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하무적 홍대리
홍윤표 지음 / 일하는사람들의작은책 / 199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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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대리는 사랑스럽다. 정말 사랑스럽다. 내가 부장이라면 그렇게 땡땡이를 치는 사원이 눈에 가시 같겠지만 난 그의 상사가 아니기 때문에 홍대리가 좋다. 홍대리의 엉뚱함과 뻔뻔함과 근거 없는 자신감과 단순함이 좋다. 늘 새로운 방식의 사고를 치려는 홍대리는 꼬마 니콜라의 어른판 같다. 부장님께 잘 보이고 싶은 좋은 사원이 되고 싶지만, 늘 지각에 덜렁거림에 거기다 근무 시간에 졸고 땡땡이치는 무모한 행동. 그리고는 뒤에 떨어지는 부장님의 큰소리의 이유를 모르는 순박함까지.

홍대리의 생활을 보고 있노라면 우리 사는 모양새가 다른 듯 하면서도 서로 참 많이 닯아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샐러리맨이든, 아님 그 어떤 다른 직업을 가졌어도 (아마, 그룹의 회장님들도 가끔은) 이 지긋지긋한 일상에서 벗어나고 싶어할 것이고, 이런 나의 소망을 억누르는 각종 제약을 무시하고 싶어질 것이고, 가끔은 뻔뻔하게 할 일을 내팽겨치고 땡땡이를 치고 싶은 맘이 드는 것은 다 갖을 거란 생각을 했다. 천하무적 홍대리를 보면 내가 그래도 홍대리보단 성실하지 않나, 하는 안도감을 갖게 된다.(무슨 근거인지는 모르지만) 나에게 그런 행복도 맛보게 하는 착한 홍대리, 난 그가 정말 사랑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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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소담 베스트셀러 월드북 7
레오 니콜라예비치 톨스토이 지음 / (주)태일소담출판사 / 199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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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시절 동화책에서 만난 톨스토이의 단편선들은 무엇보다 재미가 있어 좋았다.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라는 심각한 제목을 심각하게 생각해 본 적은 없지만 미하일과 그를 도와 주는 구두장이 부부, 바보 이반과 악마들의 싸움은 정말 한편의 코미디처럼 날 웃겼다.

그리고 나이를 먹으면서 한번 두번 새롭게 읽을 때마다 나도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에 대해서 생각을 해 보게 됐다. 무엇이 나를 한고비 한고비를 넘기면서도 웃으면서 살아가도록 하는가?

그리고 엄마가 죽어 돌보아줄 사람이 없어 당장 죽을 것만 같은 아이들이 새로운 보금자리를 찾는 장면에선 한치 앞도 예측할 수 없는 우리들 인생이 하지만 어떻게든 살아가는 방향으로 굴러가고 있다는 희망을 가르쳐 주었다.

그리고 바보 이반의 순진하고 바보 같은 행동과 그를 비웃는 바보가 아니라는 형제들과 악마들의 약은 행동 뒤의 결과를 보면서 과연 계산적으로 살아야만 살아남는다는 이야기들이 맞는 것일까 하는 의구심도 일게 한다.

바보 이반처럼 순진하게 살기에는 사랑만으로 살기에는 조금 힘겨운 세상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우리 모두가 그런 삶을 꿈꾸고 조금씩 양보한다면 바보 이반처럼 살아도 행복하게 될 그런 날이 오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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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마 니콜라의 쉬는 시간 꼬마 니콜라 5
르네 고시니 지음, 장 자크 상페 그림, 최정수 옮김 / 문학동네 / 199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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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콜라는 세상의 어른들과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이 조금은 다르다. 우리가 볼 때는 천하제일 말썽쟁이 니콜라와 친구들이지만, 자신들이 볼 때 자신들은 세상에서 가장 착하고 싶은 아이들이기 때문에 자신들의 행동 뒤에 내쉬는 선생님과 선생님의 한숨을 이해하지 못한다. 그리고 자신들이 재밌게 놀고 있는데 어른들은 그것을 왜 싸움이고 소란이라고 생각하는지도 모른다.

나도 그랬었던 것 같다. 늘 부모님께 착한 딸이고 싶었고 선생님께 기쁨을 드리고 싶었다. 하지만 그런 나의 의지와 상관 없는 일들이 일어나 반대로 어른들을 화나게 하는 경우가 생겼고 그럼 난 내 맘을 이해해 주지 못하는 어른들로 인해 상처를 입었었다.

