겸재 정선 - 진경산수를 개척한 우리나라 화성 새로 쓰는 화인열전 1
유홍준 지음 / 창비 / 202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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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J서재

[겸재 정선] 유홍준 / 창비

- 진경산수를 개척한 우리나라 화성 | 새로 쓰는 화인열전 1

 

 

유홍준 관장의 겸재 정선을 읽으며, 나는 호암미술관에서 마주했던 금강전도의 압도적인 시선을 다시 떠올렸다. 화면 가득 펼쳐지던 금강산의 능선과 기세는 하나의 풍경을 넘어, ‘우리 산천을 우리 눈으로 그린다는 선언처럼 다가왔었다.

 

이 책은 바로 그 선언이 어떻게 가능해졌는지를, 겸재의 생애와 시대, 그리고 치열한 탐구의 과정을 따라가며 설득력 있게 풀어낸다. 특히 인상 깊었던 지점은 겸재가 중국 화법을 수용하는 데 머무르지 않고, 실제 산천을 직접 보고 그리는 사생을 통해 진경산수라는 새로운 회화 세계를 구축해가는 과정이다.

 

양식의 변화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자연을 대하는 태도와 인식의 전환이었음을 이 책은 구체적인 작품과 기록을 통해 보여준다. 화첩 하나, 붓의 방향 하나까지 짚어내는 서술은 작품을 보는 법을 다시 배우게 만든다.

 

현장에서 작품을 먼저 경험한 뒤 이 책을 읽거나, 반대로 이 책을 읽고 전시를 찾는다면 감상의 깊이는 분명 달라질 것이다. 겸재 정선은 더 이상 교과서 속 인물이 아니라, 자신만의 시선을 구축해낸 한 예술가로 새롭게 다가온다.

 

특히 이 책은 텍스트에 머무르지 않고 풍부한 도판을 통해 작품 자체를 깊이 있게 조명하며, 그림을 중심에 두고 읽고 감상하도록 이끈다. 예술서를 꾸준히 북큐레이션해 온 입장에서 이 책은 해설을 넘어, 우리 예술을 어떻게 보여주고 어떻게 읽어낼 것인가에 대한 방향을 다시 생각하게 하는 밀도 높은 텍스트다.

 

그리고 문득 이런 생각이 든다. 우리 것이 가장 독창적이고 가장 자랑스럽다는 사실은, 오늘날의 BTS가 세계에 증명하고 있듯 이미 오래전 겸재 정선 역시 자신의 그림으로 보여주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 시대는 달라도, 결국 우리를 가장 빛나게 하는 것은 우리다운 시선이라는 점에서.

 

#겸재만세

#BTS만세

#강민정만세

#겸재정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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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난 것은 돌아오지 않는다
줄리언 반스 지음, 정영목 옮김 / 다산책방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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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J서재
『떠난 것은 돌아오지 않는다』 줄리언 반스/다산북스

떠남과 존재, 그 사이를 유영하는 문장들

하고 싶은 말이 너무 많다. 그러나 어떤 단어부터 꺼내야 할지 모를 만큼, 이 책은 감정과 사유의 여운을 길게 남긴다. 줄리언 반스의 생애 마지막 소설이라는 점은 물론, 그가 평생 천착해온 '기억'과 '정체성', '의식'이라는 주제를 집요하면서도 유려하게 끌어안고 있다는 점에서 이 작품은 ‘마지막’이 아니라 ‘정점’이라 느껴진다.

첫 장을 넘긴 순간, 익숙한 그의 문장이 나를 붙든다. 문장 사이사이, 단어 하나하나에서 반스 특유의 건조한 듯 섬세함이 느껴진다. 마치 깊은 바닷속을 유영하며 내가 그나마 아는 바다 생물들을 하나하나 만나는 듯한 경험. 그러나 이 바다에는 ‘지향점’은 없다. 나는 어디로 가는지 모르고, 누구인지조차 흔들리는 그 지점에서 ‘기억’이라는 작은 빛을 붙들고 앞으로 나아간다.

“기억이 없으면 정체성도 없다.” (p.235)

나는 어디까지가 나인가. 당신은 어디까지가 당신인가. 우리가 공유할 수 있는 기억의 경계는 어디까지일까. 『떠난 것은 돌아오지 않는다』는 그 질문들에 대한 해답보다는, 질문을 품은 채 살아가는 우리가 바로 ‘의식하는 존재’임을 말한다.

