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까마귀 - 2023 화이트 레이븐스 선정작, 2023 ARKO 문학나눔 노란상상 그림책 95
미우 지음 / 노란상상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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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까마귀 l 미우 글, 그림 l 노란상상]

“사물은 본디 정해진 빛이 없다.”

- 연암 박지원


각 나라의 문화마다 가지고 있는 다양한 상징성은 그 나라 사람들만의 일명 ‘국룰’이다. 마치 이 상징성이 의미하는 행위를 행한다면 좋지 않은 일이 생길 것 같은 기분이랄까.


미우 작가의 그림책 <나는 까마귀>는 “사물은 본디 정해진 빛이 없다.” 연암 박지원의 경구에서 건져 올린 자기 고백적 그림책이다. 주인공 까마귀는 날개를 다쳐 날지 못한다. 새가 날지 못한다는 것은 자신의 능력을 모두 상실한 것.


까마귀는 결국 깊은 산 속으로 숨어들어간다. 깊은 산 속 까마귀는 자신의 정체를 숨기려 노력하지만 결국 까마귀다. 그러던 중 아주 우연히 지나가는 인간들의 대화 소리에 까마귀는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게 되는 지혜를 얻게 된다.


<나는 까마귀>의 까마귀는 다면적인 모습으로 표현된다. 첫째는 까마귀의 까만 깃털이 빽빽이 들어서 있지만 이는 까마귀가 숨어든 숲속의 어느 산 중 하나다. 두 번째로는 그 본래의 모습 속에서 살아가는 까마귀의 내면의 모습이다. 이는 까마귀의 내면과 외면을 오가며 고민하고 갈등하는 모습을 표현한 것 같았다.


인간은 자신이 본 대로만 믿고 살면 되는데, 너무 다양한 개입들로 자신조차 제대로 바라보지 못한다. <나는 까마귀>는 그 맥락에서 ‘나를 본다는 것’에 대한 깨달음을 선사한다. 까마귀는 이제 나에게 무지개를 의미하며, 만나면 반가운 새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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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문구점에 갑니다 - 꼭 가야 하는 도쿄 문구점 80곳
하야테노 고지 지음, 김다미 옮김 / 비채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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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도 문구점에 갑니다 l 하야테코 고지 글,그림 l 비채]

- 꼭 가야 하는 도쿄 문구점 80곳

원제 : 東京 わざわざ行きたい街の文具屋さん

 

도쿄에서 꼭 가야하는 문구점 무려 80곳을 엄선해 엮어 놓은 <오늘도 문구점에 갑니다>.

 

나의 학창시절 대표 펜은 0.38의 하이테크였다. 그 얇은 펜촉으로 아무 말이라도 여기저기 쓰고 싶었던 기억이 난다. 하이테크는 떨어트리면 펜촉이 사망하기에 가슴 쓰라린 일도 참 많았었다. 필통은 책가방의 1/3을 차지했고, 터질듯하게 펜을 넣어 다녔다.

 

<오늘도 문구점에 갑니다>의 수록된 문구점에는 공간마다의 철학이 명확히 담겨있었다. 100년이 넘은 곳, 오후 5시에 오픈하는 곳, 체코 제품만을 취급하는 곳, 종이만을 취급하는 곳, 오래 쓸 수 있는 제품을 취급하는 곳 등 운영자의 취향과 철학이 일러스트로 즐겁게 표현돼 있다. 공간을 이용하는 손님들과 함께 나누고 소통하고자 하는 배려심이 느껴지는 곳들도 참 많았다.

 

박경리 작가가 말하기를 “공간과 시간에 영향 받지 않는 사물이란 존재하지 않는다”고 했다. 우연하게도 책과 만난 시점에 도쿄를 가게 됐다. 책에 수록 된 어느 곳들에서 좋은 영향을 받고 오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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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원의 기억 - 가든디자이너 오경아가 들려주는 정원인문기행 오경아의 정원학교 시리즈
오경아 지음 / 궁리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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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원의 기억 l 오경아 l 궁리 ]

- 가든디자이너 오경아가 들려주는 정원인문기행


기억 속에 좋은 추억이 있는 곳을 되짚어 보면, 대부분이 두발로 직접 걸어서 갔었던 곳이다. 계절의 변화를 체감했고, 그로부터 시간이 흘러가는 것을 느꼈다. 걸으면서 보이지 않았던 새로운 것들을 보았고, 딱딱하기만 했던 생각은 유연해졌다. 그때 걷는 다는 것이 참 마법 같은 일이라고 생각했다.