니콜라와 그 친구들의 장난은 이제는 어른이 되어 아이들을 가르치는 일을 하고 있는 나에게는 약간의 두려움으로 다가 오기도 한다. 니콜라와 그 친구들 같은 아이들을 한꺼번에 가르쳐야 한다면 그건 정말 지옥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해 보기도 한다. 하지만 그래도 가끔씩 이 책을 꺼내 보고 웃는 것은 니콜라와 그 친구들에게서 지나간 내 초등학교 시절의 내 동심을 추억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니콜라와 그 친구들 때문에 골치를 썪는 선생님들과 부모님들의 다양한 반응과 다양한 성격을 통해 난 어떤 부류의 어른인지 비교해 보고 반성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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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백 브라운 신부 전집 1
G. K. 체스터튼 지음, 홍희정 옮김 / 북하우스 / 200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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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적 추리소설 모음집에서 '브라운 신부'가 나오는 '푸른 십자가'를 읽고 난 브라운 신부의 매력에 푹 빠지고 말았다. 순진하고 어리숙해 보이는 브라운 신부의 재치와 당당함 그리고 우산과 꾸러미를 챙기며 허둥지둥하는 모습 등이 나에겐 너무나 정겹게 느껴졌었다.

그래서 브라운 신부의 전집이 나왔다고 했을 때 참 반가웠다. 그리고 설레는 맘으로 읽었다. 하지만 읽을수록 내 머릿 속에서 상상하는 브라운 신부의 이미지가 차츰 바뀌었다. 푸른 십자가의 어리숙하고 순진한 모습의 기발한 재치를 가진 신부님이 아니라 너무나 날카롭고 냉정한 신부님으로 바뀌어 버렸다.

사람의 본성을 파악해서 범인을 찾는다는 면에서 브라운 신부와 미스 마플은 비슷한 추리 기법을 가지고 있는 듯하다. 하지만 사건을 접하는 태도에는 둘 사이에 커다란 차이가 있는 것 같다. 미스 마플은 사건을 해결함에 있어 모든 것을 다 알고 있고 그것을 과시하려는 듯한 거부감을 주지 않는다. 그녀의 태도는 늘 겸손하다.

하지만 브라운 신부는 단편이라는 한계가 있다 하더라도 사건해결의 흐름를 독자가 따라가기에 힘든 면이 있다. 사건을 해결할 때의 브라운 신부는 독심술사 같다. 범인을 찾는 과정이 너무나 단순하고 쉬워 보인다. 그리고 사건을 해결하고 설명해 줄 때의 그는 겸손과는 거리가 멀어 보이고 인간에 대한 따뜻함을 찾기 힘들게 너무나 냉정해 보인다.

그리고 간혹 보이는 이교도라고 통털어 일컬어지는 동양인과 동양 문물에 대한 비하도 읽으면서 상당히 거슬렸다. 주인공인 브라운 신부가 카톨릭 사제라는 신분의 특수성을 가지고 있다고는 하지만 동양문물을 천박하고 사악한 것으로 단정하는 그의 태도가 상당히 못마땅했다.

어쨋든 브라운 신부 전집 1권을 일고 난 후 내가 가지고 있던 브라운 신부의 이미지를 잃어서 좀 섭섭하다. 그러나 전집 5권 중 아직 1권 밖에 읽지 않아 내가 그를 잘못 보고 있을지도 모르기 때문에 열심히 다음 권을 읽어 봐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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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세의 나레이션 1 - 시공 애장 컬렉션
강경옥 지음 / 시공사(만화) / 200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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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나왔던 작품들을 볼 때면 그 작품을 처음 접했을 무렵의 온갖 추억이 쏟아져 나온다. 작품 속에서 세영이가 옷을 산 쇼핑백엔 'OO양품점'이라고 쓰여 있다. 이제는 양품점에서 옷을 사는 10대는 없을 것이다. 그리고 학기 중의 자율학습, 중 3 여름 방학 부터 시작된 방학 마다의 보충수업. 변진섭과 김완선, 최수종이 청춘 스타였을 그 무렵.

동생들과 함께 다시 이 작품을 읽으면서 너무나 생생히 묘사된 17세 우리들 맘에 다시 한번 놀랬다. 하나씩 늘어나는 고민들 - 부모님께 말하기 힘든 일들, 친구와의 우정, 이성에의 관심, 하고 싶지만 해서는 안될 것 같은 일들에 대한 안타까움, 자신의 부족함에 대한 실망, 신체적인 콤플렉스, 너무 커서 실현 가능성 없어 보이지만 가지면 즐거운 미래에 대한 꿈들 등 요즘 17세들에겐 조금 촌스럽고 고전적으로 느껴질 지도 모르지만 그 시절 17였던 우리들에겐 있는 그대로의 이야기라 너무 소중한 작품이다.

그리고 그 당시엔 '책방'이 없고 만화 가게를 가야만 만화를 볼 수 있었다. 몰래 몰래 보던 그 시절에 비해 분명히 지금 만화를 보는 사람들은 늘었고 만화에 대한 인식도 많이 바뀌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 당시 그 큰 만화방에는 우리 나라 작가들 작품으로 가득찼었는데 요즘 책방에는 우리 나라 작가의 작품이 절반도 되지 않고 작가들의 작품 활동도 그 당시보다 활발하지 않은 것 같아 안타깝다. 강경옥을 비롯해 친숙하고 실력있는 우리 작가들의 작품으로 다시금 만화방이 꽉 차는 날이 오길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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