원제 『Departure(s)』는 복수형으로, 수많은 ‘떠남’들을 암시한다. 반면 한국어 번역 제목 『떠난 것은 돌아오지 않는다』는 그 이면에 감춰진 ‘상실’과 ‘불가역성’을 뚜렷하게 드러낸다. 이 두 제목 사이의 간극은, 오히려 소설이 지닌 복합적인 감정을 더욱 입체적으로 보여준다.

번역 또한 훌륭하다. 원문이 가진 결을 무너뜨리지 않으면서도 한국어의 정서에 맞게 치밀하게 옮겨진 문장은, 이 소설을 ‘다시 번역할 수 없는’ 하나의 예술로 만든다. 책의 표지디자인마저도 담백하고 조화롭다.

『떠난 것은 돌아오지 않는다』는 우리가 살아가는 모든 순간, 사라져간 모든 기억, 그리고 그 기억 속에서 간신히 붙들고 있는 ‘나’라는 존재에 대해 조용히 묻는다. 마지막이기에 더욱 찬란한 문장들로, 줄리언 반스는 자신의 문학적 여정을 이렇게 완성해냈다.

나도 당신이 있어서 즐거웠으며, 나는 앞으로도 계속 당신을 구경하겠다.
(진짜 이렇게 슬프기 있나. 남자친구랑 아름답게 헤어진 기분이다.)

#떠난것은돌아오지않는다
#강민정북큐레이터
#줄리언반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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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J서재

상담교사 추락사건정율리 글, 해마 그림/소원나무

 

떨어졌다. 아니 밀렸나? 그러나 사고라고 마무리됐다.

 

상담교사 추락사건은 말로 드러내기 어려운 내면의 상처를 품은 청소년들이 하나의 사건을 통해 서로를 직면하고 변화해 가는 과정을 정교하게 그려낸 작품이다. 이야기의 문을 여는 장면은 강한 충격을 안긴다. 학교 옥상에서 상담 로봇 모드니가 추락한다. 사건의 진실이 무엇인지 명확하지 않은 채, 의문은 빠르게 전개되고 긴장감은 증폭된다.

 

이야기는 세 명의 인물을 중심으로 전개되며, 각자의 시선에서 사건과 일상을 조명한다. 저마다 외면하고 싶은 현실과 감정이 얽히면서 오해와 거리감이 발생하지만, 그 틈 사이로 관계가 재정립되고 유대감이 형성된다. 작가는 사건을 통해 서로를 이해한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이면서도 얼마나 소중한 일인지를 섬세하게 그려낸다. 특히 인물들의 심리 묘사는 어른 독자인 나 역시 계속 페이지를 넘기게 할 만큼 깊고 현실적이었다.

 

작품의 또 다른 미덕은 청소년을 둘러싼 환경학교, 가정, 또래 관계, 그리고 기술적 매개체인 상담 로봇를 균형 있게 통합하며, 동시대 아동청소년 문학이 다루기 어려운 주제들을 실험적 구조 안에서 설득력 있게 풀어냈다는 점이다. 교훈을 전제하지 않고, 인물 스스로 사고하고 선택하게 함으로써 독자에게도 자율적인 해석의 여지를 남긴다.

 

심사위원들의 신선하고 실험적이라는 평처럼, 이 작품은 단지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이야기에 그치지 않고 인간관계의 본질과 정서적 소외 이해의 가능성에 대해 묵직한 질문을 던진다. 특히 성인 독자에게도 감정의 복잡성과 관계의 역학을 성찰할 기회를 제공하며, 아동청소년 문학의 스펙트럼을 한층 확장하는 데 기여한다.

 

마지막 페이지를 덮는 순간, 이해한다는 것, 그리고 누군가의 침묵에 귀 기울인다는 일이

얼마나 어렵고도 절실한 일인지를. 상담교사 추락사건은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 모두에게, 타인의 마음을 놓치지 않으려는 태도에 대해 조용히 묻고 다정히 건네는 문학적 위로였다.

 

 

#상담교사추락사건 #정율리작가 #소원나무출판사 #청소년문학추천 #아동청소년문학 #심리서사 #우정과성장 #상처와이해 #침묵의의미 #상담로봇모드니 #문학적위로 #북큐레이터추천 #감정의결#책추천 #청소년도서#정율리 #강민정강사

 

#강민정북큐레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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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록색 미술관 - 화가들이 사랑한 자연, 그 치유의 풍경
강민지 지음 / 아트북스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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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J서재

초록색 미술관강민지/아트북스

자연과 예술, 그리고 나 자신을 다시 들여다보는 시간

 

초록색 미술관은 자연을 소재로 한 예술 작품을 통해 우리 마음 깊은 곳의 상처와 고단함을 어루만지는 책이다. 강민지 작가는 마치 섬세한 전시 기획자처럼 시대를 넘나드는 화가들의 작품을 모으고, 그 안에 흐르는 감정의 결을 하나하나 조율해 나간다. 단순한 미술 감상이 아니라, ‘치유라는 키워드를 바탕으로 예술과 자연, 그리고 독자의 내면을 잇는 조용한 통로를 만들어낸다.

