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라파고스
커트 보네거트 지음, 박웅희 옮김 / 아이필드 / 2003년 7월
구판절판


어린 소년 시절 코호스에 살 때, 그리고 우리 소가족의 생활에서 긍지를 느낄 만한 것을 하나도 찾을 수 없던 시절에, 어머니는 내 몸 속에는 프랑스 귀족의 피가 흐르고 있다고 말씀하셨다. 프랑스 혁명이 아니었더라면 나는 필시 광대한 장원의 대저택에서 살고 있을 것이라고 하셨다. 나는 독립선언서 서명자의 한 사람인 카터 블랙스턴과 외가 쪽으로 먼 친척이기도 했다. 당신 말씀이, 내 몸 속에 흐르고 있는 피를 생각해서 당당하게 행동해야 한다고 하셨다.
나는 멋진 일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그때 타자기에 붙어 사는 아저비를 졸라대며 친가 쪽으로는 내가 어떤 피를 물려받았느냐고 여쭸다. 나는 당시 정자가 무엇인지 몰랐고, 그래서 오랫동안 당신의 대답을 이해하지 못했다.
"얘야," 하며 아버지가 말씀하셨다. "넌 과단성 있고 재주 좋은 미세한 올챙이들의 오랜 혈통을 이어받았단다. 대대로 챔피언들이었지."
-133쪽

나는 약 반 년 동안 말뫼에서 용접사로 일하고 있었는데, 바이아 데다윈 호는 아직 내 도움이 필요할 정도까지는 형상을 갖추지 못하고 있엇다. 봄이 되어서야 나는 그 철제 처녀로 인해 말 그대로 머리가 어떻게 된다. 질문 하나. 봄에 머리가 어떻게 되지 않는 사람도 있는가? -3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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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굴
요코야마 히데오 지음, 민경욱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10년 9월
절판


범죄란 이런 것이다. 직접적인 피해자뿐 아니라 생각지 못한 곳까지 불행의 파문을 던져 수많은 소중한 것들을 짓밟는다. 사람을 울리고, 상처를 입히고, 사람의 일생을 망친다. 범인은 모른다. 평생 자신이 뿌린 독이나 가시에 대해 모른 채 태연자약하게 하루하루를 보낸다. -19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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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중히 감시받는 열차
보흐밀 흐라발 지음, 김경옥.송순섭 옮김 / 버티고 / 2006년 9월
절판


분명히 이들은 권총을 내 목으로 옮겨 들이대고 잠시 기다렸다가, 신호가 떨어지면 방아쇠를 당겨 내 목에 총알을 쑤셔 넣어 처형한 다음, 창문을 열고 휙! 던져 버릴 기회가 오기만을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실제로 그런 일이 벌어질 것 같은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 하지만, 단지 느낌이 그렇다는 것이지, 이들이 진짜 그렇게 하리라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그런 짓을 하기에는 이 두 친위대원이 너무 잘생겼기 때문이었다. 나는 잘생긴 사람들만 보면 두려움을 느꼈고, 그들과 이야기도 제대로 나눌 수 없었다. 항상 진땀을 흘리며 말을 더듬었다. 나는 잘생긴 사람을 보면 놀라고 압도당해서, 지금까지 잘생긴 얼굴을 제대로 쳐다본 적이 한 번도 없었다. -46-4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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뼛속까지 내려가서 써라
나탈리 골드버그 지음, 권진욱 옮김 / 한문화 / 2005년 4월
구판절판


우리는 정직한 지원과 격려를 원한다. 그러면서도 막상 누군가 칭찬을 해 주면 그 말을 믿으려 하지 않는다. 반대로 비평하는 소리를 들으면, 너무나 쉽게 받아들이고 결국 자신은 별볼일 없고 진짜 작가도 못 된다는 쓸데없는 믿음만 키워가려 한다. -108쪽

그만! 누군가 당신을 칭찬해 준다면, 정말 그 말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아무리 그런 일이 익숙하지 않고 계면쩍더라도, 계속 숨을 들이마시고 귀를 기울이고 그 말을 받아들여야 한다. 그리고 칭찬을 받는 것이 이렇게도 좋다는 것을 반드시 느껴 보아야 한다. 작가가 되려면, 자신을 향한 긍정적이고 솔직한 격려를 받아들이는 데 필요한 여유 있는 자세를 가져야 하니까.
-10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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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가렛타운
가브리엘 제빈 지음, 서현정 옮김 / 북폴리오 / 2007년 8월
품절


"난 말이지, 이따금 우리를 여기까지 오게 만든 우연들에 대해 생각해 보곤 해. 만일 당신이 스물다섯이라는 나이에 대학을 다니지 않았다면 우린 여기까지 오지 못했을지도 몰라. 당신이 마지막에서 두 버째 학기까지 철학 필수과목을 미루지 않았거나, 그 수업에 한번이라도 출석을 했다면 우리는 여기까지 오지 못했을지도 몰라. 또 침대 밑에 펜이 들어 있지 않았어도 우린 여기까지 오지 못했을지도 몰라. 그리고 또....." -139-140쪽

"사랑해요. 그런 것 같아요. 그리고 당신이 날 사랑하든 말든 그런 건 상관없어요. 나는 내가 차지할 수 있는 만큼만 가질 테니까."
L은 억지웃음을 지으며 다시 말을 이었다.
"저기, 당신을 사랑하지 말았어야 하는데 사랑하고 말았어요. 당신을 사랑하는 게 세상에서 가장 쉬운 일이었어요. 나한테는 그게 마치 통나무에 걸려 넘어지는 것 같았어요. 한 번 걸려 넘어지고 나니 그 다음부터는 걸려 넘어지는 걸 피하기가 쉽지 않더라고요." -204쪽

그날 밤 함께 침대에 누워 있을 때 제인은 결심했다. 아직 만나지 못한 사람들까지 포함해서 이 세상 모든 사람 중에서 제이크를 선택하겠다고. 제인은 제이크가 세상에서 가장 좋은 사람일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28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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