오경아 가든 디자이너의 <정원의 기억>은 세상 곳곳에 시간의 흔적이 켜켜이 쌓여진 서른 곳의 경이로운 정원기행문이다. 우리나라에는 창덕궁 후원, 강원도 강릉의 오죽헌, 양양의 낙산사와 홍련암 그리고 광화문의 육조거리 등 이밖에도 아름답고 신비스러운 정원들이 수록됐다.


작가는 책에서 모두 직접 자신이 보고 느끼고 온 예술이 접목된 정원들을 담아내며, 과거와 현재가 교차되는 시점에 대해 이야기했다. 그녀는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런던, 네덜란드, 호주, 일본, 남아프리카, 이스탄불, 중국 등 수많은 나라의 아름다운 정원들을 탐닉하며, 식물 그 자체에 집중하며 진심으로 사랑했다.


삶에 있어 자연은 분명 인생의 지름길이다. 책에 수록된 수많은 예술가들은 ‘함께’했지 ‘배제’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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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가가 사랑한 최고의 건축물 - 구조에서 미학까지, 교양으로 읽는 건축물
양용기 지음 / 크레파스북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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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가가 사랑한 최고의 건축물 l 양용기 l 크레파스북]
- 구조에서 미학까지, 교양으로 읽는 건축물

어떤 공간에서 가장 편안함을 느끼는가? 내가 몸과 마음을 모두 편안하게 느끼는 곳은 어디일까? 양용기 작가의 책을 접하는 순간부터 들었던 마음 속 질문이다.

<건축가가 사랑한 최고의 건축물>에는 세월의 흔적으로 켜켜히 쌓여있는 공간과 시대에 맞게 탄생한 곳, 자연과 함께 녹아든 사람들의 희노애락이 담긴 48개의 철학이 담긴 건축물의 이야기다.

카타르 도하에 있는 카타르 국립 박물관 같은 화려한 공간도 있는가 하면, 미국 펜실베니아에 자연과 조화를 이룬 낙수장도 있다. 건축물 모두 사람과 함께 숨쉬고 있으며, 존재 자체만으로 도시를 빛내주는 곳도 있다.

양용기 저자는 건축물을 통해 인류가 직면한 문제점을 알 수 있고, 나아가 미래에 대해 예측 할 수 있다고 한다. 더불어 건축물을 바라볼 때 외관의 아름다움이나 시공 기술만이 아닌 당시의 시대상과 문화 양식, 건축가의 철학 등 다양한 시각에서 바라볼 수 있도록 이해를 돕는다.

건축물을 통한 철학적 시각의 확장은 개인적으로 늘 장엄하고 경이롭다. 역시 공간이 주는 힘은 언제나 강하다. 안 가 본 곳과 보지 못 한 곳이 너무 많은데, 인생은 너무 짧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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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스본행 야간열차
파스칼 메르시어 지음, 전은경 옮김 / 비채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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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스본행 야간열차ㅣ파스칼 메르시어 장편소설ㅣ비채]

원제 : Nachtzug nach Lissabon (2004년)

 

내 인생 작가 파스칼 메르시어이자 페르난두 페소아 이자 페터 비에리. 작품의 카테고리마다 다른 페르소나를 보여주며 이름도 그에 맞게 다양하다. 물론 내가 아는 이름만 3개다. 아직 발견되지 않은 그의 또 다른 페르소나의 작품이 있지 않을까.

 

<리스본행 야간열차>를 재독했다. 읽었음에도 불구하고 소설에 도입은 생각났지만, 전개 과정에서는 마치 처음 접하듯 다음을 또 다시 기대했다. 마치 내 인생의 기억나지 않은 수많은 날들과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책은 다시 읽을 수라도 있지, 내가 지나온 날은 영영 잃어버린 기분. 그래도 내일은 기대된다.

 

주인공 그레고리우스가 하루아침에 시작하는 모험의 이유는 일단 참 그와 어울린다. 그 속에서 그레고리우스가 서술하는 미묘한 단어들로 긴장감과 쾌감 나아가 대리만족의 해방감까지 느끼게 한다. 이게 뭐든 한 끗 차이가 중요한데, 단어들로 나의 낭만 지수가 올라간다.

 

10번은 넘게 읽어도 되는 작품이기에 시대에 맞춰 발간되는 고전은 언제나 즐겁다. 미묘한 시각의 차이와 단어들의 변화를 발견할 때면, 그레고리우스가 마치 살아있는 것 같다.

 

#강민정북큐레이터

#한국북큐레이터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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