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간을 믿어요 - 이석원 이야기 산문집
이석원 지음 / 을유문화사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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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j서재

[순간을 믿어요 l 이석원 l 을유문화사]

 

“넌 왜 네 앞에 와 있는 행운을 항상 보지 못하니.” - 점집 보살님(실화p.284)

 

아니, 이게 정말 에세이란 말인가? 추리소설을 보는 줄 알았다. 첫 장부터 ‘외계인’의 등장으로 ‘예사롭지는 않구나’했다. 그러더니 돌연 ‘층간소음과의 전쟁’이 공포된다. 저자 이석원은 외계인을 잡기위해 그들의 세계로 직접 두 발로 걸어 들어가는데, 그만 그간 잊고 살던 인생 냉면을 조우한다. 등장인물들도 하나같이 특이하다.

 

<순간을 믿어요>의 장르는 에세이가 맞는데, 이상하다. 마치 ‘느림의 미학’ 투수 유희관의 던지는 공 같다. 타자는 날아오는 공이 보이는데 이상하게 칠 수가 없는 느낌. 독자는 에세이가 맞는데 이상하게 오묘하게 빠져드는 느낌이다.

 

21년도에 <언제 들어도 좋은 말>을 읽고 느꼈던 감정을 찾아보니 “공감은 때론 쉬어보여도 어렵고도 무서운 일”이라는 말을 남겨 놨다. <순간을 믿어요>에서도 역시 무서운 일을 해내는 작가였다.

 

독자로서 그의 글을 접했을 때, 그는 세월의 서사로 자신을 더욱 탐구하고 이해하고자 한 듯하다. 그리고 이를 타인의 이해로 넓혀갔으며, 글로 옮겼다. 물론 형식은 에세이라고 하지만, 인문학 같기도 하고, 자전적 소설 같기도 하는 어떠한 새로운 경계선을 창조한 작가 같다. 뭐 여하튼 인간사를 조화롭게 하는 작가라는 것은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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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센디어리스
권오경 지음, 김지현 옮김 / 문학과지성사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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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Incendiaries 인센디어리스 l 권오경 장편소설 l 문학과지성사]

 

“이곳이 환상을 팔기 때문이야. ..... 그런데 무슨 환상일까?”

 

인간은 살면서 무엇인가 한 가지는 믿고 살아간다고 생각한다. 예를 들면 종교든, 사람이든, 혹은 본인 자신을 믿고 산다든지 말이다. 그리고 믿는 것에 ‘환상’을 불어넣어 삶을 지탱하는 것이 아닐까.

 

<인센디어리스>는 권오경 작가 자신이 직접 종교적 경험으로 얻은 작품으로 쓰인 장편소설이다. 서술시점은 3명으로 연인 피비와 윌 그리고 교주 윌이다. 주로 이야기를 끌고 가는 주인공은 남자주인공 윌이다.

 

종교의 믿음에 빠져 본 윌은 믿음을 막 시작한 피비를 이해했다. 그리고 본인도 냉담했던 믿음의 길을 함께 다시 가보고자 노력했다. 그러나 자신이 사랑한 여자가 빠진 종교는 '사이비 종교‘였다.

 

‘제자 공부’라는 시간을 통해 그녀는 정신을 지배당하고, 폭력을 당하면서도 ‘환상’에 도취 돼 남자친구를 떠나고, 사회에 테러까지 일으키는 무리에 속하게 돼 신문 지면에 얼굴이 실리게 된다.

 

3명의 서술시점이 전개되는 소설의 흐름은 터질듯 터지지 않는 폭탄을 손에 쥐고 보는 듯 한 기분이었다. 마침내 터지는 순간을 보았을 때, 시원함 마저 없는 사실적인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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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보와 앤 - 아무도 오지 않는 도서관의 두 로봇 보름달문고 89
어윤정 지음, 해마 그림 / 문학동네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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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보와 앤 l 어윤정 글 ,해마 그림 l 문학동네]

- 아무도 오지 않는 도서관의 두 로봇

 

플루비아라는 전염병으로 세상은 봉쇄되고, 주인공 <리보와 앤>은 도서관에 갇힌다. 리보와 앤은 순식간에 일어난 일로 사람들과 단절됐다. 그러나 이들은 왜 자신들이 굳게 잠겨있는 도서관에 남겨져 있는지 모른다.

 

리보와 앤은 도서관에서 사람들과 ‘소통’할 수 있도록 만들어진 특화된 로봇이다. 리보는 사람의 감정을 파악하는 능력이 탑재돼있다. 감정에 따라 도서관을 이용하는 어린이들에게 적절한 책을 추천한다. 앤은 어린아이들에게 책을 읽어주기도 하고, 고민을 들어 준다. 특히 따뜻한 감정을 잘 전달한다.

 

리보와 앤은 사람들과 소통을 해야 완전한 작동을 할 수 있는 로봇들이다. 봉쇄기간은 길어지고 이들은 점점 자신들의 기능을 상실하게 된다. 그러던 중 한명의 소년이 도서관의 문을 두드렸다. 소년은 로봇들이 걱정됐던 것이다. 이들은 도서관의 메시지를 이용하며, 서로의 안부를 주고받으며, 힘이 되었다. 그러나 로봇의 한계는 정해져 있었다.

