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이 있다면 그것은 우주 자체가 아닐까

신은 아무것도 쓰지 않았다 - 자연학자 이브 파칼레의 생명에 관한 철학 에세이
이브 파칼레 지음, 이세진 옮김 / 해나무 / 2012년 7월

서양 역사는 신화의 역사에서 비롯되어 고대 로마 시대를 지나 기독교 역사가 큰 흐름을 지배하고 있고 그 기독교는 신들의 신이라 말할 수 있는 창조주 하나님과 인간의 관계이므로 절대적 창조주 신에 대하여 신이 없다라고 말하는 것은 중세뿐 아니라 지금까지도 서양에서는 일종의 금기로 여겨지고 있는 듯하다.

이번에 읽게 된 자연학자 이브 파칼레의 이 책도 리처드 도킨스의 책 ‘만들어진 신’처럼 그 신과 인간의 관계에 관한 금기에 대해 반기를 듦으로써 주목을 받게 된 책이라 여겨 진다

책 내용도 유사 이래 인간이 논리적으로 연구해온 우주물리학 진화론 등 자연과학에서의 근거를 차분히 제시하며 신과 우주창조의 관계를 서서히 분리하는 것이 이성적 판단임을 서술하고 있다

그리고 빅뱅에서부터 인간의 DNA까지 순전히 과학적 근거들을 나열하고 설명하고 있는 데 이 책이 재미있게 읽히는 것은 그런 자연과학이론과 그를 뒷바침하는 논리적 근거를 제시하는 것보다 서문에서 부터 ‘나머지 노래는 내세에서 들으리 어이! 나, 삶을 지극히 사랑 하였네 어이! 벌써 끝이네..’ 와 같은 일본 사형수의 하이쿠를 소개하고 마치 노스트라다무스의 예언시 와도 비슷하고 철학자들의 잠언을 연상시키는 짧은 문구를 삽입시켜 자연과학과 무한한 우주와 그리고 우주와도 비교되곤 하는 인간의 마음과 생명이 가진 마음을 떠올리며 사색에 잠길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는 점이다

옮긴이는 이러한 작가의 서술을 시적유물론에 담긴 철학과 유머라고 말하기도 했는데 내가 보기에는 이런 서술은 저자가 독자에게 주는 티타임과 같이 느껴졌다. 일하는 도중에 틈틈이 가질 수 있는 티타임이 잠시 쉬는 것 같지만 알고 보면 일상에서 벗어나 잠시라도 자신을 삶을 객관화 시켜 관조할 수 있는 기회를 문득 가지게 되는 것처럼 이 책이 우주와 그 우주를 창조한 신이라는 거대함과 그 거대함이 비롯된 세계를 자연과학을 바탕으로 서술하지만 그런 잠언시에서 그 우주 속에서 미미하지만 반짝이며 빛나는 우리의 생명과 그 존귀한 가치를 짧지만 생각해보는 기회를 주는 것이 아닌가 생각해 보았다

또한 책 중간 중간에 ‘바닷물은 왜 짤까?’ 와 같은 쉽지만 지나치기 쉬운 상식을 바탕에 두고 서술함으로써 거대한 우주의 빅뱅으로 시작해 단세포 동물까지의 자연과학적 여정을 지루하지 않게 독자들에게 소개하고 있다 그리고 이 책은 한번으로 읽어 내기 보다는 가끔씩 우리의 기원과 우주의 기원 혹은 존재와 자연현상에 대한 궁금증이 생길 때 마다 꺼내어 찾아 보고 읽어 볼 만한 독특한 에세이 형식의 백과사전 같아서 더 가치 있어 보인다

그리고 작가는 이 책 다음에 나오게 될 ‘인간의 장편소설’에 대해 이야기하며 ‘나는 15만 년 전에 동아프리카에서 우리의 종이 처음 출현하여 지구를 지배하게 되기까지의 여정을 되집어 볼 것이다 그러한 승리가 가능했던 것은 농경과 유목, 화석에너지의 활용, 과학과 기술 덕분이다. 그래서 부조리한 지경까지, 우리를 사로잡는 이 생상의 광기가 생물권을 약탈하고 훼손하기까지 이르렀다 생태학적으로 어느 한 종에게 지배적 힘 쏠릴수록 그 종의 최후가 가까워온다는 커다란 모순에 이르렀다..’ 라고 서술하고 있는데 여기서 본문에서 가끔 등장 하는 시어처럼 약간 염세주의적인 작가의 심정이 느낄 수 있었으나 곧 생명은 아름답고 죽음은 아무것도 아니라는 결론을 내리고 있다 이 맺음말에서 작가가 전달하고자 하는 것은 죽음에 대한 두려움에서 비롯된 인간의 약한 마음을 신에게 의지할 것이 아니라 존재자체의 아름다움을 만끽하고 신을 도외시하여 존재와 삶 자체에서 기쁨을 누리는 것이야 말로 인간의 현명함이라고 다시금 강조하고 있는 것 같았다

끝으로 본문에서 작가가 지구란 행성을 소개한 부분에서의 잠언시를 소개하며 서평을 마치고자 한다

지구!

“인간을 만들었네

자신이 무엇을 만드는지도

알지 못한 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