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감정이 문제야 - 자꾸만 꼬이는 직장, 가족, 연애, 인간관계
마르코 폰 뮌히하우젠 지음, 김해생 옮김 / 한국경제신문 / 2012년 7월
평점 :
절판


난 짜증이 심한 사람이다.

아마 아침에 눈을 떠서 저녁에 잠들기까지 내 마음속에서 수시로 일어나는 짜증과 불평,불만들을 일목요연하게 나열해본다면 그 가짓수도 엄청나고 원인도 참 다양해서 , 나를 아는 주변사람들이 이런 내마음속을 들여다본다면 아마 기절할 정도고, 난 사람들에게 비난의 도마위에 오르게 될것이다.

예를들어 신문배달이 늦게와도 짜증이나고, 입고가려는 옷을 다려놓지않아도 화가나고, 버스에서 누군가 새치기하는걸 볼때도 화가나고, 직장동료가 내게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지 않을때도 화가나고, 책읽기에 집중이 잘 되지않을때 조차도 화가나고 짜증이 난다.

 

그러니까 두가지다.

내 스스로에게서 오는 화,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오는 화.

어떤 때에는 뻔히 개선될수 없는 현실을 알면서 화를 낼때가 있는반면, 또 어떤땐 정말 화를 낼만한 정당한 이유가 분명히 있다고 주장하면서 화를 내기도 한다.

그래서 늘 감정적인 문제를 어떤식으로 풀어갈지가 고민이고 관심사였는데 이번에 이책을 읽으면서 생각할수 있는 기회를 가질수 있었다.

 

저자는 행복하고 만족스러운 삶을 살아가는 데 걸림돌이 되는 부정적인 감정이나 기분, 또는 꼬인 마음이나 잘못된 생각을 일컬어 늪이라는 표현을 쓰면서, 우리의 인생을 힘들게 만드는 그 늪에 빠지지않는 방법에 관해 이야기하고 있다.

얼마전에 읽은 한 책에서 "사람은 사물에 의해서가 아니라, 사물을 보는 견해에 의해서 방해 받는다." 고 말한 고대철학자 에픽테투스의 말처럼, 외부세계가 아닌 내면을 스스로 통제해야 한다고 말이다.

 

그런데 난 이책을 읽는 내내, 정말 감정이 문제일까? 라는 생각이 머리속을 떠나지 않았다.

저자는 마치 좋은감정/ 나쁜감정이 따로 있기라도 한것처럼 슬프고,우울하고,짜증나고,화나는 마음을 나쁜감정으로 치부하고 없애고 제거하고 최대한 일어나지 말아야 할 것으로 전제하고 그러한 감정들을 예방하고 최대한 제빨리 없애는 방법을 소개하고 있다.

내가 의아했던건, 감정자체를 좋은것/나쁜것이라는 이분법으로 나눌수 있는건가 였다.

 

어쩌면 에필로그에서 '상황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 이 가장 중요하다고 얘기하는 만큼, 내 마음속에 일어나는 감정들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는것도 중요하지 않을까?

그러니까 화를 내면 안된다, 짜증을 내면 안된다 라는 가치판단이 아니라 ' 아 내가 지금 짜증을 내고 있구나' 하고 인정하고 수용하는 자세 말이다.

거부하지말고 받아들이는 자세 말이다. 그러니까 살아있는 마음에서 나오는 감정들은 모두 소중하다고 말이다.

감정은 억지로 멈추려고해서 멈춰지는 성질이 아니다. 있는 그대로를 인정하고 안아줄때 봄볕에 눈녹듯이 녹아 들어가는 것이니까.

 

저자가 말한 스트레스는 안좋은거고, 스트레스를 안받을수 있도록 노력을 기울이고, 가급적 스트레스에서 빨리 벗어나는 방법에 대한 연구는 스트레스에 대한 너무 수동적인 자세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고, 과연 이 복잡 다단한 세상에 갖가지 종류도 다양한 스트레스를 근본적으로 피할수 있는 방법이 되기나 한걸까란 의문이 들었다.

스트레스보다 더 강력한 즐거움을주는 행위를 찾는다던가, 머리를 비운다던가, 바쁜 시간을 보내면서 빨리 잊는다던가 하는 방법이 과연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수있을까.

그런 주장이라면 머리를 비우는 방법적인 얘기가 나와야하고 또 그게 가능한가에 대한 논의가 필요할 것이다.

 

그런의미에서 난 건방지게 이책에서 내가 부족하다고 느꼈던 한가지를 추가해보고싶다.

변화에 초점을 두는건 어떨까.

내 감정을 인정하고, 상대방의 감정을 인정하고 이 모든것들이 변화할수 있는 것들을 인정하는 것 말이다.

 

실제로 많은 감정코칭 관련된 책을 읽으면서, 요즘 사람들이 '행복' 이란 이데올로기에 너무 경도된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며

왜 사람들은 마음이 행복하면 좋은거고, 슬프고 우울한건 안좋은것이라고 생각할까 를 많이 고민하면서 부정하는 순간 저자가 말한 '늪'으로 점점 들어가게 된다는걸 알게 되었고, 그 감정을 인정하고 변화까지 받아들일수 있을때 슬픔과 기쁨이 둘이 아니라 슬픔에서 기쁨으로 기쁨에서 슬픔으로 변화하는 마음의 원리를 느낄수 있었다.

 

그러니까 결국 감정이 문제가 아니라, 그 소중한 감정을 (내마음속에 일어나는 어떤 감정이라도) 잘 인정해주고 다독거려서 나와 상대방에게 이로운 방향으로 돌리는것이 가장 중요한게 아닌가 싶다.

그리고 그것은 생활속에서 스트레스를 만날때마다 사실적인 훈련을 통해서 길러질수 있는 능력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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