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말이지, 이따금 우리를 여기까지 오게 만든 우연들에 대해 생각해 보곤 해. 만일 당신이 스물다섯이라는 나이에 대학을 다니지 않았다면 우린 여기까지 오지 못했을지도 몰라. 당신이 마지막에서 두 버째 학기까지 철학 필수과목을 미루지 않았거나, 그 수업에 한번이라도 출석을 했다면 우리는 여기까지 오지 못했을지도 몰라. 또 침대 밑에 펜이 들어 있지 않았어도 우린 여기까지 오지 못했을지도 몰라. 그리고 또....." -139-140쪽
"사랑해요. 그런 것 같아요. 그리고 당신이 날 사랑하든 말든 그런 건 상관없어요. 나는 내가 차지할 수 있는 만큼만 가질 테니까."
L은 억지웃음을 지으며 다시 말을 이었다.
"저기, 당신을 사랑하지 말았어야 하는데 사랑하고 말았어요. 당신을 사랑하는 게 세상에서 가장 쉬운 일이었어요. 나한테는 그게 마치 통나무에 걸려 넘어지는 것 같았어요. 한 번 걸려 넘어지고 나니 그 다음부터는 걸려 넘어지는 걸 피하기가 쉽지 않더라고요." -204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