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록의 태풍 글로연 그림책 47
허정윤 지음 / 글로연 / 2026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순록’과 ‘태풍’이라는, 어울릴 것 같지 않으면서도 어딘가 거칠고 거대한 에너지를 뿜어내는 두 단어의 조합만으로 작품이 가진 압도적인 스케일이 느껴집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예술로 보는 기후 이야기 - 기후가 빚어낸 예술의 세계
유성운 지음 / 메디치미디어 / 2026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MJ서재
[예술로 보는 기후 이야기] 유성운 / 메디치미디어
- 기후가 빚어낸 예술의 세계

예술은 언제나 인간의 감정을 담아내는 그릇이었지만, 동시에 인간이 살아가는 환경을 기록해온 흔적이기도 했다. 유성운 작가의 《예술로 보는 기후 이야기》는 바로 그 지점을 섬세하게 파고든다. 우리는 흔히 기후 위기를 과학과 통계의 언어로 이해하려 한다. 하지만 이 책은 예술이라는 감각의 언어를 통해 기후를 새롭게 바라보게 만든다.

무엇보다 이 책의 가장 큰 미덕은 어렵지 않다는 점이다. 기후라는 거대한 담론을 예술이라는 친숙한 창으로 들여다보게 하며, 독자를 자연스럽게 사유의 자리로 이끈다. 미술사와 환경사를 교차시키는 방식 또한 자칫 무겁게 느껴질 수 있는 주제를 한층 유연하고 흥미롭게 풀어낸다.

덕분에 우리는 ‘기후 위기’라는 말을 두려움이 아닌 감각으로 받아들이게 된다. 그것은 단순한 숫자와 통계가 아니라, 변해가는 풍경의 색채이며 사라져가는 계절의 기억이고, 인간의 정서와 삶의 방식이 달라지는 일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한다.

강렬한 주장보다 오래 남는 것은 결국 감각이다. 《예술로 보는 기후 이야기》는 바로 그 감각을 일깨우는 책이다. 오늘날 우리는 이상기후를 뉴스 속 재난으로 소비하지만, 이 책은 그것을 인간 문화 전체의 변화로 바라보게 만든다.

예술은 시대를 비추는 거울이라는 오래된 말처럼, 지금 우리의 예술은 어떤 기후를 기억하게 될까.

#예술로보는기후이야기
#유성운 #메디치미디어

#강민정북큐레이터 #기후 #예술 #미디어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아이를 위한 지구는 없다 - 아이들의 핏값으로 세워지는 위대한 AI 인프라
김가람 지음 / 문학수첩 / 2026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아이를 위한 지구는 없다] 김가람/ 문학수첩

- 아이들의 핏값으로 세워지는 위대한 AI 인프라

 

감히 코발트를 밟고 산 죄

 

참혹하다. 언제나 우리의 손안에 머무는 스마트폰은 지구 반대편 아이들의 닳아버린 손끝에서 태어났다. 콩고민주공화국의 아이들은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안전장비조차 없이 위험한 광산 속으로 내몰린다.

 

아이들이 광산에서 캐내는 것은 전기차 배터리와 스마트폰, AI 산업의 핵심 원료인 코발트. 전 세계 코발트 생산량의 상당 부분은 콩고민주공화국에서 나온다. 그러나 그 찬란한 기술의 이면에는 빈곤과 노동착취, 그리고 유해한 작업 환경이 깊게 얽혀 있다.

 

김가람 작가는 오랜 다큐멘터리 제작 경험을 바탕으로 현장 온도와 아이들의 숨결까지 생생하게 담아낸다. 아이폰, 전기차, AI 산업 등 우리가 누리는 첨단 문명의 기반이 결국 누군가의 희생 위에 세워져 있다는 구조적 현실을 날카롭게 보여준다.

 

책을 읽다 보면 자연스럽게 자신의 소비 습관을 돌아보게 된다. 아직 사용할 수 있는 물건을 쉽게 교체하지 않는 일, 무분별한 소비를 줄이는 일, 수리 가능한 제품과 윤리적 생산 시스템에 관심을 가지는 일은 단순한 절약을 넘어 미래 세대를 위한 책임 있는 태도라는 사실을 깨닫게 한다.

 

당연하게 사용해 온 기술이 어떤 과정을 거쳐 만들어지는지를 돌아보게 한다. 익숙함과 편리함 뒤에 가려져 있던 노동과 희생을 마주한 순간, 소비를 바라보는 시선이 달라진다.

 

내가 누리는 기술은 누구의 삶 위에 세워졌는가?

 

 

 

#아이를위한지구는없다 #아이들의핏값으로세워지는위대한AI인프라

#김가람 #문학수첩 #AI #콩고 #아동노동 #코발트 #어린이노동 #KBS환경스페셜 #걸어서세계속으로 #디지털노동 #강민정북큐레이터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겸재 정선 - 진경산수를 개척한 우리나라 화성 새로 쓰는 화인열전 1
유홍준 지음 / 창비 / 2026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MJ서재

[겸재 정선] 유홍준 / 창비

- 진경산수를 개척한 우리나라 화성 | 새로 쓰는 화인열전 1

 

 

유홍준 관장의 겸재 정선을 읽으며, 나는 호암미술관에서 마주했던 금강전도의 압도적인 시선을 다시 떠올렸다. 화면 가득 펼쳐지던 금강산의 능선과 기세는 하나의 풍경을 넘어, ‘우리 산천을 우리 눈으로 그린다는 선언처럼 다가왔었다.

