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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못은 우리 별에 있어
존 그린 지음, 김지원 옮김 / 북폴리오 / 2012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사춘기 소녀인 주인공 헤이즐에게 주어진 삶은 너무나 슬프고 안타깝다
죽음에 맞서는 것이야 말로 인간이 마지막으로 해야 하고 할 수 밖에 없는 가장 힘든 일인데 그 뿐만 아니라 헤이즐은 사랑하는 이의 죽음을 겪기까지 한다 과연 우리가 이런 십 대 소녀의 심정을 우리가 이해할 수 있을까?
그런 극한 설정을 한 작가는 오히려 그 소녀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만큼 슬프지도 않고 죽음을 두려워 하지도 않는 쿨하고 유머러스한 성격으로 그려내고 있다 헤이즐은 항상 유쾌하고 오히려 자신 보다 부모님을 더 걱정하는 등 십대 소녀가 지니기 힘든 멘탈을 보여준다 아마도 그렇듯 담담하게 이야기를 풀어 내지 않으면 독자가 읽기에 더 힘들었을 거란 것을 작가도 알고 작정한 듯 유쾌하게 이야기를 풀어냈으리라 짐작 된다
그러나 한 소녀가 죽음을 앞두고 지나치게 유쾌하고 쿨한 것 같이 보이는 것도 작가는 물론 경계해야 했기 때문에 소설 속 소설로 등장하는 ‘장엄한 고뇌’라는 제목도 무거워 보이는 소설을 액자 형식으로 등장 시킴 으로서 헤이즐이 표현하지 않지만 강한 삶에 대한 의지과 힘겨움을 그 소설에 대한 집착으로 대리 표현을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읽은 내내 나뿐 아니라 그런 생각을 한 독자도 많았으리라 예상되는데 헤이즐과 엄마와의 관계..나는 헤이즐의 슬픔도 슬픔이지만 소설 내내 담담히 딸의 일상을 보살피고 있는 엄마의 심정이 많이 슬프게 다가왔다 특히 헤이즐과 어거스터스가 자신들이 삶 만큼이나 소중히 생각하는 소설 ‘장엄한 고뇌’의 작가 반 호텐을 만나러 암스테르담에 가는 여정과 현지에서의 그들을 살피는 엄마의 담담한 시선에서 나는 깊은 슬픔이 느꼈고 단순한 모정으로는 설명하기 힘든 인간의 희생적 사랑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었다
물론 그런 와중에 작가는 헤이즐의 생각을 빌어 ‘아마 다른 사람들은 이런 말도 안 되는 상황이 의아할 것이다 엄마가 열여섯 살 난 딸을 열일곱 살 먹은 남자애과 단둘이 방탕하기로 유명한 외국 도시에 내보낸다니. 하지만 이것 역시 죽음의 부작용이다..’ 라고 말하며 냉소적으로 그 상황을 다시 설명하며 정작 헤이즐은 그다지 슬프지 않고 엄마의 배려에 쿨하게
대응하는 묘사를 하는데.. 이 부분에서도 앞서 말한 바와 같이 나는 다시금 엄마의 끝없는 희생에 깊은 슬픔이 느껴졌다
읽는 내내 작가의 유머와 번뜩이는 재치 속에서 과연 내가 죽음을 앞둔 열여섯 소녀의 이야기를 읽고 있는 것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는데 이 또한 작가의 빛나는 상상력의 산물 이였을 것이다 그러나 한편 너무나 지나친 유머와 냉소적 화법에서는 작가가 죽음의 슬픔에 대해 작위적인 거리두기를 함으로써 아름다움과 슬픔을 동시에 표현해내려고 한 노력이 반감되는 측면이 있지 않았나 하는 생각도 해 보았다
끝으로 이 소설에서 작가가 이야기 하고자 한 것은 제목에 함축적으로 다 담겨 있는 것이 아닌가 조심스레 추측 해 본다
태어난 이상 죽음으로 향해 갈 수 밖에 없는 생명의 근원적 모순은 누구의 잘못도 아니고 상상밖에 존재하는 이 우주와 무한한 시간 속에 유한한 생명을 가지고 태어난 우리의 운명자체가 슬픔인 동시에 잘못이 아닐까? 하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