 

책의 중심에 흐르는 색, ‘초록은 단지 식물의 색이 아니다. 그것은 회복의 색이자, 고요함과 성찰을 상징하는 색이다. 책장을 넘길수록 초록빛으로 물든 감상은 독자의 마음을 차분히 가라앉히고, 일상의 소음에서 잠시 벗어나게 해준다.

 

가장 인상 깊었던 작품은 존 앳킨슨 그림쇼의 <달빛이 비치는 길의 연인들>이었다. 그림쇼는 평소에도 고독하고 안개 낀 풍경을 즐겨 그렸지만, 이 작품은 특히 인상적이다. 차가운 달빛이 어슴푸레 내리는 길 위에 서 있는 연인의 모습은, 마치 말 없는 위로처럼 조용히 마음을 울린다. 쓸쓸하면서도 따뜻한 감정, 그 이중적인 분위기는 이 책의 메시지와 맞닿아 있다. 자연은 늘 우리 곁에 있지만, 때로는 그 안에서 잊고 있던 감정을 다시 마주하게 해준다.

 

초록색 미술관은 그림을 좋아하는 이들뿐 아니라, 지친 마음을 쉬어가고 싶은 모든 이들에게 권하고 싶은 책이다. 꼭 미술에 해박하지 않아도 좋다. 이 책은 독자의 눈높이에 맞춰 천천히, 그리고 정성스럽게 자연과 예술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마치 한 폭의 그림을 따라 산책하듯,

천천히 읽어나갈수록 어느새 내 마음속에도 초록빛이 스며든다.

 

 

#초록색미술관

#강민지

#아트북스

#화가들이사랑한장면

#강민정북큐레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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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대한 책 어떤 하루의 그림책 3
델핀 페레 지음, 이세진 옮김 / 이온서가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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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J서재
『거대한 책』 델핀 페레 / 이온서가

프랑스 작가 델핀 페레의 신작 『거대한 책』은 제목과 상반되는 아주 작고 아담한 판형을 통해 역설적인 미학을 드러내는 작품이다. 손바닥만 한 책을 마주하는 순간, 독자는 제목이 지닌 ‘거대함’이 물리적 크기가 아닌 그 내면에 담긴 세계의 깊이를 의미함을 직감하게 된다. 여기서 책의 작은 크기는 단순한 형식을 넘어, 독자를 책 속으로 더 가까이 끌어당기며 세밀한 사유를 유도하는 중요한 서사적 장치가 된다.

총 일곱 편의 짧은 이야기로 구성된 이 책은 절제된 흑백 드로잉과 따뜻한 붉은색 계열의 배색을 활용해 이야기의 층위를 다채롭게 펼쳐낸다. 작은 페이지 안에서 돋보이는 과감한 여백은 단순한 공백이 아니라, 이야기의 호흡을 조율하고 감정을 머금는 농밀한 공간으로 기능한다. 작은 화면 속 미세한 선과 여백이 만들어내는 여유 속에서 독자는 감정의 미묘한 파동을 경험하며, 이는 델핀 페레 특유의 간결하고 철학적인 서사와 어우러져 깊은 인상을 남긴다.

결국 『거대한 책』은 외형적 크기를 넘어 형식과 내용이 완벽한 조화를 이룬 하나의 ‘철학적 사유의 장’이다. 작가는 다정한 동물 캐릭터들을 빌려 일상의 사소한 조각들이 우리 내면의 거대한 감정과 어떻게 맞닿는지를 유쾌하면서도 깊이 있게 통찰한다.

이 책은 단순히 읽고 보는 도구를 넘어, 독자가 마음으로 머무르게 되는 커다란 세계다. 델핀 페레는 말을 아끼되 여운을 길게 남기는 서사의 미학을 담아냈고, 독자는 작은 페이지를 넘길수록 그 속에 투영된 자신의 광활한 내면을 마주하게 된다. 아이와 어른 모두에게 열려 있는 이 책은 그림책의 경계를 확장하며, 작고 낮은 곳에서 시작되는 특별한 사유의 시간을 선사한다.

(+수업 시간에 함께 나누기에 더없이
좋은 그림책을 만나 더욱 기뻐요.🫶)

#강민정북큐레이터
#거대한책 #이온서가
#Legrosliv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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