 

이 책은 바로 그 선언이 어떻게 가능해졌는지를, 겸재의 생애와 시대, 그리고 치열한 탐구의 과정을 따라가며 설득력 있게 풀어낸다. 특히 인상 깊었던 지점은 겸재가 중국 화법을 수용하는 데 머무르지 않고, 실제 산천을 직접 보고 그리는 사생을 통해 진경산수라는 새로운 회화 세계를 구축해가는 과정이다.

 

양식의 변화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자연을 대하는 태도와 인식의 전환이었음을 이 책은 구체적인 작품과 기록을 통해 보여준다. 화첩 하나, 붓의 방향 하나까지 짚어내는 서술은 작품을 보는 법을 다시 배우게 만든다.

 

현장에서 작품을 먼저 경험한 뒤 이 책을 읽거나, 반대로 이 책을 읽고 전시를 찾는다면 감상의 깊이는 분명 달라질 것이다. 겸재 정선은 더 이상 교과서 속 인물이 아니라, 자신만의 시선을 구축해낸 한 예술가로 새롭게 다가온다.

 

특히 이 책은 텍스트에 머무르지 않고 풍부한 도판을 통해 작품 자체를 깊이 있게 조명하며, 그림을 중심에 두고 읽고 감상하도록 이끈다. 예술서를 꾸준히 북큐레이션해 온 입장에서 이 책은 해설을 넘어, 우리 예술을 어떻게 보여주고 어떻게 읽어낼 것인가에 대한 방향을 다시 생각하게 하는 밀도 높은 텍스트다.

 

그리고 문득 이런 생각이 든다. 우리 것이 가장 독창적이고 가장 자랑스럽다는 사실은, 오늘날의 BTS가 세계에 증명하고 있듯 이미 오래전 겸재 정선 역시 자신의 그림으로 보여주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 시대는 달라도, 결국 우리를 가장 빛나게 하는 것은 우리다운 시선이라는 점에서.

 

#겸재만세

#BTS만세

#강민정만세

#겸재정선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떠난 것은 돌아오지 않는다
줄리언 반스 지음, 정영목 옮김 / 다산책방 / 2026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MJ서재
『떠난 것은 돌아오지 않는다』 줄리언 반스/다산북스

떠남과 존재, 그 사이를 유영하는 문장들

하고 싶은 말이 너무 많다. 그러나 어떤 단어부터 꺼내야 할지 모를 만큼, 이 책은 감정과 사유의 여운을 길게 남긴다. 줄리언 반스의 생애 마지막 소설이라는 점은 물론, 그가 평생 천착해온 '기억'과 '정체성', '의식'이라는 주제를 집요하면서도 유려하게 끌어안고 있다는 점에서 이 작품은 ‘마지막’이 아니라 ‘정점’이라 느껴진다.

첫 장을 넘긴 순간, 익숙한 그의 문장이 나를 붙든다. 문장 사이사이, 단어 하나하나에서 반스 특유의 건조한 듯 섬세함이 느껴진다. 마치 깊은 바닷속을 유영하며 내가 그나마 아는 바다 생물들을 하나하나 만나는 듯한 경험. 그러나 이 바다에는 ‘지향점’은 없다. 나는 어디로 가는지 모르고, 누구인지조차 흔들리는 그 지점에서 ‘기억’이라는 작은 빛을 붙들고 앞으로 나아간다.

“기억이 없으면 정체성도 없다.” (p.235)

나는 어디까지가 나인가. 당신은 어디까지가 당신인가. 우리가 공유할 수 있는 기억의 경계는 어디까지일까. 『떠난 것은 돌아오지 않는다』는 그 질문들에 대한 해답보다는, 질문을 품은 채 살아가는 우리가 바로 ‘의식하는 존재’임을 말한다.

원제 『Departure(s)』는 복수형으로, 수많은 ‘떠남’들을 암시한다. 반면 한국어 번역 제목 『떠난 것은 돌아오지 않는다』는 그 이면에 감춰진 ‘상실’과 ‘불가역성’을 뚜렷하게 드러낸다. 이 두 제목 사이의 간극은, 오히려 소설이 지닌 복합적인 감정을 더욱 입체적으로 보여준다.

번역 또한 훌륭하다. 원문이 가진 결을 무너뜨리지 않으면서도 한국어의 정서에 맞게 치밀하게 옮겨진 문장은, 이 소설을 ‘다시 번역할 수 없는’ 하나의 예술로 만든다. 책의 표지디자인마저도 담백하고 조화롭다.

『떠난 것은 돌아오지 않는다』는 우리가 살아가는 모든 순간, 사라져간 모든 기억, 그리고 그 기억 속에서 간신히 붙들고 있는 ‘나’라는 존재에 대해 조용히 묻는다. 마지막이기에 더욱 찬란한 문장들로, 줄리언 반스는 자신의 문학적 여정을 이렇게 완성해냈다.

나도 당신이 있어서 즐거웠으며, 나는 앞으로도 계속 당신을 구경하겠다.
(진짜 이렇게 슬프기 있나. 남자친구랑 아름답게 헤어진 기분이다.)

#떠난것은돌아오지않는다
#강민정북큐레이터
#줄리언반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