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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김혜순





누가 쪼개놓았나

저 지평선

하늘과 땅이 갈라진 흔적

그 사이로 핏물이 번져 나오는 저녁



누가 쪼개놓았나

윗눈꺼풀과 아랫눈꺼풀 사이

바깥의 광활과 안의 광활로 내 몸이 갈라진 흔적

그 사이에서 눈물이 솟구치는 저녁



상처만이 상처와 서로 스밀 수 있는가

두 눈을 뜨자 닥쳐오는 저 노을

상처와 상처가 맞닿아

하염없이 붉은 물이 흐르고

당신이란 이름의 비상구도 깜깜하게 닫히네



누가 쪼개놓았나

흰낮과 검은밤

낮이면 그녀는 매가 되고

밤이 오면 그가 늑대가 되는

그 사이로 칼날처럼 스쳐 지나는

우리 만남의 저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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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잎 지는 시간



                                                                       문태준





겨우 밥술 뜰 만한 힘으로

늙은 손목에서 뛰는 가녀린 맥박과도 같이



가까이 아주 가까이에서,



나의 생각과 생각이 나를 어루만지다 잠시 떠나듯이



말려야겠다는 생각이 오기도 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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