 

북큐레이터의 시각으로 책을 보았을 때, 로봇이 책을 추천해준다면 ‘정말 이럴 수 있겠구나’ 라고 생각한 장면들이 아주 많았다. 리보와 앤은 세심했고, 예리했다. 도서관 이용자의 축척 된 데이터베이스로 독자를 파악하고 보다 도움이 되는 책을 추천하고 읽어준다. 고민을 들어주고 그에 맞는 책도 선별해 추천한다.

 

전염병의 시대에 아이들은 새로운 친구와 선생님을 마주하지 못하고, 디지털기기들을 무사히 적응해야했고, 가상의 공간에서 ‘소통’해야 했다. 감정을 읽는 로봇은 너무도 빨리 사람을 파악했고, 대처했다. 처음 접하는 감정과 표정은 데이터베이스에 넣었으며, 감정을 혼합해 새로운 의미를 만들어 내기도 했다.

 

끝나지 않을 것 같은 재난 속에서 리보와 앤 그리고 소년은 여전히 서로를 그리워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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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까마귀 - 2023 화이트 레이븐스 선정작 노란상상 그림책 95
미우 지음 / 노란상상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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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까마귀 l 미우 글, 그림 l 노란상상]

“사물은 본디 정해진 빛이 없다.”

- 연암 박지원


각 나라의 문화마다 가지고 있는 다양한 상징성은 그 나라 사람들만의 일명 ‘국룰’이다. 마치 이 상징성이 의미하는 행위를 행한다면 좋지 않은 일이 생길 것 같은 기분이랄까.


미우 작가의 그림책 <나는 까마귀>는 “사물은 본디 정해진 빛이 없다.” 연암 박지원의 경구에서 건져 올린 자기 고백적 그림책이다. 주인공 까마귀는 날개를 다쳐 날지 못한다. 새가 날지 못한다는 것은 자신의 능력을 모두 상실한 것.


까마귀는 결국 깊은 산 속으로 숨어들어간다. 깊은 산 속 까마귀는 자신의 정체를 숨기려 노력하지만 결국 까마귀다. 그러던 중 아주 우연히 지나가는 인간들의 대화 소리에 까마귀는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게 되는 지혜를 얻게 된다.


<나는 까마귀>의 까마귀는 다면적인 모습으로 표현된다. 첫째는 까마귀의 까만 깃털이 빽빽이 들어서 있지만 이는 까마귀가 숨어든 숲속의 어느 산 중 하나다. 두 번째로는 그 본래의 모습 속에서 살아가는 까마귀의 내면의 모습이다. 이는 까마귀의 내면과 외면을 오가며 고민하고 갈등하는 모습을 표현한 것 같았다.


인간은 자신이 본 대로만 믿고 살면 되는데, 너무 다양한 개입들로 자신조차 제대로 바라보지 못한다. <나는 까마귀>는 그 맥락에서 ‘나를 본다는 것’에 대한 깨달음을 선사한다. 까마귀는 이제 나에게 무지개를 의미하며, 만나면 반가운 새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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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문구점에 갑니다 - 꼭 가야 하는 도쿄 문구점 80곳
하야테노 고지 지음, 김다미 옮김 / 비채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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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도 문구점에 갑니다 l 하야테코 고지 글,그림 l 비채]

- 꼭 가야 하는 도쿄 문구점 80곳

원제 : 東京 わざわざ行きたい街の文具屋さん

 

도쿄에서 꼭 가야하는 문구점 무려 80곳을 엄선해 엮어 놓은 <오늘도 문구점에 갑니다>.

 

나의 학창시절 대표 펜은 0.38의 하이테크였다. 그 얇은 펜촉으로 아무 말이라도 여기저기 쓰고 싶었던 기억이 난다. 하이테크는 떨어트리면 펜촉이 사망하기에 가슴 쓰라린 일도 참 많았었다. 필통은 책가방의 1/3을 차지했고, 터질듯하게 펜을 넣어 다녔다.

 

<오늘도 문구점에 갑니다>의 수록된 문구점에는 공간마다의 철학이 명확히 담겨있었다. 100년이 넘은 곳, 오후 5시에 오픈하는 곳, 체코 제품만을 취급하는 곳, 종이만을 취급하는 곳, 오래 쓸 수 있는 제품을 취급하는 곳 등 운영자의 취향과 철학이 일러스트로 즐겁게 표현돼 있다. 공간을 이용하는 손님들과 함께 나누고 소통하고자 하는 배려심이 느껴지는 곳들도 참 많았다.

 

박경리 작가가 말하기를 “공간과 시간에 영향 받지 않는 사물이란 존재하지 않는다”고 했다. 우연하게도 책과 만난 시점에 도쿄를 가게 됐다. 책에 수록 된 어느 곳들에서 좋은 영향을 받고 오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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