관련이 있는 섹스라는 주제를 두고 우리 인간만이 가진 특권인 말하기와 글쓰기를 사용하여 세상에 하고픈 이야기를 하겠다는 작가를 비난하는 이야 말로 이중적 잣대로 세상을 보는 것에 대해 비난받아야 마땅할 것이다.
인간의 솔직한 마음이 무엇일까? 에 관해 깊이 되 뇌이며 한 문장 한 문장 읽어 보면 이 책이 얼마나 소중한 책인지 알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