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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벤트
이희영 지음 / 창비 / 2026년 8월
평점 :
📚#MJBOOK #mj_archive
🌹⏳🕙
[이벤트 /이희영/ 창비]
“혹시 또 모를 일이다.
느리게 흘러가는 시간 속에서 오래전 잃어버렸던 과거의 누군가와 만나고 그 시절의 꿈과 조우하게 될는지도.”
마지막 책장을 덮고 나서야 온전히 이해할 수 있었다. 이희영 작가의 신작 『이벤트』의 표지는 한 권의 소설을 너무나 명확하게 이미지화하고 있다. ‘정말 끼깔나게 이야기와 잘 맞고 잘 만들었다’고 생각했는데, 일러스트레이터와 디자이너가 각각 이름을 올리고 있다. 책 한 권을 완성하기 위해 얼마나 공을 들였는지 감도 안 온다.
제목만 보고 ‘이벤트’라는 단어가 주는 일차적인 의미만 생각한다면, 역시 이희영 작가의 작품이라고 말하기 어려울 것이다. 작가는 ‘이벤트’라는 장치를 통해 나와 당신 그리고 우리의 ‘시간’을 이야기한다.
누군가에게 이 시간은 다가올 것이고, 누군가에게는 지금 지나가는 중일 것이다. 또 누군가에게는 이미 지나가 버린 시간이기도 하다. 그리고 내가 한 번 겪은 시간이 과연 정말 한 번뿐인 시간인지조차 장담할 수 없다.
몇 달 전, ‘뮤지엄 산’을 방문한 적이 있다. 매년 한 번씩은 꼭 찾는 곳인데, 올해는 처음으로 명상관을 경험했다. 종이와 연필이 놓여있었고, 명상을 마친 뒤 자신의 마음을 적어보라는 안내가 있었다. 나는 이렇게 적었다.
“시간 속에 내가 있으나, 나는 지나가고 또 다른 내가 왔다. 그렇게 나는 살아갈 것이고 그 속에서 우리는, 나와 당신은 만나고 스칠 것이다. 마침내 모든 것이 지날 것이다.” 26.7.31
나에게 ‘뮤지엄 산’은 마음의 안정을 취하는 공간이다. 세상과 조금 떨어진 곳에 자리하고 있어 잠시 일상의 속도를 늦추고, 나에게 집중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는 공간.
무엇보다 놀라웠던 것은 소설 속에서 이야기하는 시간에 대한 메시지와 그날 명상을 마치고 내가 적었던 마음이 맞닿아 있었다는 것이다. 나는 시간 속에 존재하지만, 결국 그 시간 속에서 지나가는 사람이다. 지금의 나는 곧 과거의 내가 되고, 또 다른 내가 그 자리를 이어간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우리는 서로 만나고, 스치고, 어쩌면 오래전의 나 자신과 다시 마주하게 되는지도 모르겠다.
세상에 뭐 하나 쉬운 것이 없다는 걸 알아가는 나이 32살의 주인공 주슬목은 도망치듯 어느 깊은 숲속에 자리한 고풍스러운 한옥호텔 ‘담야’로 이직하고, 그곳에서 누구에게도 쉽게 말할 수 없는 특별한 경험을 하게 된다.
주슬목은 낮에는 32살의 자신으로 살아가다가 밤 10시가 되면 20살의 주슬목으로 깨어난다. 20살의 주슬목은 32살의 나에게 실망하고 싶지 않다. 32살의 나는 20살의 나에게 “괜찮다”말해주고 싶다. (꼭 읽어보시길 말하면 스포 비슷해서…)
미래의 내가 과거의 나를 이끌어주는 것일까,
아니면 과거의 내가 미래의 나를 만들어가는 것일까.
쉽게 찾아갈 수 없는 곳에 자리한 담야는 SNS 이벤트를 통해 사람들의 사연을 받기 시작하고, 그 이벤트를 계기로 담야를 찾아온 사람들의 이야기가 하나둘 슬목의 서사와 함께 펼쳐진다.
각자의 시간 속에서 살아온 사람들, 각자의 사연을 품고 살아온 사람들의 이야기는 때로 마음을 따뜻하게 하고 때로는 눈시울을 붉히게 한다. 그리고 그 사연들을 따라가다 보면 결국 이 모든 이야기가 자신을 찾아가는 과정이었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나도, 당신도. 우리는 지금이라는 시간을 살아가지만, 현재는 언젠가 과거가 되고, 지나간 나를 돌아보기도 하고 아직 오지 않은 나를 상상하기도 하면서 앞으로 나아간다.
어쩌면 시간은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가
서로를 만들어가는 과정이지 않을까.
#강민정북큐레이터
#이벤트 #이희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